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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작가 Aug 31. 2022

걱정을 사서 하다

13. [0-5주 차] 낯선 외계인과의 생활을 시작하며

네이버 국어사전 검색 시

걱정을 사서 한다는 관용구가 있다.

위 예문처럼 시간이 지나면 해결될 일인데도 말이다.


속싸개에 고이 싸인 아이를 보면

머리가 몸의 약 1/3을 차지하는, 어쩌면 작은 외계인과도 같은 신생아는 너무나 작고 연약해 보인다.

이 작은 생명을 책임져야 하는 부모로서 우리는 걱정을 사서 하느라 매일 잠이 부족했다.


신생아는 모든 면에서 장기 기관이 미성숙하다.

그렇기 때문에 부모가 하나부터 열까지 밀착 케어하며 아기의 불편함을 해소해줘야 한다.


- 아기의 위는 작고 미성숙하기에 항상 트림을 시켜줘야 하며,

- 밥을 먹을 때도 공기가 들어가지 않도록 젖병의 각도와 입술 모양을 조정해야 하고,

- 자신의 배고픔을 까먹고 밥 먹다 졸 때는 조심스럽게 깨워야 하며,

- 방귀 뀌는 것도 어려워 배 마사지를 틈틈이 해주며 소화를 도와야 한다.

- 자기 팔다리가 자기 것인지 몰라 화들짝 놀라지 않도록 싸개를 싸주고,

- 졸린 데도 어떻게 자는지 모르는 아기를 재워주기도 해야 한다.

베베플러스 출처

특히나 신생아는 잘 먹고 잘 자고 잘 싸는 것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먹거나 자거나 싸는 데 불편한 것이 있을 때마다 폭풍 검색을 하며 쉬는 시간을 보냈다.


그러다 보니 아기와 함께 있을 때는 아기를 관찰하며 맞추느라 진이 빠지고,

잠든 아기 덕에 잠시 쉴 때는 아기의 상태와 관련하여 궁금한 것들을 검색하며 확인하느라 진이 빠진다.

물론, 밤중에도 수유를 해야 하는 아기 덕에 밤에 못 자는 건 기본...


당장 휴대폰만 들어도 인터넷 검색과 유튜브, 인스타그램 등 육아에 대한 지식과 정보가 넘쳐나는 시대.

'잘 몰라서 아기 보기 힘들다'란 말은 통하기 어려운 시대다.

그렇기에 요즘 부모는 바쁘고 또 바쁘다.!


왈카닥 토하는 아기 모습을 보며 침착함을 유지하는 부모는 없을 것이다.

잘 게워내는 아기에게 수유 자세와 수유량, 분유가 잘 맞는지 등 이것저것 체크해야 하고

매일 분유 타듯 매일 걱정을 한 스푼씩 넣길 반복한다.



1. 몸무게 걱정 한 스푼

아침 일과는 매일 똑같다. 아기를 안고 체중계 위를 오르락내리락하며 무게를 재본다.

혹여라도 몸무게가 잘 늘지 않거나 빠지는지 체크하고, 오늘의 몸무게 기준으로 알맞은 수유량도 체크한다.

*(아기의 몸무게) x 150 = (하루 총 수유량)

*(하루 총 수유량) / (하루의 수유 횟수) = (한 번 수유할 때 먹을 적정량)


2. 태열 걱정 한 스푼

여름에 태어난 아이답게 태열 걱정은 필수다.

온습도계는 2개 이상이 필수 (심지어 일부러 다른 브랜드로 사는 사람도 있다.!)

아기가 생활하는 침대와 매트 근처에 온습도계를 두고 민감하게 반응한다.

주기적인 환기도 필수.! 에어컨 냉방을 가동한 채 창문을 활짝 연다. 환경 파괴에 대한 죄책감과 함께ㅠ

아직은 체온조절이 미숙한 아기에게 일정한 온습도를 제공해줘야 한다.

*적정 온도 : 22~26도

*적정 습도 : 50~60%

**여름의 에어컨 컨트롤로 온도 스트레스였다면,
   가을을 맞이하며 건조한 습도를 올리기 위한 가습기 스트레스가 시작된다.

    그 결과.. [초음파/가열식/기화식 * 각종 브랜드 = 폭풍 검색과 비교].. ㅠㅠ


3. 분유 걱정 한 스푼

조리원에서부터 먹던 분유를 잘 먹는다면 굳이 분유를 바꿔줄 필요가 없다.

분유를 바꾸는 행위 자체가 아기에게 무리일 수 있기 때문.

우리 역시 몸무게가 잘 늘고 있기 때문에 최대한 분유는 바꾸지 않으려고 했다.

하지만 몸무게 대비 적정 수유량만큼 분유를 먹지 않았고 쉽게 게우고 토하길 반복했다.

갈수록 토의 빈도와 양이 늘었기 때문에 걱정되어 소아과도 방문했지만, 몸무게는 이상 없이 잘 늘고 있기 때문에 우선은 지켜보자는 주의였다. 한 달이 넘도록 수유량이 늘지 않자 결국 의사는 분유 변경을 권유했고 우리는 또다시 폭풍 검색과 비교를 통해 분유를 변경했다.

다행히도 분유량이 쭉쭉 늘며 적정 수유량만큼 잘 먹었고, 소위 말하는 건강한 노란색 황금변도 볼 수 있었다.

(그전까지는 진녹색 변을 봄. 진녹색 변도 건강한 변임)

*국내 분유 -> 해외 분유 : 게우는 아기에게 유명한 압타밀(독일 내수용)

**단, 분유를 바꾸기 전에 현재 수유의 방법에 이상이 없는지 먼저 확인해야 한다.

   수유의 자세와 젖꼭지의 사이즈 및 젖꼭지를 무는 아기의 입모양과 방향, 젖병 등..

