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이 서울에 간 뒤로 다시 심장이 답답해졌다.
췌장암인가? 의심되어 초음파 사진도 찍고 의사에게 하소연도 했지만 정신적인 문제인 것 같다고 진단을 받았다.
딸이 집에 있는 동안은 괜찮았다. 딸이 서울에 간 후로 다시 못 견디게 가슴이 아프다. 특히 아침에 깨지만 눈을 뜨기가 싫다. 이불속으로 잠식되는 것 같다. 가슴은 답답하고 머리는 아프고 심장은 빨리 뛴다. 숨을 크게 쉰다. 복식호흡을 한다. 일어난다. 일어나면 괜찮아. 그러니 일어나야 해.
강의가 있는 날은 정신이 없어서 아픈 걸 잊어버린다. 하지만 조금이라도 여유가 생기면 그 답답함을 견디기가 너무 힘들다 특히 오늘 같은 일요일은.
딸이 있는 일주일 동안 정말 거짓말처럼 가슴통증이 사라졌다. 아침에 눈을 떠도 답답하지 않았다. 아니 조금은 있었지만 심하진 않았다.
그리고 브런치스토리에서 글을 쓰라고 AI가 메시지를 보냈을 때, 나는 글을 쓰면서 내 상처가 다 치유되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내가 쓴 글들이 너무나 부끄럽고 창피해서 다 지울 생각도 했다.
나는 브런티스토리에 왜 글을 썼을까?
자폐스펙트럼 자녀를 키우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까 하는 사회복지 측면에서 썼다고 위안을 삼고 싶었지만, 정돈되지 않은 글이 그들에게 도움이 될 리 없다. 그러면 그저 나는 내 안의 무언가를 꺼내놓고 싶었던 것 같다. 이걸 꺼내야 다른 걸 채울 수 있으니까.
그렇게 독자를 고려하지 않고 내 안의 세월을 쏟아내면서 나는 스스로 치유가 되었다는 착각을 했다. 그래서 가슴이 아프지 않다고.
그래서 나를 라이킷 한 사람들에게는 죄송하지만 토사물 같은 내 글을 다 지우고 정제된 글을 다시 쓰고 싶어 졌다. 어쩌면 동화나 소설을 쓸 수도 있을 거 같았다.
아들의 눈치를 보면서도 딸과 있는 시간이 행복했고, 신기했다. 나에게도 이런 날이 오는구나. 온 가족이 함께 살 수 있는 날이 오는구나.
하지만 일주일 후 딸을 보내놓고, 내 심장은 다시 아파왔다.
내 심장의 원인은 내 과거가 아니었다. 딸에 대한 측은지심.
그 아이를 떼어놓지 못하는 마음이었다.
과한 모성애인지, 딸과 나를 분리시키지 못하는 어떤 심리학적 문제인지, 아니면 그냥 복잡한 뇌를 가진 유전자인지...
어쩌면 내 유전자에는 우울 유전자가 있나보다. 그래서 아들과 딸에게 그 유전자를 물려준 것 같다. 별거 아니라 생각하면 너무나 단순한 상황임에도 나는 아프고 내 아이들도 아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