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2.3.
가만히 생각해보면 1월이 순식간에 지나간 것만 같다. 벌써 2월이라니. 2월 하고도 며칠이 지나서 이런 얘기를 하는 게 납득이 어려울지도 모르지만, 원래 막 닥쳤을 때에는 인지하지 못하는 것들이 존재하기 마련이다.
실내자전거와 숙취로 2월을 맞이하였다. 어제, 일기 쓸 때만해도 꽤 졸렸는데, 막상 잠이 오지 않아 4시까지 뜬 눈으로 누워만 있었다. 따뜻한 사케를 마시고 들어왔는데, 생각보다 사케의 힘이 강력했나보다. 온사케는 입에 들어가는 순간 이곳이 노천탕이 아닌가 헷갈리게 만드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 맛에 사로잡히면, 술은 끊임없이, 아무 불편함 없이 목구멍을 넘어가기 시작한다. 어제가 그랬다.
커피를 마실 때, 간혹 진하게 내리는 카페에서, ‘킥’이라는 게 느껴질 때가 있다. 혀를 지나 목 뒤로 넘어가는 순간 ‘킁,’ 하고 오는 순간의 진한 맛. 음주를 할 때에는 소주가 그렇다. 윽, 하면서 넘어갈 때가 있는데, 나는 그것도 ‘킥’이라고 생각한다. 쓴 향이 팍 하고 올라올 때. 사케는 그게 없어서, 오히려 더 위험한 것 같다. ‘킥’으로부터 자연스럽게 생겨나는 긴장감이 없어서.
아무튼, 오늘은 5시간 정도밖에 못 잤는데, 그래서 너무 졸리다. 인제 11시를 겨우 넘었는데, 아마 바로 누울 것 같다. 술 마신 다음 날에는 운동을 안 하는 게 좋다길래, 자전거를 쉰다. 자전거를 쉼으로서 독서의 양도 크게 줄게 되었다. 실내자전거와 책은 궁합이 너무 잘 맞다. 몸과 정신이 온전하지 못한 지금은, 동시에 못 하게 되는 게 참 문제로 느껴지기도. 이건 무슨 이상한 글 흐름인가.
어떤 한 주제를 정하고 글을 써야지 생각이 깊게 전재가 되는데, 일기의 경우, 그게 어려운 게 자주 느껴진다. 거의 단순한 감상으로 조금씩 훑다가 끝나는 경우가 많아서, 어느 수준 이상으로 사고가 깊어지는 느낌이 거의 없다. 이건 문제다. 하지만 정작 한 주제를 놓고 앉아서 주구장창 글을 써내려갈 꺼리가 요즘엔 별로 없다, 혹은 내가 그냥 그런 게 잘 안 되는 사람일지도 몰라.
어제 밤에는 또, 동생 친구들이 집에 와서 밤새 술을 먹고 갔다. 아침이 되니 침대에서 동생과 동생 친구가 같이 자고 있었다. 밖에서 이미 술을 먹고 온 상태였는데, 참 대단하다 이 녀석들. 혹은, 20대의 힘일지도. 20대 때, 그 나이 때, 나도 그랬던 것 같다. 술집에서 술 먹다가 택시타고 한강에 가서 더 먹는, 그런 일상이 행복한 기억으로 남아있다.
숙취와 적은 수면 시간의 탓으로, 오늘 대면 브리핑을 할 때에는 평소보다 톤도 낮고 말 속도도 느려진 경향이 있었다. 또, 생각을 놓고 얘기하다보니, 작업에 대해 상당히 자세히 어머님들께 말씀드릴 수 있었다. 의외였던 건, 나의 이런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그런 말하기 방식이 이전보다 더 통하는 느낌이 있달까.
어머님들은 자기 자식의 이야기를 들을 때, 어느 정도 천천히, 자세히 듣기를 원하시는 것 같기도 하네. 좋은 경험이었다. 내일부턴 다시 정상 출근인데, 오늘은 좀 부지런히 자서 피로를 회복하고, 좋은 수업 시간을 마련하고 싶다. 설 덕분에 이틀만 더 일하면 또 쉬게 되는데, 아무튼 좀 적극적인 태도로 살아서 보람찬 시간을 계속 보내고 싶다. 그런 생각을 하다보면 우울할 틈도 없고 좋다. 그런 반복이 일상의 킥이 되었으면 좋겠고. ㅎㅎ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