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2.16.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와이와이라는 필명을 사용하는 사람입니다. 브런치에 매일 일기를 쓰고 올립니다. 11월 말부터 시작하였는데, 벌써 2월 중순이네요. 시간 참 빠릅니다. 일기를 쓰기 시작했을 때에는 아마 새로운 일자리를 막 구했을 때였던 것 같아요. 다른 분들은 어떨지 잘 모르겠는데, 저의 경우 취업 준비를 할 때 운동이나 일기쓰기, 독서 같은 활동을 잘 하지 않았습니다. 그 시간마저 괜히 아까워 보였기 때문이었죠. 저는 학원에 취업하였는데요, 원장선생님이 저를 뽑아주신 덕분에 일기를 쓰게 된 것 같아, 마음 한 편으로는 굉장히 감사해하고 있답니다.
감사해 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는, 저는 가진 게 아무것도 없었던 사람이었기 때문입니다. 아, 이렇게 얘기하면 마음이 불편하신 분들이 계실지도 모르겠습니다. 저는 부모님도 계시고 부모님 집에 얹혀 사는 사람이기 때문에요. 하지만 막 일자리를 알아보던 시기에 저는 개인적으로 많은 상실을 겪었었답니다. 사랑하는 여자 친구와 헤어졌고, 사랑하던 미술과 대학원을 관두었습니다. 아르바이트 일로 하던 카페업무와 웹툰 어시스트도 비슷한 시기에 차례로 안 하게 되었습니다. 쉽게 이야기해서 연인, 학교, 일(소일거리)을 다 잃은 셈이지요. 돈은 모아 놓은 적은 돈을 조금씩 갉아 먹으며 사용했어요.
취준 이야기를 하니까 떠오른 일화가 있는데요, 나름 예고와 미대를 나오고 대학원까지 발을 들여놓은, 소위 미술 엘리트로서 저는 어느 정도 프라이드가 있었습니다. 대학원도 이 쪽 계열에서는 알아주는 곳이었어요. 아무튼, 대학원 휴학을 해 놓은 상태에서 취준하겠다고, 평생 그림만 그려오다가 아무런 정보도 없이 시작한 취준이 뭐가 잘 되었겠어요. 2년 동안 정말 개차반으로 살았던 것 같아요. 그렇게 놀지 않고 뭔가 열심히 하긴 했는데, 시원찮은 시간만 보낸 거지요. 아르바이트도 꽤 많이 했구요. 이런 시기의 끝에서 여러 일들, 마음들이 겹쳐 여자 친구를 보내주었답니다. 여자 친구가 저를 기다려 준 시간도 생각해보면 정말 길었죠. 나이는 드는데, 대학생 때와 크게 다르지 않은 씀씀이와 주머니 사정은 연애를 하기엔 정말 최악의 조건이었어요. 그녀의 사랑은 참사랑으로 인정합니다.^^
여자 친구가 떠나가고 학교와 아르바이트도 차례로 관두었어요. 말 그래도 아무 것도 남지 않은 상태였어요. 정신적으로 그렇게 고갈되었던 적은 없었던 것 같아요. 코비드 재난 지원금으로 받은 30만원 중 10만원을 담배에 썼답니다. 매일같이 담배를 태웠어요. 잠도 잘 못 잤어요. 불면증에 시달려서 서른 시간 넘게 자지 못 한 적도 숱했답니다. 저는 정말 이 곳, 저 곳에 이력서를 보냈어요. 학원도 여러 군데를 썼었고, 일러스트 프리랜서 경력을 살려 캐릭터 디자이너 직무도 서른 곳 정도는 지원했던 것 같아요. 한 2주 동안에. 그 중에는 피규어 채색 업무 지원도 있었답니다.
피규어를 전문적으로 제작하는 회사였는데요, 3D모델링부터 채색까지 전문적으로 하는 업체였어요. 저는 여기에 채색으로 지원하였구요. 대학교 입시 할 때, 인체 수채화를 엄청 열심히 했었고 나름의 프라이드도 갖고 있었어요. 10년 전에 그렸던 입시 그림들을 먼지 더미 속에서 꺼내와 사진을 찍고 포트폴리오를 급히 만들었습니다. 다행히도 포트폴리오는 잘 먹혔고, 이틀 후 테스트를 보게 되었어요. 서른 시간 넘게 못 잔 상태로, 내일 테스트를 오라는 연락을 아침에 받았고, 그 상태로 저는 호미화방에 가서 작은 조각상들을 구매한 뒤 친구가 운영하는 취미 화실에 가서 하루 종일 채색 연습을 하였답니다. 채색은 생각보다 재미있었어요. 이거 할 만 한데?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요. 문제는 그 다음이었지요. 잠을 마흔 시간 이상 자지 못 한 상태에서 여덟 시간 정도의 수면은 전혀 충분치 못했어요. 그리고 테스트는 엉망으로 보았습니다. 정말 망했어요. 수습하려 하면 할수록 망해가는 순간순간 등 뒤로 식은땀이 흐르는 기분은 생각만 해도 끔찍해요. 저는 직원들이 작업하는 곳 구석에서 시험을 보았는데, 개 망했답니다. 거기 있는 사람들은 수다를 떨면서 제 작업을 곁눈질 하였는데, 그 시선이 정말 따가웠습니다. 하. 저는 그렇게 망신을 당한 기분으로 면전에서 불합격 통보를 받고 건물 밖으로 나와 버렸지요. 시험을 볼 때에도 물을 달라고 해서 목을 축였는데, 목이 너무 마른 순간이었습니다. 재정신이 아니었던 것 같아요. 몸의 상태도요.
편의점에서 물을 사서 마시며 길을 걸었어요. 그 때 길거리, 하늘, 저 멀리 보이는 지상으로 달리는 전철을 보며, “죽어야지, 죽어야 되, 자살하자, 자살 어디서 하지,” 이 말을 수 없이 했던 것 같아요. 정말 죽고 싶었습니다. 아무 것도 없는 상태로, 아무리 허우적거려도 저의 손을 잡아주는 이는 아무도 없고 정말 물속으로 가라앉아 익사하는 건가, 하는 생각이 끊임없이 들었습니다.
그런 상황을 돌이켜보면 원장선생님께 저는 정말 감사드려야 합니다. 엄청난 은혜를 입은 거잖아요.
선생님, 덕분에 제가 한 사람 몫을 하고 살게 되었습니다. 열심히 일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바닥에서 엎드려 절을 해도 모자랄 만큼 저는 구원받은 기분을 느낀답니다.
이 브런치는 저의 일기를 올리는 곳이지만, 오늘은 이상한 편지 형식이 되어버렸네요. 아무튼 읽어주어서 고맙습니다.
안녕. 와이와이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