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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장탐구가 Sep 07. 2019

소리 꺾꽂이

진정성의 길목에서

엄마는 늘 한밤중에 깨어 있었다.
낡은 돋보기를 낀 채 늘 시를 쓰고 계셨다.

"영민아, 이거 한 번 읽어봐라, 나는 꼭 신춘문예로 등단할 거야"

2012년도에 엄마는 정말 신춘문예로 등단했다.
나는 시상식에서 눈물을 글썽이는 엄마를 보면서, 순수한 열정 자체가 열매로 맺어지는 것이 가능한 세상에 살고 있다고 느꼈다.

엄마는 등단 후, 꾸준히 시를 쓰셨고, 이번에 세 번째 시집을 출간했다. 좋아하고 원했던 것을 하면서 사는 사람이 얼마나 행복한 모습인지 옆에서 보고 있는 건 경이로움 그 자체였다.

"엄마가 미안하다. 팍팍 밀어주지 못해서.."
내가 사회생활을 시작하고, 힘들어할 때면 시를 쓰는 것도 제쳐두고, 내 힘듦에 미안해 하시는 엄마.

나는 엄마를 보면서 인생에서 진정한 가치가 무엇인지 새삼 많이 느낀다. 열악한 조건을 탓하지 않고, 내가 가진 것에 대한 소중함을 느끼게 해주는 진정성의 눈빛.

인상 깊은 내용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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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악한 조건을 탓하지 않고 유유자적하는 그 모습은, 내가 가진 것에 대한 소중함을 느끼게 해주는 진정성의 눈빛이 된다. 진정성은 닫혔던 마음의 문을 열게 하고, 아픈 상처를 위로해 주는 손길이다. 진정성의 공간에서는 보이지 않는 가득함이 있고, 잔잔히 흐르는 온기가 있고, 먹지 않아도 가득 차는 포만감이 있다. 진정성은 모든 것의 시작이고 끝이 아닐까.


보이지 않는 시간과 공간 속에서 연면히 이루어진 작용들이 나타나 오늘 내가 존재한다는 사실, 오늘의 나 자신이 미래의 나를 결정한다는 진정성에 다다른다. 어제가 다져져 오늘의 디딤돌이 되고, 오늘이 쌓여서 미래의 추진력이 된다. 오늘은 이 순간에 당면한 문제들을 하나하나 해결하다 보면 순식간에 지나간다. 지나가는 시간 속에 지금이라고 묶어둔 시간 역시 흐르고 있는 찰나다. 그 찰나는 내가 가야 할 보폭이고, 지금까지 걸어온 길이고, 내가 가진 것의 전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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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꺾꽂이

#김석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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