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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봉수 Jul 14. 2024

<단편소설> 섬은 내 고향(8)

제8회- 탐욕

출판사에서 퇴근 후 집으로 가는 버스 정류장 주변에서   승호는  우연히 방기철을 만났다.

기철은 정돈되지 않은 긴 머리에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기철은  중학교 시절 문학 동아리에서 같이 공부를 하던 친구이고, 부모 없는  고아원 출신으로 

현재 간암 말기 판정을 받고 있었다.

승호는 기철에게 말했다.

" 기철아! 나  승호야, 만나서 반갑다."

" 그래, 승호야, 너는 하나도 변하지 않았구나."

" 기철아! 요즘도 계속 시를 쓰고 있니?"

" 시는 계속 쓰고 있는데, 뜻대로 잘되지 않네."

" 등단을 하였니?"

" 신춘문예에 몇 번 도전을 했으나  낙방하고,  인천에 있는 계간지에  시를 응모하여 3년 전에 겨우 등단을 했어."

승호는 잠시 후 다시 말을 이었다.

" 시집은 1권 내었냐?"

" 시를  약 70편 정도  만들어 놓았는데, 돈이 없어서 아직 시집출간은 하지 못했어."

승호는 기철에게 명함을 주었다.

" 나는 현재 장인이 경영하는 출판사에서 일하고  있으니, 시간 날 때  너의 시를 보고 싶구나.

  시집 출간에 도움을 주고 싶구나. 한 번 방문해라."

" 그래, 친구야, 고맙다."

방기철은  출판사에 방문하는 대신  승호의 사무실에  우편으로  복사한 시묶음을 보냈다.

우편물 속에는 기철의 메모가 들어 있었다.

' 시를 검토해 보고  영 수준이  떨어진다고 생각되면 폐기하고, 굳이 친구라고  무리할 필요는 없다.

  시집 출간은 나중에 해도 된다.'

그날 저녁  승호는 집에서 장인, 지혜와 함께  기철의 시를 검토하였다.

석용팔은 그냥 말없이 커피만 마시고 있었고,  한때 문학소녀였던 지혜는 기철의 작품을 유심히 보더니

아주 만족해하였다. 

용팔은 지혜에게 말했다.

" 방기철의 작품 중에서  아주 훌륭한 시 5편만 따로 뽑아 보아라."

" 예! 아버지."

지혜는 기철의 작품 중에서 시 5편에 동그라미 표시를 해 두었다.

방으로 돌아온 용팔은 곰곰이 생각에 잠겼다.

' 내가 출판사와 서점을 해서 돈은 상당히  모았으며, 어디 가도 큰소리를 치고 있지만, 뒤돌아서면 사람들이 나를 무식하고, 문학에 대하여 아무것도 모른다고 욕을 하고 있지.  나도  계간지에 시를 응모해서 시인으로 등단한다면 사람들이 나를 다르게 보지 않을까.'

솔직히 용팔은 계간지에 많은 돈을 기부하고 등단을 몇 번 시도했으나, 작품 수준이 너무 떨어진다는 이유로 거절을 당한 아픈 기억이 있었다.

용팔은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고  방기철의 시 5편을 부산에 있는 유명한 계간지에 응모했다.

그리고 방기철의 작품은 특별한 이유도 없이  출간을 못하겠다고  하였다.

몇 달 후 석용팔은  부산의 계간지에서 등단이 되었다는 전화를 받았다.

용팔은 기분이 너무 좋아서  발전 기금도 기부하였으며, 책도 200권이나 주문했다.

그리고 용팔은 잘 아는 신문기자에게도  시인 등단 소식을 알렸다.

지방 일간지에 용팔의 시인 등단 소식이  대문짝만 하게 나왔다.

물론  승호와  두 딸은  깜짝 놀랐다.

석용팔은 지인으로부터 많은 축하 전화를 받았으며,  시인 등단 플래카드도  도로에 몇 개 불법으로 게첨 했다.

부산에서 석용팔의 등단 책이 택배로 왔다.

하지만 승호와 지혜는  시 5편을 보고  기절을 할 뻔했다.

시 5편은 방기철의 작품이었다.

지혜는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아버지를 계속 쳐다보았다.

"아버지! 이것은 범죄행위입니다." 

용팔은 계속 모르쇠로 일관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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