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내 몸을 직시한 순간
생리가 끝남과 동시에 3가지 일을 진행했다.
내 몸을 제대로 이해하고 건강함을 극대화하고자, INTJ 답게 배란일을 피해 계획대로 말이다.
1. 보건소 산전 검사
2. 예방접종 : 독감, 코로나 백신 2차 접종 완료
3. 건강검진
첫째, 보건소 산전 검사
계획임신의 장점은 엄마로서 필요한 예방 접종을 미리 확인하여 맞을 수 있다는 것.
내 몸 상태를 확인하고 필요한 접종을 알기 위해 보건소를 찾았다.
내가 거주 중인 서울에서는 '서울시 남녀 임신 준비 지원 사업'을 시행한다.
https://seoul-agi.seoul.go.kr/smom
온라인으로 건강 설문 참여 후, 본인의 자치구 보건소를 찾아 방문하여 건강검진 및 영양제를 제공받을 수 있다. 나는 미리 B형 간염 예방 접종과 자궁경부암 백신 접종을 끝냈는데, 풍진항체 여부는 알 수 없었다.
풍진은 임신 준비를 하면서 처음 알게 된 질환으로, 발진과 림프절염을 동반하는 급성 바이러스성 질환이다. 임신 초기의 임신부가 풍진에 감염될 경우 유산을 하거나 태아에게 선천성 기형을 유발할 수 있어 산전 검사 진행 시 풍진항체 검사를 한다.
또한, 보건소에서 피검사를 통해 기본 건강 상태 및 난소 나이 검사를 할 수 있다.!
AMH 검사 수치를 통해 수검자의 난소 연령대를 확인할 수 있는데, 이를 알기 쉽게 난소 나이로 표현한다.
임신에 있어선 엄마의 나이가 깡패(?)라고 들었기 때문에, 나름 20대 후반으로서 건강에 자신했다.
난소 나이 역시 내 나이 근처로 떨어지겠거니 싶었는데, 결과지를 받아봤을 때 충격이었다.!
내 나이보다 4살이나 많은 난소 나이가 나왔다..
내 눈을 의심했고 검사지가 잘못된 게 아닌지 몇 번이고 다시 봤지만, 숫자는 변하지 않았다.
그로부터 일주일 내내 AMH 검사와 난소 나이에 대해 검색을 해봤던 거 같다.
열심히 검색한 결과는 난소 나이보다 난자의 질이 더 중요하다는 것.
AMH검사를 통해 남아있는 난소의 기능을 확인하는 것이고 이를 통해 난소의 난자 개수도 추정할 수 있다.
난소 나이가 들수록 난자의 개수 또한 줄어든다고 보면 된다.
내 케이스로 보자면, 32살의 여성 난소의 평균 난자 개수 정도를 내 난자가 갖고 있다 유추할 수 있다.
하지만 난소 나이가 본인 나이보다 많이 젊다고 마냥 좋은 것이 아닌 게,
본인의 나이보다 난소 나이가 지나치게 젊다면 다낭성 난소증후군을 의심해봐야 한다.
따라서 오차 범위 내에서 근사치의 나이가 나오는 게 제일 좋다.
나처럼 오차범위를 초과하여, 난소 나이가 본인 나이보다 많다고 하더라도 괜찮다고 말할 수 있다.
(물론 마음은 뜻대로 편하지 않겠지만, 그럼에도 처음의 충격에서 벗어나서 마음을 다잡을 수 있다.)
어차피 난소는 한 달에 한 번 하나의 난자를 배출하기 때문에, 난자의 개수가 넉넉히 많거나 조금 적다고 해서 임신에 문제가 생기는 것은 아니다.
난자의 개수는 가임기의 기간을 대변할 뿐, 난자의 질을 뜻하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난자의 질은 여성의 실제 나이로 결정되기 때문에, 난소 나이가 많더라도 실제 나이가 젊다면 괜찮다는 것.
