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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명랑한자몽 Jun 29. 2021

초록


초록을 좋아하시나요?

저는 초록을 아주 좋아해요.

이 세상엔 참 초록이 많아요.

퐁실퐁실한 치즈를 얹은 샐러드에 주르륵 뿌려진 게으른 초록,

꽃다발 속에 숨어들어 다른 꽃들을 더 앞에 세워주는 겸손한 초록,

아이스크림에서 시작해서 온갖 먹을 것을 점령해버린 어느덧 우주스타 초록,

겨울을 꾹꾹 참아내고 외로웠던 가지 위에 솟아오른 인내심 많은 초록,

쿵쿵거리고 싶은 걸 참아내느라 힘들었던 꼬마 친구에게 마음껏 달려보라고 날개를 달아주는 따뜻한 초록,

이번엔 꼭 성공하리라 매번 내일을 다짐하는 어떤 이의 결심을 응원하는 의지의 초록,  



그중에서도 제가 가장 좋아하는 초록은

뭉게구름 가득한 하늘 아래 자리 잡은 나무의 초록이에요.

그 나무의 초록엔 셀 수도 없을 만큼 많은 초록이 들어있어요.

뜨거운 해님이 구름과 숨바꼭질을 반복할 때마다 아까 보여주었던 초록과는 다른 초록을 보여주는 참 성실하고 싱그러운 대단한 초록.


당신은 초록을 좋아하나요?

아니, 아마도 우린 모두 초록을 아주 사랑하고 있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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