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낭만노화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명랑한자몽 Sep 05. 2019

네가 나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우리 1호는 잠버릇이 꽤 드럽
아니 좋지 아니한 편이다.

분명 수면교육이 잘 이루어져 4개월부터는 쭈욱 혼자 자던 수면에 있어서는 효자 중 효자였는데
그 욕 나온다는 18(이건 욕 아니었구요. 발음 약하게 했구요. 진짜구요.)개월부터 급변하여 그때부터 쭈욱 욕이 나오게 하는 중이다.

그래서 2호도 18개월이 너무너무너무 두려웠는데.
다행스럽게도 1호에게만 해당되는 것이었나 보다.

아무튼 1호 그녀는 조용하게 지나가는 밤이 거의 없다. 육퇴 후 꿀 같은 자유시간을 마치고 안방으로 들어가려고 하면,
혹은 꿀 같은 자유시간이 마무리될 즈음이면,
혹은 이제 막 곤히 잠에 취하려고 하는
그 찰나에 꼭 나의 이름을 불러준다.
(정말 욕 많이 나올 때 있.. 많고요..)

그렇다고 내가 그녀의 방에서 함께 붙어 자면 괜찮으냐 그것도 아니다.
꼭 여서일곱여덟아홉열열한(모르겠다;)번쯤은
소리를 지르거나 운다.
그래서 웬만해선 절대 같이 자고 싶지가 않다.

으아아아아아앙 엄마 엄마 엄마
(아무리 불러도 안 오면 아빠를 부르기 시작하고 그래도 안 오면 할머니를 부른다.)
철컥
괜찮아괜찮아.


그러면 꼭 대답을 한다.
‘네.’

문제는 그 대답하는 목소리가 너무 사랑스럽다.
사르르 마음이 녹아지려고 한다.

옆에 누워서 그녀의 팔을 살며시 잡아본다.
통통한 그 팔은 내 마음을 퐁신퐁신하게 한다.
이 육중한 엄마의 몸에도 가장 살이 없는 부분인 팔목부터 팔꿈치까지가
너는 어떻게 이렇게 포동포동 보드라운 거니.

기지배. 치사하다. 진짜.
사랑스러우면 다냐 진짜.

엄마는 또 이렇게 지고 만다.
안방 문을 열고 나왔던 그 헐크는 온데간데없다.

나는 약자다.
너에게 그저 지극히 약자다.

그래도 잘 자주면 좋을 텐데.
그러면 진짜 더 사랑스러울걸?
오늘 밤은 좀 부탁해.
나도 개운한 아침을 맞이하고 싶어.




그게 너에게도 좋을 거야...............................

매거진의 이전글 어른이 되고 싶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