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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명랑한자몽 Apr 26. 2021

소리


제이슨 므라즈의 ‘lucky’

이미 너무나 많은 이들이 알고 있는 유명한 곡일 테다.

그 노래 안엔 나의 25살 늦여름이 들어있다.

이직을 앞두고 퇴직금을 털어 혼자 급 떠났던 캐나다는

푸른 하늘과 커다란 솜사탕 구름이 가득한 곳이었다.

친구를 만나고 싶어 일부러 숙박도 도미토리를 찾아갔었고,

그 덕에 낯선 도시를 혼자, 때론 꽤나 낯선 이들과 함께 누볐었다.

나의 낯선 2주의 시간 내내 함께 했던 것이 바로 유선 이어폰을 통해 흘러나왔던 ‘lucky’이다.


‘lucky’란 노래는 나에게 25살의 캐나다이다.


내가 참 좋아했던 드라마 속 남자 주인공은 음향감독이었다.


소리는 어떤 힘이 있다.


전화기 너머로 전해지는 상대의 목소리로 그 사람이 어떤 시간을 보내고 있는지

어떤 무게를 견뎌내고 있는지 어떤 마음으로 오늘을 지나고 있는지 느낄 수 있다.

들려오는 노래 하나로 창 밖에 내리는 비는 한층 더 슬퍼지고 감정은 깊어진다.

배경음악 하나로 영화의 컷은 전혀 다른 분위기를 자아내기도 한다.


소리에는 추억이 담기며, 감정을 끌어내는, 과거를 소환해내는 능력이 있다.


소리는 그런 힘이 있다.




요즘 내가 하고 있는 루틴을 마치고 돌아오던 길이었다.

곧 비가 쏟아질 것 같아 몇 번이고 초록창에 날씨를 검색해가며 초조하게 걸었다.

날씨 탓일지 pms탓인지 기분이 자꾸만 내려앉고 있는 찰나였다.

‘집에 가고 싶죠, 집에 가고 싶을 거야. 그럴 때 이 노래를 초콜릿처럼 ~’

이 벨소리면.. 엄마다.


“여보세요.”

“엄마 20분쯤 도착한대!”

“20분? 응, 알았어. 엄마.”


요즘 자주 비가 내리고 있는 엄마의 목소리가 명랑했다.

엄마의 목소리 하나에 칙칙했던 날씨는 그저 서정적이 되어버렸고,

그날따라 유독 멀게 느껴졌던 그 길은 어느새 만보를 해냈다는 뿌듯함으로 채워졌다.


소리는 정말이지 힘이 있다.



얼마 전엔,

목욕을 마치고 머리를 말려주고는 내보낸 1번의 흥얼거림이 어렴풋 들렸다.

무슨 소리일까 궁금해 2번 머리 말려주기를 잠깐 멈추고 들었다.


“씻고 나오면 언제나 밖에서는 할머니가 맛있는 밥 하시는 소리가 들리지~

나는 그 소리를 들으면 정말 행복해지지~”

음가가 존재하긴 하다 전혀 생경했던 그 흥얼거림 속엔 그 아이가 느끼는 행복의 포인트가 담겨있었다.

할머니 댁에 가면 들을 수 있는,

씻고 나오면 들리는 할머니의 달그락달그락 살림 소리가  아이에게 그런 기분을 느끼게 하고 있었구나.


할머니의 밥 하시는 소리는 그 아이를 행복하게 하는 힘이 있었고,

생경했던 그 아이의 흥얼거리는 소리는 나를 행복하게 하는 힘이 되어 주었다.


소리는 정말이지 힘이 세다.


소리는 아름답고 슬프며 경쾌하고 아련하다.

소리에는 기억이 있고 어떤 날 어떤 곳에서의 내가 있다.


난 소리의 힘을 참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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