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 그리고 랑

사랑 중 랑

by 작가미상


내가 왜 이토록 미묘한 거리감을 느낀 것일까. 이번엔 어두에 밀려난 어미인 랑에게 물어본다.


너랑…, 나랑…, 누구랑…, 무엇인가 방에 박혀 글이나 쓰는 놈(=나)과는 달리, 적어도 곁에 누군가 있는 놈인 것 같다. 나와는 너무나도 다른 놈. 사가 나의 베스트 프렌드였다면, 랑은 얼굴만 알고 지낸, 인사조차 어색한 그런 놈이다.


사는 거창하지만, 막상 랑은 아닌 나를 느낄 때, 어쩌면 랑은 나의 현실이 아닐까 싶다. 나라는 장르를 만들고 싶다며 책상에 앉아 단어만 쪼개고 있으니 말이다. 안경에는 고뇌의 땀 냄새가 아니라, 나태의 누런 냄새가 풍기는 건 아닐까.


현재 대학교를 다니고 있고 전공은 작가와 너무나도 다른 분야다. 글쓰기는 순수하게 나의 열정에서 비롯되었지만, 대학에서의 공부는 장래를 위해 반드시 해야 하는 일이다. 이 둘은 서로 별개이기에, 나는 어디에 더 열정을 쏟아야 할지 그 기준을 나누기조차 어려웠다. 재미, 미래, 돈, 가치, 감정, 시간 등 어느 하나의 기준에도 편협적인 생각을 떨쳐내는 것부터 죽을 맛이었고, 그렇게 흘려보낸 시간만큼 그 선택의 무게는 더욱 무거워졌다. 내가 랑에게서 느끼는 이 누런 향은, 결국 그 둘 사이에서 방황하며 내린 나태의 결과였을지도 모른다.


내가 이토록 글에 매달리는 건, 정말 사를 향한 순수한 열정 때문일까? 아니면 랑이 주는 막막한 현실을 외면하고 싶은, 나약한 마음 때문일까. 어쩌면 나는 내가 아닌 랑을 위해, 그러니까 현실을 견뎌내기 위해 글을 쓰는 것일지도 모른다.


어쩌면 사랑은 희망과 현실 사이, 그 어떤 단어도 메울 수 없는 미묘한 간극을 지닌 유일한 단어일지도 모른다. 우리가 단어를 쪼개고 또 쪼개더라도, 결국 그 끝에서 만나는 것은 사랑이라는 온전한 단어 하나뿐이니까. 그 덕분에 우리는 인간관계 속에선 희생이란 것도 해보며 힘들어하기도 하고, 노력을 통해 뿌듯함을 느끼게 되는 것이 아닐까.


사랑이란 참 역사를 바꾸기도 하고

죽음을 이겨내기도 하고

죽음을 이루기도 하니

웬만한 인간보다 대단한 구석이 있는 놈이구나 싶다.

월, 화, 수, 목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