이제 곧 헤어질 친구들이지만

by ssunm t


중3 딸아이가 요즘 자꾸 조퇴를 한다.

악기를 바꾸면서 대부분의 친구들이 가는 고등학교 대신,

혼자 다른 길을 선택하게 되었다.


겉으론 괜찮다고 말하지만,

요즘 들어 유난히 말수가 줄고 표정이 무겁다.

나는 이유를 알고 있다.

친구들 사이의 미묘한 거리감,

그건 사춘기 아이들에겐 세상의 균열처럼 느껴지니까.


“그냥 이대로 지낼래.

어차피 이제 곧 헤어질 친구들이잖아.”


딸아이의 담담한 한마디에서 나는 느낀다.

말속에는

‘이제는 더 이상 상처받고 싶지 않다’는 작은 체념이 숨어 있겠지.


그렇지만 가끔은 내가 괜스레 불을 붙이는 사람이 되기도 한다.

“그래도 한 번쯤 친구들이랑 이야기해 보는 건 어때?”

그 말을 꺼내면,

딸아이는 잠시 눈을 피하거나

“됐어. 내가 알아서 할게.” 하고 짧게 말한다.


그럴 때마다 깨닫는다.

내가 아이를 위해 한 말이

아이에게는 또 다른 부담으로 다가갈 수 있다는 걸.

그래서 이제는 그냥 지켜보려 한다.

'오늘 하루는 조금 덜 힘들었으면 좋겠다.’라고 바라면서..


곧 졸업이다.

이 시기가 지나면,

아이를 괴롭히던 관계들도

시간의 흐름 속에서 자연스레 정리될 것이다.


모든 관계가 해결되어야만 의미 있는 건 아니겠지.

어떤 관계는 그저 ‘조용히 지나가게 두는 것’이 가장 현명한 선택일 때도 있다.


요즘은 아이의 변화를 억지로 만들려 하지 않는다.

그 대신, 집이 아이에게 숨을 고를 수 있는 공간이 되길 바란다.

대화를 강요하지 않아도,

내가 여전히 옆에 있다는 걸 느낄 수 있는 그런 공간.


그래서 오늘도 쓸데없는 말을 하지 않으려 애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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