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1.24.
오늘은 취중 일기, 취중 작문. 작문이라고 하니까, 영어 공부를 해야 되겠다는, 혹은 하고 싶다는 막연한 생각 혹은 바람이 마음에 다시 인다. 뭘. 천일문 영어 작문 책을 다시 사볼까 하는 생각도 몇 개월 전에 했었는데. 진짜 사보기나 해볼까. 2월이 되면 사볼까. 어제 밤엔 2월이 되면 사고 싶은 책에 대해 고민해보았다. 문득 까뮈의 이방인이 떠올랐다. 전 여자 친구가 읽은 책이었는데, 좋았다는 후기가 귀에 익었다. 그녀와는 문화 취향이 미술이든 문학이든 영화든 되게 잘 맞는 편이어서, 그녀의 긍정적인 의견은 나에게 끌림으로 다가왔다.
오늘 술 마신 사람들은 대학원 사람들. 작년에 본 게 마지막인 사람들. 제일 최근에 본 사람은, 학교 다닐 때 가까웠던 형인데, 선생님 장례식장에서 본 게 마지막이었다. 뭔가, 우리 언제 봤었지? 하고 회상할 때, 마지막 기억이 생각하고 싶지 않은 풍경이라는 게 싫었다. 그래서 오늘의 만남이 의미 있게 다가왔다. 오늘부터는 그 형과의 마지막 기억이 행복한 술자리기 때문에. 선생님은 항상 보고 싶지만, 돌아가셨다는 사실은 굳이 기억하고 싶지 않다. 그는 언제나 어딘가에서 웃는 모습으로 낚시나 하고 계실 것만 같다.
오늘 낮 중에 일을 다 했다. 글 브리핑을 다 썼고, 이제 내일부터의 수업 기록만 조금씩 첨가하여 업로드하면 된다. 브리핑 덕분에 출근도 늦게 하고, 이미 대부분의 글쓰기는 끝내 놓았기에, 마음이 한 결 편하다. 지난주 스트레스를 받으면서도 열심히 했던 게 마음의 짐을 놓아주는 결실로 돌아와 다행이다. 앞으로의 업무에도 이런 자세를 적용해야지, 업무를 부지런하게, 삶을 부지런하게, 책도 많이 읽고 배우는 것도 많은 한 해가 되었으면 좋겠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1월은 되게 보람찬 시간으로 나에게 남는다.
작년 10월을 돌이켜 생각해보면, 정말 죽고 싶었었는데, 이렇게 회생해서 다행이다. 여태의 일기에서 그런 글들을 많이 적었기에, 작년의 일들을 길게 늘여놓진 않겠다. 다만 사람이란 역시 한 번 크게 고생하면 주어진 것에 감사할 줄 알게 되는 것 같고, 아무리 하늘이 무너지는 상황이어도 어떻게든 솟아날 구멍은 있는 것 같다. 모든 인간에 대한 일반화일 지도 모르겠지만, 적어도 나는 그렇다고. 학원 문패에 나의 프로필을 달아 놓아야 하는데, 우리 반 급훈으로 오늘의 실패는 오늘의 실패일 뿐, 우리는 할 수 있다. 라고 쓸 생각이다.
어제 새벽 4시에 잤다. 치과가 10시 예약인데, 10시에 일어나는 미친 짓을 해버렸다. 수면 시간도 수면 시간인데, 잠든 시간이 너무 늦은 게 컨디션에 안 좋게 작용하였다. 피로보다도, 그냥 되게 예민해지고 사나워지는, 나를 발견했다. 괜히 엄마한태 시비를 걸기도 했다. 미친 놈. 나는 정말, 나약하고 한심한 새끼다. 몇 시간이 지나서야, 후회하는 나다. 나의 일상을 정돈하고 조율하려고 노력하면서도, 어느 시점에 책임감을 놓아버리는 나의 잘못된 버릇은 항상 나를 후회하게 만든다. 부끄러운 나의 면면을 적는 일은, 조금이나마 더 기억하기 위해서다.
현금이 없기도 하고, 신용카드 실적을 쌓아야 되겠다는 생각에, 요즘엔 결제할 일이 생기면 무조건 신용카드를 사용한다. 이거 근데, 좀 무섭다. 아직도 나의 경제 상황에 대해 정돈하지 않았다. 파악을 하기 두려워서, 시간이 없고 바쁘다는 핑계로, 회피하는 거다. 결제할 때에는 신용카드로 긁고. 월급이 나오는 건 다행이고, 그 돈들도 갚을 수 있겠지만, 이렇게 하는 게 과연 맞는 일인지에 대해선 확신하기 어렵다. 조금 더 수월한 인생을 살려면, 나는 먼저 나의 잔고의 상황과 친해져야 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살면서 쉬운 길 보다는 어려운 길을 택했던 나다. 그렇게 어려운 일들을 극복하는 방향으로 살다보면, 그 노하우들이 축적되어 더 나은 사람이 될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돌이켜 생각해보면, 그때 선택했던 어려운 길이 사실은 노가다가 아닌가 싶다. 몸이 힘들기 때문에 노가다가 나에게 도움이 될 어려운 길이라고 착각했던 것 같다. 일을 쉽게 처리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는 경험이 나에게 너무 적게 축적되어, 아쉽다고 느낀 적이 최근에 많다. 현재로서는 업무 처리의 단순화와 내 상황 전반적인 메타 인지가 필요해 보인다.
아무튼, 술기운을 빌려 열심히 글을 적어 내려온 것 같다. 글이 빠른 시간 안에 충분한 분량으로 적혔다. 글쓰기는 항상 감사한 것 같다. 오늘 마신 술과 방어회를 이 글에게 바친다.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