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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명랑한자몽 Jan 09. 2021

삼한일온(三寒一溫) 워킹맘


이 복잡한 코로나 시국에 난 복직을 했다.

식사시간과 이를 닦는 시간, 잠깐 물을 마실 때를 제외하곤 하루 종일 마스크를 쓰고 있었다.

처음엔 호흡곤란이 오는 것(?) 같았지만 이내 적응이 되더라 참.

그러다가 9월경부터는 2시쯤이 되면 목과 어깨가 너무 무거웠다.

피곤해서 그런가 보다 했다.

그리고는 일주일에 이틀에 한 번꼴로 투통이 왔다. 진통제를 너무 자주 먹어야 했다.

병원에 갔더니 목디스크란다.

팔꿈치에서 피가난 줄도 모르고 놀던 아이가

“어머 너 팔꿈치가 왜 그래? 피나는데?” 이야기를 듣고는

그때부터 돌연 팔을 쓰지 못하게 되는 것과 같은 이치라고 말하고 싶진 않지만

목디스크 진단을 받고 난 후 머리가 더 아프고, 어깨도 더 아팠다.

도수치료가 시작되었지만,

12월경에는 머리와 어깨가 너무 아파서 이러다 죽겠다 싶었다.


엄마의 통증은 다정함과도 직결되어있는 것 같다.


퇴근하고 오면 나는 힘이 화로 다 옮겨간 헐크가 되어 있었고,

언제나 그랬듯 쏟고 어지르고 싸우고 안 먹던 나의 친구들인데 더더욱 화가 마이 났다.


어떤 날은 실오라기만큼 남은 이성으로 겨우겨우 화를 참았고,

어떤 날은 그마저도 끊어져 헐크를 발현해냈다.

그리고 또 어떤 날은

이러려고 복직을 했나,

아니 난 복직을 안 했어도 이렇게 사랑이 없는 엄마였을 거야,

뭐하나 제대로 하는 것도 없으면서 화만 내고 있는 엉망인 사람이다 

라고까지 삽질을 해대며 슬퍼했다.


하루는 남편이 일찍 퇴근을 해서 저녁 육아를 함께 했다.

1번 친구가 잠을 자러 들어가면서 나에게 말했다.

“엄마, 오늘은 행복해요?”

“응, 엄마는 언제나 행복한데. 왜?”

“엄마가 오늘은 힘이 난 거 같아서요.”


너무 슬펐다.

너무 괴로웠다.

다섯 살 인생에게 뼈를 제대로 맞아버렸다.


차라리 내가 화를 낼 때 왜 화를 내냐고! 예쁘게 말해달라고 항의를 해주면 마음이 덜 아팠을까

이리도 쭈욱 몇 날씩이나 안 따뜻해오고 있는 엄마에게 이리도 따뜻하게 말해주면 더 쓰리고 아프다.


내 나름대로는 온 힘을 다해 살아오고 있지만

내 마음속에는 늘 괴로움으로 미안함으로 가득 채워진다.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면서도

나는 이게 최선이었다고 말하고 싶지만

사실 알고 있다.

이게 최선은 아니라는 것.

하지만 또 생각한다.

나는 더 이상은 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고.

그렇지만,

더 이상은 할 수 없는 것이 과연 최선일까

그걸 최선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그건 나도 모르겠다.


얼마 전 나는 방학을 했다.

그리고는 폭설이 내렸고 친구들과 나는 집에 갇혔다.

따뜻한 날의 세 배쯤은 차가운 날로 보내온 엄마의 눈빛이, 말이

요 며칠의 날씨와 같은 행보는 아니길 바란다.


나는 무척이나 따뜻하고 싶다.

이런 바람처럼 너희도 그렇게 따뜻하다 느끼는 엄마와의 시간이길 바란다.

온온온온은 바라지도 않으니

그냥 그래.

오늘을 온전히 溫으로 사는 엄마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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