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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봉수 Jul 14. 2024

<단편소설> 섬은 내 고향(9)

제9회-자살

얼마 후,  석용팔의 출판사에 술에 취한 남자가  찾아와서 소란을 피웠다.

그는 방기철이다.

용팔은 직원들의 눈을 피해서  조용히 기철을 집무실로 데리고 갔다.

용팔은 기철에게  종이컵 커피를 권하면서 말했다.

" 솔직하게 말하겠네, 네가  자네의 시 5편을 부정하게 사용했네.

  하지만 충분하게 돈으로 보상해 주겠네. 자네가 원하대로 돈을 주지."

" 돈이 많은 것을 해결해 주지만,  저는 돈이 필요 없습니다. 진실을 원합니다." 

" 자네는 지금 사는 형편이 어려운 것으로  알고 있는데, 알량한 시인 자존심은 

  땅속에 영원히 묻어 버리게."

용팔은 자신이 조금 유식한 표현을  한 것에 잠시 몸을 떨었다.

" 돈 밖에 모르는  이 기생충 같은 인간아!  잘 먹고 잘 살아라."  

화가 난  기철은  용팔의 얼굴에   종이컵 커피를 던졌다.

용팔의 얼굴은 커피로 인해서 엉망이 되었다.

이성을 상실한 용팔은  기철에게 다가갔다.

주먹과 발로 기철을 수회 때리고 사무실 바닥에 내동댕이쳤다.

그리고  비상상황을 대비해 서랍 속에 숨겨둔 현금 천만 원을 기철이 메고 있던 가방에 넣어주었다.

기철은 코피를 흘리면서  밖으로 쫓겨났다.

기철은 택시를 타고  시내로 갔으며, 유흥주점으로 들어갔다.

기철은  주점 마담에게 말했다.

" 여기서 가장 비싼 술과 가장 인기 없는 아가씨 1명을 룸으로 보내주시오."

잠시 후  양주와  눈곱이 끼고 파마가 풀린  중년의 아가씨 1명이 들어왔다.

아가씨의 윗옷에는 김치국물이 묻어있었고, 스타킹에도 구멍이 몇 개 있었다.

대충 보아도 상처받고 외로운 길고양이 같았다.

평소에도 술을 많이 마셔서 간경화로 엄청 고생을 하고 있던 기철은  혼자서 양주를 연거푸 마셨다.

기철은 옆에 앉은  아가씨에게 술을 얌전히 따라주면서 말했다.

" 나는 오늘 여기서 현금 500만 원을  몽땅 쓸 것입니다.  오늘은 황제처럼 살 것입니다.

  나도 아가씨처럼  외롭고  불쌍한 인생입니다. 우리들의  가련하고 상처받은 청춘을 위하여 건배!"

아가씨는  웬 미친놈이 술을 먹으러 왔나 생각하면서 은근히 술값계산을 걱정하였다.

기철은 혼자 묵묵히 술을 마셨으며, 아가씨는 소파에 기대어 선잠을 잤다.

그는 술값으로 200만 원을 지급하고, 아가씨에게 팁을 300만 원을 주었다.

팁을 받은 아가씨는 입을 다물지 못하고  그냥 서 있었다.

기철이 주점을 나가려고 하자, 아가씨는 기철의 팔짱을 끼면서 말했다.

"오빠! 오늘 밤 저의 원룸으로 가요."

기철은 아가씨의 이마에 찐한 키스를 하고 말없이 밖을 나갔다.

기철은 만취되어 시내를 떠돌다가  00 대교로 갔다.

가방에서 볼펜과 메모지를 꺼내서 간단하게 적었다.

" 성명 방기철,  주민등록번호: 000000-0000000, 나는 자살합니다. 내 가방에 현금 오백만 원이  들어 있으니  불쌍한 사람들을 위해서 사용해 주십시오. 나는 물고기의 밥이 되어 바다로 돌아가고 싶습니다. 굳이 내 시체를 찾으려고  많은 인력과 장비를 투입하지 마세요."

기철은 두 팔 벌려 깊은 강물 속으로 뛰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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