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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봉수 Jul 14. 2024

<단편소설> 섬은 내 고향(10.끝)

제10회-떠남

며칠 후 승호는 동창에게서 기철의 사망소식을 전해 들었다.

기철의 시신을 인수할 가족이 아무도 없었기에, 승호가 기철의 장례식을 마무리하고 유품을 인수받았다. 

승호는 장인어른의 집무실로 찾아갔다.

승호는 용팔에게 강한 어조로 따지듯이 말했다.

" 아버님!  기철이가  자살했습니다. 기철이의 죽음에는  아버님의 책임도 큽니다."

" 자네 친구는 원래  가난한 허무주의자이지.  내 잘못이 아니더라도  일찍 비명횡사할  운명이지.

   바퀴벌레처럼 사는 것보다는 어쩌면 죽는 것이 나을지도 모르네."

" 아버님이 진실을 밝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이  사람의 도리라고 생각합니다."

" 내가 진실을 밝힌다면  우리 출판사와 서점은 바로 망할 것이네. 우리 식구들은 바로 길거리로

  쫓겨나는 신세가 될 거야. 자네 쌍둥이 아들도 마찬가지지."

" 하지만  기철이가 너무 불쌍합니다."

" 힘들겠지만, 아무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으니 그냥 모른 척하는 것이  우리 식구들이  사는 길이야."

승호는 모든 것을 포기하고 집을 나와서 포장마차로 갔다.

혼자서 소주 2명을 마시고 밤늦게  집으로 들어갔다.

집에서 지혜가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지혜가 승호에게 말했다.

"기철 씨가 죽었다는 이야기를 들었어.  그리고  당신과 아버지가  말다툼을 했다는 것도 알고 있어.

  물론 아버지가  큰 잘못을 했고, 기철 씨의 죽음이 불쌍한 것은  사실이지만,  우리 가족들을 위해서

 모른척하고 참고 살았으면 좋겠어.  우리 쌍둥이들을 위해서라도 참아줘."

승호는 울먹이면서 지혜에게 말했다.

" 나는 항상 중학교 때  성추행 사건으로  고소당한 것을 생각하면서 살고 있어. 그때  우리 가족들은 삶이

  너무 힘들고 억울해서  연탄가스를 피워놓고  자살도 생각했어.

  돈 없고 힘없는 사람에게  삶은 너무나 가혹하고 잔인하다고 생각해. 기철이도 마찬가지이고."


다음날 아침잠을 깬  지혜는 침대에서 한 통의 편지를 발견했다.

남편의 것으로 생각되어  급하게 봉투를 열었다.


" 나는  아무도 없는 곳으로  떠나서 평생 혼자 살 것이다.  미안하지만 쌍둥이를 잘 부탁한다.

  절대로 자살은 하지 않을 것이니 걱정하지 마시오."


며칠 후 승호는  가방에 방기철의 시묶음을  챙겨 넣었다.

그는  몇 년 전부터 사람이 살지 않는 섬으로 들어가는 배를 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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