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의 의미
열여섯 살쯤이었던 것 같다.
학교에 갔다 오면,
부엌에선 늘 할아버지께서 이른 저녁을 드시고 계셨다.
"민이 왔나, 잘했나"
번쩍이는 금니를 보이며 환하게 웃으시던 할아버지.
철도 기관사로 퇴직하시고 가족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쉬지 않고 또 저녁 경비일을 하러 나가시던 모습.
가끔 할아버지께서 모임을 다녀오시면 거하게 취하셔서 우시던 모습이 낯설게 머릿 속에 남아 있다.
그때는 어린 마음에 왜 저렇게 우시나 싶었고, 잘 이해할 수 없었다.
그 손자도 어느새 사회로 나와서 직업을 가지고, 일을 시작했다.
'마음 같이 되지 않는 일들, 내 본성까지 바꿔가며 해내야 하는 인원 관리, 상처 입는 관계, 떠나가는 사람, 내가 선택했지만, 잘못 온 것 같은 두려움'
추운 겨울 어느 날.
회식이 끝나고, 새벽에 택시를 탔는데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흘렀다. 갑자기 어린 시절 할아버지 모습이 떠올랐다.
'그러셨구나. 이런 느낌이셨겠구나'
할아버지의 눈물은 아마도 한이었을 것이다.
가장으로서, 버텨내며 지내왔던 오랜 세월의 한.
못난 손자는 이제서야
할아버지의 눈물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