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오봉수 Jul 17. 2024

시집 <슬퍼도 황제처럼>(6)

시 5편: 커피, 보이스 피싱, 등대,빨래,봄의가출

16. 커피 - 오봉수


봄비 내리는 날

술 한 잔 대신

커피 한 잔 하실래요


가을바람 부는 날

무지갯빛 바다에 누워

노을 한 잔 하실래요


함박눈 오는 날

이등병의 편지를 읽으며

청춘 한 잔 하실래요


고독과 결핍의 세상

나를 배신하지 않는

믿음직한 친구 





17. 보이스 피싱 - 오봉수


"엄마, 내 휴대폰 액정이 깨졌어."

" 우체국 택배입니다."

" 서울중앙지검  김 00 수사관입니다."


몇 년 동안 뼈 빠지게 모은 전세자금 

명예퇴직으로 받은  일시금

편의점 알바로 모은 대학 입학금 

폐지를 고물상에 팔아서  모은 쌈짓돈


경로당에서 tv를 보던 할머니

인상을 쓰면서 중얼거리신다 


지옥 끝까지 쫓아가서

아오지 탄광에 보내고 싶다

거꾸로 매달아서

돈을 토해낼 때까지 작대기로 때리고 싶다




18. 등대  - 오봉수


고갈되면 잊힐 줄 알면서도

아낌없이 내어주는 어머니


칠흑 같은 밤바다

탯줄로 정성스레 엮은

상처받고 방향을 잃은  

여섯 척의 배를

달래고 어루만져 주네


세상 끝날 때까지

뜬 눈으로

붙박이별처럼

지칠 줄 모르고 사랑의 불을 밝히시네.  




19.빨래 - 오봉수


무인도처럼 외로운 마음

첫눈처럼 그리운 마음

질투심으로 가득한 마음

증오심으로 불타오르는 마음


용서라는 따스한 물에

포용이란 비누를 묻혀

빡빡빡 문질러고 두들겨서

볕 좋은 날 희망 빨랫줄에 널어놓는다 


 

20.봄의 가출 -오봉수


봄에게는 삼형제가 있어요


나비,꿀벌,꽃


작년엔 나비가 가출했고

올해는 꿀벌이 가출했고

내년에는 꽃이 가출할 것 같아요


홀로 남은 봄은

지구를 오염시키는 사람들에게

겨울 다음에 여름을 선물할 것입니다

이전 05화 <시집> 슬퍼도 황제처럼(5)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