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절은 지났지만

그 숭고한 희생을 잊지 않겠습니다

by 가을햇살

#잠시 잊었던 마음


“나는 자랑스러운 태극기 앞에, 조국과 민족의 무궁한 영광을 위하여 몸과 마음을 바쳐 충성을 다할 것을 굳게 다짐합니다.”

어릴 적 학교에 다닐 때, 아침 조회 시간이면 운동장에 모여 게양된 태극기를 바라보며 따라 외치던 국기에 대한 경례가 문득 떠올랐다. 3.1절을 맞아 거리에 걸린 커다란 태극기를 보며, 딸아이가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올해 3.1절은 일요일이라 월요일이 대체 공휴일이 되었고, 자연스레 연휴가 시작되었다. 토요일부터 월요일까지 이어지는 휴일에 마음은 설렘으로 가득했다. 더욱이 금요일부터 완연한 봄기운이 감돌았고, 따스한 바람에 마음도 몽글몽글해졌다.

‘친정에 다녀올까, 오랜만에 수원 화성으로 나들이를 갈까, 아니면 글램핑을 해볼까?’

행복한 고민 끝에 근교 나들이를 하기로 했다.

토요일엔 수원화성 주변을 산책하고 치킨 거리에서 치킨을 먹으며 하루를 마무리했다. 일요일엔 자전거를 타며 성큼 다가온 봄을 만끽했다. 그저 연휴가 주는 여유가 고마울 뿐이었다.


그런데 집으로 돌아가던 길, 아이가 갑자기 자전거를 세우더니 커다란 태극기를 향해 왼쪽 가슴에 손을 얹고 국기에 대한 경례를 했다. 처음엔 어디서 배웠는지 궁금했고, 조금은 뜬금없는 모습에 웃음이 나왔다. 하지만 잠시 후, 부끄러워졌다. 너무 오랜 시간이 지났다는 핑계로 나는 3.1절의 의미와 그 숭고한 희생을 잊고 있었기 때문이다. 나라를 위해 젊은 날을, 꽃처럼 아름다웠던 청춘을 바치신 분들의 노고를 잊은 지 오래인 것 같았다.


생각해 보니, 어느 순간부터 태극기를 어디에 두었는지조차 기억나지 않는다는 이유로 오랫동안 태극기를 걸지 않았다. 아파트를 둘러보아도 태극기가 걸린 집은 손에 꼽을 정도였다. 동마다 한두 개 보일 뿐이었다.

우리가 누리는 이 편안함은 누군가의 희생 위에 세워진 것일 텐데, 어느새 3.1절은 그저 휴일로만 남아버린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집에 들어오자마자 태극기를 찾기 시작했다. 그리곤 먼지가 쌓인 태극기 케이스를 열어 조심스레 태극기를 꺼내며 속으로 되뇌었다.


“꺼지지 않는 독립의 외침 위에 우리는 오늘도 편안히 살아갑니다. 기억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