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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작가 Jan 22. 2022

변화에 익숙해지다

7. 엄마로 바뀌는 내 몸과 마음

낯설고 어렵기만 했던 임신. 몸이 변화하면서 몸뿐만 아니라 내 마음에도 큰 변화를 일으켰다.

예상치 못하게 몰아치는 파도처럼 입덧과 호르몬으로 인한 감정과 피부의 변화, 컨디션 난조까지.

하지만 임신 중기가 되자, 이제 막 서핑을 시작한 서퍼처럼 나름대로 변화의 파도를 탈 수 있게 되었다.


임신 기간은 보통 3기(초기, 중기, 말기)로 나눌 수 있는데

월경 시작일로부터 13주를 초기,

14주 시작일에서 28주까지 중기,

29주 시작일부터 40주까지 말기로 본다고 한다.


나 같은 초산맘에겐 40주는 아득했고, 계획이 중요한 INTJ의 성격에 임신은 계획할 수 없는 일들의 연속이었다. 특히나 컨디션 난조에 따른 숙면 부족은 정신적 타격이 컸다. 수험생 시절에도 잠이 중요했던 나였기에, 숙면을 취하지 못하는 기간엔 더 피로하고 힘들었다.

오랜만에 얼굴을 보는 친구도, 엄마도 내 얼굴을 볼 때마다 많이 상했단 얘기를 들었다.


임신 초기 나의 변화는 크게 1. 신체적 2. 정신적 변화로 나누어 볼 수 있다.


1. 신체적 변화

 1) 잠

<초기> 숙면을 취하지 못했을 때 vs <중기> 숙면을 취했을 때


초기에는 낮잠이 느는데, 그만큼 밤에는 제시간에 잠들기 힘들었다.

늦게 자는 만큼 숙면하기 힘들고 또 새벽에 깨면 다시 잠에 들기 어려웠다.

애플 워치를 차고 자면서 수면 트래킹을 하는데, 숙면을 취하지 못할 때와 취할 때의 차이가 크다.


 2) 입덧

원래도 입이 짧아서 음식을 많이 먹을 수 없는데, 음식을 적게 먹고 나면 또 금방 허기지다.

이 때문에 평소보다 더 많이 먹으면, 배탈이 나거나 토를 하기도 한다.ㅠ

소화는 쉽지 않고 체해도 쉽게 약을 먹기 힘든데, 울렁거리는 입덧까지 겹친다면.. 괴로움의 연속이다.

그나마도 쌀밥/김치/냉장고 냄새에는 괜찮은 걸 봐선 입덧이 심한 편이 아니었는데도 괴로웠다.ㅠ


게다가 울렁거리는 입덧을 피하기 위해, 입에서 당기는 건 매콤한 음식들이었다.

원래도 매운 걸 못 먹는데, 매운 게 당긴다니... 이는 내 입맛이 아니었다. (아마도 남편의 입맛ㅎ)

입에서 받는 건 매운 음식뿐인데, 속에서는 매운 건 잘 먹질 못하니 이 때문에 또 배탈이 났다.ㅠ


 3) 꼬리뼈 통증 

임신 중기가 지나면서 임신부들이 치골통을 느끼기도 한다. (환도 선다라 부르는..)

그런데 임신 초기임에도 꼬리뼈가 시큰거리며 아픈 통증이 생겼다.!

허리를 숙일 때나, 앉았다 일어설 때 꼬리뼈와 치골 근처가 시큰거리며 아팠다.

참다 참다 산부인과 정기 진료 때 의사 선생님께 물어보니 호탕하게 웃으며 이렇게 말씀하셨다.

"평소에 생리할 때, 허리가 자주 아팠어요? 그래서 그래요. 호르몬 때문이죠."


왜 임신부들은 몸조심하며 천천히, 조심히 움직여야 하는지 몸소 깨달으며 지내게 되었다.


 4) 기타 신체적 변화

호르몬의 변화에 따른 피부의 작은 트러블들과 진하게 내려온 다크서클.

임신선이 생기고 없던 털이 배에 조금씩 생기기 시작하고 가슴도 커졌다.

아직 배가 많이 나오지 않았음에도, 혈액을 나눠 쓰기 때문에 평소의 빠른 걸음걸이대로 걸으면 숨이 찬다.

필라테스나 볼링, 러닝 등 운동을 좋아했지만, 강한 운동도 할 수 없었다.

이에 따라, 팔다리는 가늘어지고 배만 조금씩 나오는 몸이 되었다. (내 근육..)


2. 정신적 변화

 1) 피로감

호르몬의 여파 때문일지, 점심만 되면 기절하듯이 낮잠을 잤고 저녁에도 졸다가 밤에 얕은 잠을 잤다.

