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11.30.
비가 오는 날이다. 이빨 때문에 선잠을 잤다. 기억은 잘 안 나지만 무슨 활동을 했던 기억이 난다. 소독 때문에 일찍 병원에 향했다. 거울을 보니 어제 밤보다 더 부은 턱이 보인다. 커다란 알사탕을 불고 있는 모습 같다. 입을 크게 벌리려고 해도 하지 못한다. 조금만 움직여도 살이 당긴다. 머리를 감으려 고개를 숙이니 두통이 느껴졌다. 인터넷을 찾아보니 부기는 48시간까지 커진다고 했다. 어쩔쏘냐. 참아야지.
담배 생각이 가셨다. 담배를 피우거나 빨대를 사용하면 빨아드릴 때 발생하는 기압 때문에 출혈이 발생한다고 한다. 내가 담배를 안 피우는 이유는 그러나 그것뿐만이 아니다. 너무 크게 붓고 아파서 담배 때문에 회복이 더뎌지면 정말 화날 것 같기 때문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가장 많이 생각나는 것은 라면이다. 라면은 참 지긋지긋하게 먹어왔는데도 계속 생각나는 음식이다. (글을 쓰면서 계속 생각하니 조금 미식거리기도.)
오늘부터 다시 학원 교육을 받으러 간다. 학원에 안 갔던 토, 일, 월요일에 시간을 잘 사용했는지 궁금하다. 상황에 따라 최대한 할 일들을 정리해서 하려고 했다. 예를 들어 약속이 생기면 그 전, 후로 일을 쪼개서 하려고 했다. 30분 동안 할 일이라면 약속 전 10분, 후 20분로 나누어 사용하는 식이다. 그렇게 3일을 보내고 나니 또 생각나는 것은 약속 나가는 것이 은근히 시간을 많이 잡아먹는다는 것. 미용실도 그렇고. 관계나 품위(라고 하기엔 뭐 없지만)를 유지하는 데 쓰이는 비용도 만만찮을 것이다. 이 부분을 어떻게 컨트롤 하느냐가 부지런히 생활하는 데 중요한 포인트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병원에 갔다가 다시 집에 돌아왔다. 교육가기 전까지 잠깐 시간이 비기 때문이다. 어제 엄마가 끓여놓은 죽을 30 ~ 40분간 먹었다. 먹는 게 정말 고역이다. 수술한 쪽으로 음식이 안 가게 하면서 조심스럽게 씹어 삼켜야 한다. 저녁 돌아오는 길에 마트에서 죽이나 몇 개 사야지.
이틀간 잠을 이상하게 자서 너무 졸리다. 약의 효과 때문인가. 이렇게 깬 상태에서 졸리기도 어려울 것 같은데. 정신이 몽롱하다. 몸에 힘이 빠지고 눈은 저절로 감긴다. 글도 눈을 감고 타이핑하며 작성하는 중이다. 그래서 왠지 문법이 좀 틀리거나 어색할 수 있겠지 싶긴 함. 아 지금 글 못쓰겠다. 11분 남았고, 다녀와서 써야겠다.
밤. 사랑니를 뽑은 쪽 볼, 턱은 아직도 부어있다. 살이 부풀어 부대끼는 감촉이 둔하고 편하지 않다. 잠은 좀 깼다. 긴 하루를 보내면서도 대단히 무언 갈 한 기분은 아니다. 그냥 수업을 듣고 틈틈이 사랑니 생각만 한 듯.
머릿속에 오늘은 정말 사랑니밖에 없는 것 같다. 이렇게 부운 얼굴이 불편하면서도 조금씩 익숙해져 죽 외에 다른 음식을 먹을 수 있게 되었다. 과자와 땅콩을 열심히 먹었다. 물론 한쪽 턱으로만 씹는 게 참 별로지만 죽도 겨우 먹을 때보단 나은 것 같다.
조금 편해지니 담배생각도 나기 시작했다. 하지만 아무래도 붓기가 심해 쉬이 피지는 못하겠다. 생각해보니 실연의 아픔으로 힘들어할 때마다 나는 고통스럽게 사랑니를 뺐다. 둘 다 아래에 난 것들이다. 차이듯이 헤어지고 스트레스에 괴로워하고 술, 담배를 가까이하다가 사랑니 쪽 잇몸이 붓고 아프기 시작하면서 발치. 잊을 수 없는 순서다.
오늘 수업에서는 저번과 또 다른 걸 느꼈다. 처음 갔을 때에는 다들 준비가 덜 되어있다고 느꼈는데 그게 아니었다. 다들 자기식대로 공부를 따로 하거나 경험이 있는 상태였다. 오늘이 이틀째니 어떨지 정확힌 모르지만 함부로 판단할건 또 아닌 것 같다.
계획을 세우고 실천하면서 내가 참 게으른 사람이란 걸 매분 깨닫는 기분. 우선순위를 정하고 하는 데도 시간이 부족한건 왤까. 중간 중간 게임하거나 인스타하는 시간이 생각보다 긴 탓일지도. 자투리 시간을 버리는 게 몸에 배인 것 같다. 쓸모없는 시간을 보내면서 책임감 없이 현재에서 해방된 느낌. 그런데 이게 언젠간 다시 책임으로 돌아오는 거더라. 멍청하게 시간 버리는 습관을 버려야지... 30분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