   수유를 하면서 공기를 최소화하는 방향 + 트림도 잘 시켜야 한다.

(우리는 분유를 바꾸기 전에 젖병을 4번 바꿨다. 결국엔 공기 유입 최소화하는 닥터브라운 젖병 정착.!)


이 밖에도...

유산균과 비타민D도 먹여야 하고,

이따금씩 팔다리를 부르르 떠는 것도 왜 그런지 알아야 하고,

이상하게 코 고는 소리와 쌕쌕 대는 숨소리, 한밤의 용쓰기가 이상이 없는지도 확인하고,

낮잠과 밤잠을 어떻게 스케줄링하여 아기의 숙면을 도와야 할 지도 정리하고,

수유 텀과 잠 텀을 조절하여 100일에 통잠 자는 기적을 만드는 일도 꾸려야 한다.


이 걱정 한 스푼, 저 걱정 한 스푼씩 더하는 데다,

틈틈이 집안일도 해야 하고, 핫딜 최저가를 검색하여 필요한 것들을 구매하고 장도 본다.

육아와 살림도 하면서 출산 후 망가진 내 몸과 정신을 회복하는 것도 놓칠 수 없다.

하지만 제 때 식사를 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다행..!

세수는커녕 양치할 틈도 타이밍을 놓치면 어느새 나는 뒤로 밀려나 사라진다.

* 육아 >>> 살림 > 내 몸


이런 일상이 반복되면서 점점 지쳐간다.

나를 위해 살아온 날들만 있었지, 나 아닌 다른 이를 위해 살아간 날은 없었기에.


극복해야 했다.

반복된 일상, 오늘 하루를 하는 것 없이 지나가는 것처럼 느끼지 않도록.

나 자신을 지켜내면서도 원하는 모든 걸 잘 처리할 수 있도록.



INTJ는 어떤 과제에 당면하면 꼼꼼하게 분석하고 분류하여 효율적인 해결책을 고심한다.

나 역시도 가치 있는 내 하루를 지키기 위해 매 순간 고군분투하며 적절한 방법을 찾고 있다.


1. 적극적인 도움 요청

신생아기엔 밤중 수유와 용쓰기 소음으로 인한 불면증과 누적된 피로가 쌓인다.

피로를 회복하고 육아 전념을 위해선 잘 먹고 잘 자는 게 중요하다.

상황이 여의치 않더라도 뭐든 좋은 건 입에 쑤셔 넣고, 먹을 수 있을 때 무조건 먹어야 한다.

각종 비타민과 영양제, 삼시 세 끼와 식후 디저트까지. 어떻게든 입에 넣고 소화시켜야 에너지가 생긴다.

*일어나면 씻고, 밥 먹을 때 밥 먹고, 식사 후에 양치와 커피 한 잔 마시기


그래서 친정과 시댁 가릴 것 없이 반찬 요청을 했다.

식사를 차리는 시간만 줄여도 밥을 챙겨 먹기 편하기 때문이다. 한 번 타이밍을 놓치면 밥이든 세수든 할 수 있는 시간이 없다. 친정과 시댁에게 공수받은 미역국과 반찬 몇 가지를 냉장고에 쌓아두고 밥때가 되면 빠르게 꺼내 먹고, 아기 낮잠 시간에 틈틈이 씻고 커피도 마시고 스트레칭도 한다.

또한, 아기가 병원에 갈 때나 엄마의 낮잠도 필요할 때 친정엄마에게 적극적으로 도움을 요청한다.

처음엔 많이 미안하기도 하고 혼자서 해결해야 한다 생각했다.

그러나 '한 아이를 키우는 데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처럼, 적절한 도움을 받으며 함께 육아하는 것은 아기에게도 나에게도 긍정적으로 작용한다.


2. 저녁의 환기 타임

집안에 고여있는 탁한 공기를 환기하는 것만 중요한 게 아니다.

집안에만 머물러 있던 나 자신도 밖으로 내보내는 것 역시 맑은 정신을 되찾기 위해 중요하다.


저녁에 배우자가 퇴근해 아기를 돌볼 수 있을 때 바통터치를 한다.

그날의 쓰레기 배출 담당이 되어 하루 10분 정도는 밖으로 나간다. (나름 잠깐의 육퇴다.!)

그러면서 산책도 하고 어느새 변한 공기의 온도와 계절의 변화를 체험한다.


특히나 내게 2022년은 집콕의 한 해였다. 

코로나 때문에 임산부 배려를 받아 재택근무를 했고, 아기를 낳고 나선 당연히 밖에 나가기 힘들었다.

봄날의 햇살과 여름의 더위는 스쳐 지나갔고 어느새 가을의 바람이 시원하게 불어오는 걸 느꼈다.

언제 이렇게 날이 변했는지 시간이 지났는지 몸소 느끼며 환기해본다.

이 환기 시간을 통해 오늘을 잘 마무리하고 내일을 잘 보낼 수 있는 준비를 한다.

늦은 저녁 아파트 단지에 핀 가을 풍경_맑은 하늘과 예쁘게 핀 꽃을 보며

이제 막 시작한 육아, 나만의 방식을 꾸리며 가족의 건강과 행복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해 본다.

이 때문에 비록 걱정을 사서 하더라도 결국엔 시간이 지나면 해결될 일이니.


 오늘의 소중함을 잃지 않고 긍정적으로 

*하루하루 커가는 아기의 모습을 사랑하며 지켜주고

*육아라는 새로운 과업을 함께 헤쳐나갈 배우자를 아끼고

*무엇보다도 임신과 출산의 고된 길을 지나,

 육아도 잘 해내기 위해 노력하는 나 자신을 존중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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