코로나의 여파로 지금 회사는 재택과 출근을 반복하는데, 출근만 하면 피로감에 오후 업무가 크게 지쳤다.

 2) 무기력함

계획과 행동으로 사는 INTJ의 인생에 평생 이렇게 게을렀던 적이 없었다.

무기력함에 따른 지치는 기분으로 생활 패턴이 불규칙적으로 망가졌다.

호르몬 때문일지, 제 때 자지 못한 잠 때문일지, 코로나로 밖을 나가지 못하기 때문일지...

이 때문에 불규칙적인 감정 변화로 이유 없이 지치기도 했다.


최대한 감정적으로 살지 않으려는 성격이었기 때문에, 나는 임신 때문에 우울하거나 지치진 않을 줄 알았다.

그럼에도 무기력함에 우울하거나 지칠 때도 있었다. 두 손 두 발 다 들어버린 것.

만약 감정적으로 더 예민한 사람이 임신을 한다면 더 쉽게 지칠 수 있지 않을까란 생각도 들었다. 

그러니 임신이라는 일이 얼마나 마음의 힘이 필요한 일일지... 다시 한번 깨달았다.



그래서 마음의 힘을 기르기 위해 나름의 방법을 고민했다.

움직이고, 고민하고, 배워라!


1. 매일 조금씩이라도 산책하자

산책을 좋아하는 사람들과 점심 먹고 조금이라도 걷고, 퇴근하고 남편과 함께 산책을 한다.

매일 보는 풍경과 매일 걷는 거리지만, 매일 새로운 마음으로 걸으려고 애쓴다.

그날의 내 기분, 그날의 내 고민, 그날의 내 감정을 곱씹으며 뱃속의 아기와 함께 긍정적인 마음만 공유하려고 애쓰면서 말이다. 때로는 함께 걷는 이에게 자잘해서 쉽게 입 밖으로 말하지 못한 고민들도 던져본다.

굳이 내 감정과 생각을 남에게 이해시키려고 애쓸 필요가 있을지, 말해도 바뀌지 않는 것들을 얘기할 필요가 있을지를 먼저 생각했던 나였다. 하지만 그럼에도 내 감정을 토해내고 리프레쉬하기 위해서 가까운 이에게 자잘한 투정도 부려본다. 한 걸음 한 걸음 나와 아기를 위한 마음의 힘을 기르고자 말이다.


2. 똘똘한 태교로 다음을 고민하자

재택 할 때마다 매일 2편씩 '금쪽같은 내 새끼'를 시청했다. 2020년 시작부터 2022년 현재까지 한 편도 빼지 않고 봤다. 어떻게 하면 좋은 엄마가 될 수 있을지 고민하면서 더 나은 내일을 고민할 수 있도록 열심히 배우며 나름대로 '오은영 박사님의 태교'를 하고 있다.

번호에 따라 색깔을 맞춰 그리는, 미술 태교

미술 태교도 하면서 마음의 안정도 찾고 예쁜 인테리어 액자까지 만드는 1석 3조의 효과였다.

완성한 그림을 예쁘게 걸어두었다!

또한, 잡생각이나 마음의 불편함을 버리고 정리하면서 미술 태교도 할 수 있는 그림 그리기를 했다.


3. 정보를 찾고, 책책책을 읽자

나름 MZ세대로 정보를 능동적으로 찾으며 걱정을 줄이고, 주차 별 필요한 정보를 습득했다.

특히나 12주쯤 진행하는 1차 기형아 검사 전에 태아보험을 들어두면 좋다고 한다.

그렇기에 나에게 그리고 아기에게 알맞은 태아보험을 선택하고, 필요한 영양제들도 챙기고, 간혹 가다 내 몸에 생기는 변화 때문에 혼란스러울 때에도 공부가 가능했다.


가장 빠르게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건 역시 카페의 커뮤니티다.

내가 이용한 정보는 아래와 같다.

- 네이버 카페, 맘 카페

- 유튜브, 주요 육아 채널

- 인스타그램, 각종 육아 채널

- 어플, 마미톡 & 베이비빌리 등


그리고 동네 도서관에서 육아 책을 사다 읽기 시작했다.


이렇게 마음의 힘을 기르며 차츰차츰 몸과 정신의 변화에 적응할 무렵... 성별을 알게 되었다.


임신 중기. 점차 엄마로서의 삶과 미래가 선명히 그려지는 기분이었다.

지금까진 당장의 오늘 하루를 버텨내며 충실했다면, 

이제는 단단해진 마음을 기둥 삼아 우리 가족과 엄마의 삶을 살아낼 미래의 나를 그려가는 것.

이것에 충실해져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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