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박한 고독
청춘은 흑과 백의 시간이던가
까까머리와 두 가닥 땋은 머리는
서로 한마디 말도 못하고 긴장된 가슴에
오롯이 시계 소리를 담고 다닌다지
바람도 없는 내면의 흔들림이거나
보이지 않는 향기이거나, 그것은
가슴 속에서
보이지 않아도 앎이라
까마득한 기억을 더듬고
블랙홀 같은 시간에 이끌리는 것은
미혹의 플라스마에 접근하는 행위인지라
도저히 끊어낼 수 없는 투명의 표면장력 같은
순수의 세상에서나 있을 법한 일인지도 모르지만
행여나 그것을 사모하는 자
가슴에 도란, 도란거리는 샛별이 살기나 할까
밤마다 창가를 서성이다 지쳐
끝내 고개라도 돌리면
날 선 세상 아래 묵묵히 지키는 침목(枕木)뿐
아아, 마지막 한숨도 가고 빈 바람만 남는
아무것도 아닌데, 아무것도 없는데
오직 푸른 소리로 본향을 향하는
흑과 백의 맑은 모습들만 아른아른
아지랑이 같은 여운만 남는
그렁그렁한 눈, 지워지지 않는 포옹
향촌에서의 잊지 못할 추억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