아직은 20대임에 스스로 위로했고, 30대가 되기 전에 산전 검사를 통해 난소 나이 검사를 할 수 있어 다행이란 생각을 했다.
만약 주위 친구 중에 이제 막 결혼했거나 임신 생각이 있다면, 산전 검사를 꼭 추천한다.
보건소 산전 검사는 비용이 발생하지 않으며, 내 몸의 상태를 정확히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둘째 : 예방 접종 (독감, 코로나 백신)
매년 가을쯤 돌아오는 독감 예방 접종, 나는 회사에서 무료로 독감 예방 접종 지원을 해줘서 바로 맞을 수 있었다. 배란일 전에 빠르게 독감 접종을 맞았고 무탈하게 극복했다.
그리고 돌아온 코로나 백신 2차 접종 안내 문자. 임신 준비를 하다 보니 코로나 백신에 대해서도 큰 걱정이 있었다. 코로나 백신을 맞을 때 두드러기 반응이 있을 수 있다는 글을 보고 더욱 걱정하기도 했다.
1년 전부터 원인 모를 두드러기(묘기증)가 생겼기 때문이다. 시간과 온도 등 규칙성 없이 따갑고 간지럽다가 피부가 확 부풀어 오르곤 했다. 원인을 찾고자 피부과를 찾아 알레르기 검사를 했지만 고양이 알레르기 외 별도 특이점은 없었다. 이 때문에 혹여나 코로나 백신을 맞으면서도 두드러기가 올라올지 걱정했으나 다행히 무탈하게 2차까지 접종을 완료했다.
셋째 : 건강검진
회사에서 받을 수 있는 건강검진을 신청했고, 매년 검진받았던 수면 위 내시경을 신청했다.
그리고 접수처에서 본의 아니게 접수원과 실랑이 아닌 실랑이(?)를 벌였다.
바로 문진표에 작성한 '임신 가능성 있음' 때문.
검진 당일은 배란일 직후였고, 당연히 임신테스트기는 단호박 한 줄인 날짜였다.
당장 임신이 된 게 아니기 때문에 건강검진은 평범하게 해도 된다고 생각했고, 혹여나 찝찝한 엑스레이 촬영만 피할 생각으로 병원을 방문했다.
그런데 접수원은 임신 가능성이 있다면 수면 위 내시경뿐만 아니라 골밀도, CT가 포함된 기타 항목도 진행이 어렵다는 것이었다.
"괜찮지 않나요?", "그래도 미루시는 게.."를 접수원과 반복하다 기본 검진만 받기로 했다.
받지 못한 검사들은 임신이 아니라면 한 달 뒤에, 임신이라면 출산 이후 6개월 이내에 검사를 받을 수 있도록 연기처리가 됐다.
위가 안 좋아 매년 위 내시경을 해야 하는데.. 30만 원을 내고 3만 원 치 검사만 받은 기분이었다.
보통 이른 오전에 도착하여 점심이 돼야 끝났던 건강검진이 1시간 만에 후딱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매년 하던 일을 갑자기 못하게 되니, INTJ 특성상 계획이 틀어진 것에 당황스럽기도 혼란스럽기도 했다.
임신 가능성만 있음에도, 나는 '보호받는 사람'이 되었다는 것이 새삼 놀랍기도 했다.
건강검진 결과 비록 난소 나이는 4살 많았지만 기본 건강은 무탈했고, 간 우엽에 작은 낭종은 꾸준히 검진하면서 지켜보면 된다. 미뤄둔 위 내시경 때 건강한 위를 갖고자 덜 자극적이고 덜 짠 음식을 먹으려고 노력하기 시작했다.
무탈하다.
이 소중한 하나의 감정이 주는 평안함과 기분 좋은 차분함은 어떤 준비가 되었음을 스스로에게 일러주는 기분이었다. 막연히 불안했고 그저 괜찮거니 믿기만 했던 것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작은 확신과 나름의 평화를 얻었다.
그 덕일까.
그 달 말에 나는 임신테스트기에서 2줄을 확인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