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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명랑한자몽 May 13. 2021

GV80


어렸을 적부터 나는 차에 관심이 많았다. 왜인지는 모르겠다.

혼자서 속으로 지나가는 차들의 어떤 한 부분만 보고 어떤 차인지 맞추는 놀이를 즐겨했고,

신형이 나오면 어떤 모양이 달라졌는지 혼자 비교하곤 했다.

남자들처럼 차 자체에 관심 있는 것은 아니고 그저 모양, 디자인에 국한된 것이라 그것의 사향이나 가격까진 알지 못했다.   

성인이 되고 나서도 여전히 관심이 있었지만 물욕은 없었다.

나의 물욕의 범주에 들어올만한 가격대가 아니라고 생각해서였나 사실 그 정도의 관심은 아니었다고 해야 할까 잘 모르겠지만.


얼마 전, 유명한 골프선수 덕에 한층 더 세간의 관심이 되었던 그 차는 우리 남편에게도 참 많이도 들었던 차였다.

하지만 나에겐 ‘그러게.. 좀 예쁘긴 하네?’ 그 정도였을 뿐.

어느 정도 손에 쥘 수 있으리라는 희망이 있어야 관심도 더 불타오르는 것이 아니겠는가.

아무튼 그냥 그랬다.


그러던 어느 날, 두 딸을 미술수업을 들여보내 놓고 나오는 길에 누군가가 말을 걸었다.

“나가세요?”

고개를 들어 앞을 보니 한 여자가 차를 세워두고는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네, 지금 나가요.”

그리고는 차를 탔는데 그제야 들어온 내 앞의 차.

바로 그 차다.

흔하지 않은 색의 차.

스타벅스의 빛깔에 에스프레소 2샷을 섞은 듯한 진한 녹색의 차였다.

누군가 나에게 무슨 색을 좋아하냐 물으면 난 고민 없이 이야기했었다.

‘초록’

세상에

나의 페이보릿 컬러의 차.

저 색이 저렇게 잘 어울린다고?

세상에 세상에!!


그 길로 남편에게 카톡을 보냈다.


한치의 망설임도 없는 대답이었다.

물론 그는 진심이었을 거다.

그저 우린 진심으로 돈이 없을 뿐.


처음으로 갖고 싶은 차가 생겼다.

일을 열심히 해야겠다 생각이 들었다.

아니다,

일을 열심히 한다고 돈이 생기는 건 아니네..

주식이 제발 지하 벙커에서의 은둔 생활을 마치고 좀 나와주면 좋겠다.

특히,

너!!

니네 회사껄로 사고 싶어 그러니 제발 힘 좀 내주렴?


오늘은 코스피 3149의 시퍼런 날이었다.

그냥 췩힌을 먹는 게 좋겠다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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