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리님, 한번 생각해보시고, 괜찮으시면 언제든지 연락 주십시오."
마케팅 부서는 비용을 쓰는 부서다 보니, 협력업체나 대행사 사람들로부터 다양한 것들로 제안을 많이 받는다.
나도 영업일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그래서 부탁이나, 제안을 주는 분들의 눈빛, 웃음, 표정까지 참 많은 것이 이해된다. 내 반응을 파악하며 조심스럽게 권유하고, 제안하는 그 배려심.
비록 일 때문일지라도, 그런 배려에 너무나 감사하고, 나도 더 깍듯하게 하고 싶은 마음뿐이다.
이렇게 경험은 중요하다. 인생은 언제나 상황이 바뀔 수 있다. 따라서 영원한 갑도 영원한 을도 없다. 아예 그런 프레임을 만드는 것 자체를 경멸한다.
조직에서 내가 어떤 위치에 있다고 으스대거나, 너무 굽신거리며 산다고 한탄할 것이 아니라, 자기만의 철학을 만들어가며, 스스로 주인이 되려는 자세가 중요하다.
어차피 조직을 벗어나면 그 권력은 거품에 불과하다.
과연 나 스스로가 '원하는 모습으로 가고 있는가, 그 모습을 위해 순간순간에 최선을 다하고 있는가' 그 고민이 중요하다.
삼십 대에 들어서며, 내가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하나씩 찾아가는 느낌이 든다. 마음 저 한구석 치부를 드러내며 글을 쓰고 힐링하는 그 순간이 좋다. 정신없이 일하고 들어와서, 조용히 방 안에서 책을 읽고 있는 그 순간이 좋다. 이어폰을 꽂고 성북천을 따라 걷는 그 순간이 좋다.
이렇게 좋은 순간들을 늘려가는 것, 취향과 철학이 조금씩 확고해지며 삶의 갈림길에서 선택 기준이 온전히 내 의지가 되어 가는 것.
내가 내 삶에 책임을 지며, 한번 나아가 보는 것.
어려운 길을 가서라도, 내가 사는 이유를 찾아보는 것.
뒤돌아보았을 때 결과가 실패든 성공이든 인정하는 것. 그 모습 또한 내 삶이라고 미소 지을 수 있는 것.
나만의 철학으로 내 선에서 최선을 다해보는 것.
그렇게 사는 것이 행복임을 아는 것.
인상 깊은 내용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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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이켜 생각해보면 내가 그렇게 아팠던 건 철학이 없어서였다. 세상이 정한 방향이나 부모의 기대 말고 스스로 부여한 철학 말이다. 내 20대 전반을 지배했던 건 나에 대한 철학의 부재였다.
적어도 세상에 존재하는 것 중 하나는 자기 나름대로 해석해보길 바란다. 말 그대로 나름의 해석이므로 그것은 언제나 위인적 해석이나 구상이다. 철학자는 모든 일과 세계를 인간과 같은 것이라고 간주한다. -니체-
우리가 지금 머무는 세계가 끝이 아니다. 다른 세계들을 만들어갈 '힘에의 의지'가 우리 모두에게 있다. 부디 있다고 믿자. 그렇게 천천히 새로운 지평을 열어가자.
창조는 고통을 수반하지만 그만큼 자기 생산성은 증폭된다고. 관심 분야를 자신만의 생산수단으로 창조하려는 시도라도 하자. 시도조차 하지 않으면 관성은 금방 드러나게 마련이다.
분업에서 벗어나야 한다. 분업에 속한 자신을 낯설게 봐야 한다. 자기 삶을 낯설게 보는 연습을 하자. 견디기 힘들 만큼 자기 삶을 해석하고 반성하며 직면해야 한다.
철학은 직면이다. 철학은 우울을 직면하게 하고 오늘의 비루함을 직면하게 하고 낯선 삶을 직면하게 한다.
