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지기능 장애에 대하여

청룡열차를 타다

누구나 2년에 한 번씩 건강검진을 받는다. 현대인의 기대수명이 늘어난 이유가 여기에 있음을 안다

그래서 나는 범생처럼 얌전히 따른다. 올해도 미루지 않고 챙겨 전반기가 넘기 전에 병원을 들렸다. 죄 지은 것도 아니지만 괜히 판결이 나오기 전까지는 긴장하곤 한다. 아무리 배짱이 있다고 해도 이쯤에서는 숙연해지고 또 쫀다는 예기다.

역시 바짝 쫀 상태에서 괜히 의사의 눈치만 살피며 처분을 기다리는 피의자 같다.


건강검진 결과에 대해 소견을 듣는 자리에서

"우하폐에서 결절이 의심되니

CT를 찍어 보자"고 했다

뭐야? 갑자기 뒤통수를 한대 맞는 기분이었다.

그래서 떨리는 마음으로 CT 기계 속으로 들어가는데, 순간 온갖 생각이 뇌리를 스치고 있었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이 기계 속에서 기도했을까 생각하니 실로 엄숙해지더라.

아무튼 진작 거드름 피우지 않고 얌전하게 처신을 기다리는 순한 양 같았음 인지.

하나님도 내 착한 마음을 아시는 이유 때문인지.

다행히 "특이 소견 없음"이리는 판정이 나왔다.

그랬다. 이날 쫄고 있는 아빠의 쓸쓸함에 위로나 용기라도 줄 양으로 마구 달려온 두 딸도 나와 같이 바짝 긴장했는데 천만다행이었다.


며칠이 지나자 건강검진 결과통보서가 도착했다.

그날의 건강검진의 상세 내역이었다.

자세히 살피니 군데 군데 탁탁 걸렸다.

그러니까 정상혈당이 100인데 105가 나왔고, 신장 기능에도 간장 기능에도 조금씩 수치가 높게 나왔다.

그래. 그래. 내 겉 포장이 늙듯 속도 늙는구나


한 해 두 해 세월이 흐를수록

마음도 굳은 살 배기듯

어찌 그리도 담대해지는가

엊그제 같이 의사가 직접 의심을 지적할 때에는 온몸이 위축되어 자라 목 같은 자세로 바짝 긴장했는데, 오늘 건강검진 결과통보서를 보는 눈은 차분하니 침착했다.

그때, 함께 보던 둘째 딸이 경악하듯 소리를 낸다.

"아빠! 아빠! 이게 뭐야?"

가르키는 부분을 보니 '인지기능장애' 난에 '해당'이라고 되어 있는 것이다.


뭐야? 내가 인지기능에 장애가 있다고?


갑자기 혼란스러웠다.


내가, 내가 인지기능 장애에 해당한다니.


늙어 가는 중이란 말인가?

근데, 검사를 하긴 한 건가?

헷갈린다.

피, 뇨검사로 다 나오나 보다.

기가 막힌다.

이상하다 이상하다

이상하다 하면서

다시 살폈다.


검사결과가 아니라

'실시대상자 여부' 난이다

그러니까,

인지기능장애 실시대상자에 해당한다는 의미였음을 알고는...


뭐야, 뭐야?

올해, 내가 검사 대상자에 해당된다는 말이잖아.


정말

정말

호탕하게 웃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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