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남자가 결혼 6주년 선물로.....
두 남녀가 있다.
여자로 말할 것 같으면,
운동을 한다면 예쁜 운동복과 신발부터 구비하는, 그런 구색 갖추기를 좋아하는 여자이며
하나에 꽂히면 진짜 질릴 때까지 그 노래만, 그 음식만, 그 생각만 하는 경향이 짙고
누군가와 말을 할 땐 비언어적 표현과 의도에 지나치게 신경 쓰는 스타일이다.
계획적이고 치밀하기보다는 즉흥적인 것을 즐기고, 좋게 말하면 임기응변에 강하다.
애교가 많지만 종종 질문에 함정을 넣어서 상대의 진심을 알아내길 시도하는 고약한 버릇을 가졌고,
장난끼 많고 명랑한 것 같지만 관계에 있어 겁이 많은 소위 회피형의 여자이다.
남자로 말할 것 같으면,
운동을 그다지 좋아하지도 않을 뿐 아니라 옷은 더위와 추위로부터 나를 보호하는 것이고
안경은 앞을 선명하게 보게 해주는 한낱 도구에 지나지 않는다.
어떤 것에 쉽게 빠지기보다 오래 두고 보고 생각하며 마음먹은 것은 끝을 본다.
내뱉은 말에는 숨은 의도가 없고, 상대의 말을 곧이곧대로 해석하며
감정이 얼굴로 다 드러나는 투명 물고기이다.
무슨 일이든 계획을 세워야 마음이 편하고, 약속시간보다 족히 30분은 여유를 두어야 하는 사람이다.
매너는 없지만 다정하고, 센스는 없지만 신뢰는 가는 그런 스타일의 사람이다.
오랜 기간 동안 말도 없이 여자를 지켜보던 남자는,
자신의 인생 목표가 윤곽을 드러내자마자 그 여자에게 고백하였고 그때부터 직진하였다.
그 여자는 전혀 생각지도 않았던 남자지만 뭘 믿고 그러는지 적극적인 그 남자가 궁금하기 시작했다.
대학 때부터 김연우를 좋아하던 여자의 취향을 파악해
여자의 의사는 묻지도 않고 다짜고짜 크리스마스이브 김연우의 공연을 덜컥 예매해둔 그 남자는
그렇게 그 여자와 첫 데이트에 성공한다.
남자는 연애 때부터 로맨티스트도 츤데레도, 그렇다고 나쁜 남자도 아닌
애매한 노선을 걸었다.
유머도 없고 꼿꼿한 듯 한 그 남자는 연애가 시작되자마자 애칭을 불러댔고,
장난끼 있고 애교가 많은 것 같지만 닭살스러운 것을 못 견디는 여자는 그것이 어색했다.
아기자기한 것을 좋아하는 그 여자는 도리어 기념일 같은 것엔 관심이 없었고,
아기자기함이라곤 전혀 찾아볼 수 없는 그 남자는 만난 지 100일째 되던 날
선물로 꽃다발과 아이팟 3세대를 내민다.(그것도 '남편'이라는 각인 서비스까지 넣어서)
그렇게 그는 주목할 만한 기념일마다 달달한 편지와 선물을 준비하지만,
말이나 행동에 있어 의도나 의미보다는 실체와 현상에 집중하는 터라
진짜로 지독하게 여자 마음을 모르는 남자이기도 했다.
그래서인지 두 남녀는 매일을 전시와 휴전으로 꽉꽉 채운 연애를 했다.
그러나 다년간의 연애로
'변치 않는 온도로 사랑해주는 것이 최고'라는 신념을 가지게 되었던 여자는
아주 잦은 빈도로 속을 터뜨리지만
한결같이 자신을 귀여워해 주는 이 남자를 평생 보기로 작정한다.
그렇게 그들은 햇수로 3년째 되던 해에 결혼을 한다.
남자는 연애 때도 그러했듯
가끔 퇴근길에 꽃을 사 오기도 했고,
결혼기념일, 생일, 임신, 출산이라는 굵직한 날마다 선물을 안겨주었다.
대부분 여자의 핀트나 예상에서 빗나가는 선물들이었지만 항상 진심을 담은 감동적인 편지가 함께였고,
여자는 그때마다 남자의 진실함에 감동했다.
함께 봄, 여름, 가을, 겨울
또다시 몇 번의 계절이 차곡차곡 쌓여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