대다수 사람들은 결과로 누군가를 판단한다. 어쩌면 당연한 건지도 모른다. 보이는 대로 보니까. 그래도 제발 자신에게만은 그러지 말자. 스스로 패배자라고 인정해버리면 안 된다. 그건 세상의 잣대일 뿐이다. 그저 도전을 한 거다. 그 도전은 제로섬 게임 같은 거다. 그걸 알고 시작한 일이다. 불합격이라면 이제 다른 도전을 하면 되는 거다. 흔히들 인생은 마라톤이라고 하지 않나. 스스로에게 이런 말을 해주며 살자.
우리가 사는 세계도 이미 언어로 이뤄져 있다. 사용하는 언어에 따라 그 사람의 세계는 달라진다. 그러니 함부로 재단하고 막말하고 악플을 달지 말자. 당신이 쓰는 그 언어에 당신의 세계가 갇히니까.
우리가 사랑을 찾는 이유는 '나의 진짜'를 공유하기 위해서다. 나의 진짜를 봐도 사랑할 수 있는 사람과 사랑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깨달음이 찾아온다. 가뜩이나 밖에서 눈치 잔뜩 보고 왔는데 사랑한다는 사람 앞에서도 눈치를 보면 그 사람은 언제 진짜로 살 수 있을까. 자신이 살아가는 모습을 그대로 보여 줄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한 이유다.
그러고 보면 삶은 아이러니하다. 풍요로울 때는 알 수 없는 것들을 무너지는 순간 알게 해 주니 말이다. 내 옆에 있는 내 가족, 내 연인이 진짜 내 사람이었는지를 내가 무너지는 순간에야 알 수 있다.
책의 힘이 바로 여기에 있다. 나는 책의 힘을 믿는다. 책은 타자가 썼지만 내 앞에 실존하는 건 텍스트다. 더 정확히는 그 텍스트가 주는 메시지다. 그러니까 나를 변화시키는 실체는 타자가 쓴 책을 읽고 있는 '나'다.
말을 하지 않아서 그렇지 유명인들도 자신이 지금 하고 있는 일이 어릴 때부터의 꿈은 아니었을 거다. 살다가 우연히 발견했을 것이다. 한 가지 분명한 건 그들은 선택의 갈림길에서 자신이 원하는 것을 선택했다는 점이다.
도행지이성: 길은 걸어가야 만들어진다.
니체의 말처럼 강한 사람은 자신이 왜 사는지 아는 사람이다. 혹여 왜 사는지 몰라도 기꺼이 쉬운 길로 가지 않는 사람이다. 어려운 길을 가서라도 자신이 사는 이유를 찾는 사람이다. 이렇게 단련된 사람들은 어디에서 누구를 만나도 덜 흔들리지 않을까.
수처작주
:그대가 어느 곳에서라도 자기가 주인이 된다면 자기가 있는 그곳은 모두 진실한 깨달음의 경지가 된다.
철학을 접하면 접할수록 강렬한 주문이 온다. 자기만의 철학을 만들라고, 자신의 언어로 살라고, 그게 정답이 될 것이라고.
강한 사람은 자신에게 주어진 삶의 여러 인과 계열 하나하나를 최선을 다해 만들어간다. 어떤 인과 계열이 마주쳐서 우리에게 다가올지는 알 수 없다. 그 수많은 마주침이 희극일 수도 있고 비극일 수도 있다. 다만 자신이 최선을 다했다면, 비가 와도 괜찮다고 하는 사람이 진정 강한 사람이다. 자신의 삶을 진정으로 살아낸 철학자들은 이런 마음을 가지고 있었다.
되든 안 되든 최선을 다해보는 것, 이것을 철학이 알려줬다. 우리에게 어떤 인과 계열이 만들어질지는 아무도 모른다. 우리는 계속 변하는 중이고 어제의 우리는 오늘의 우리와 다르니 말이다. 우리를 지나쳐간 수많은 인과 계열이 어떤 마주침으로 다가올지 모른다. 그건 2천 년 전 사람들도 몰랐고 지금 사람들도 모른다. 그냥 가는 거다. 우리만의 철학으로 우리 선에서 최선을 다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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