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예수님"

"그분의 뜻인가가"

이성두︱시인᠊수필가


그날, 바라바보다 더 못난, 바라바보다 더 못된

내 죄를 몽땅 안고 아내가 쓰러졌습니다

보라고 봐야 한다고 내 눈앞에서 쓰러지고서야

관절 하나 없는 세상 허재비도 끝내 무너지듯 꿇고

경직된 시월의 밤에 갇힌 벽마저 흐느꼈습니다


팔다리 묶는 바쁜 발소리들은 골고다 언덕을 향하듯

빡빡 민 머리에 재갈을 물리고

죄의 삯을 끄집어내는 일,

그 일은 세상을 지우는 일이었습니다


가시면류관으로 꽁꽁 묶은 머리에는 피가 흐르고,

감긴 눈에는 눈물이 흐르던 밤

적막에 매달린 슬픔엔 온통 핏빛뿐이었습니다


엎드려 빌고, 울며 기도하고.

애꿎은 벽만 두드리던 밤


꺼억꺼억 멈추지 않는 소리, 절제하지 않는 소리.

아! 내가 잘못했다고, 내 죄라고, 제발 용서해 달라고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 죄악들을 눈물로 씻었습니다


죄의 삯이 회개의 삯 되어 천정의 뱀이 사라졌습니다

소리를 찾고 기억을 찾고 믿음마저 찾은 41개월 지난

오늘, 아내는 캘린더에서 생일도 찾아냅니다


때마다 휠체어에 앉은 표정 없는 옆모습이

영판 예수님입니다

흐트러진 머리카락마저 꼬옥 예수님입니다

아내는 생일을 찾고 나는 예수님을 찾았습니다


내게 선악을 알게 하고, 지난 일을 회개하게 하고

감사함을 깨닫게 하고, 간절한 믿음을 갖게 한 아내

당신은 당신의 몸으로 비로소,

내 믿음을 찾게 한 예수님입니다


이브의 눈물_01.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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