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채색 아우라

이왕이면 연한 보라색으로

by 작가미상


사람에게 아우라라는 것이 존재한다면, 과연 그걸 믿을 수 있을까요.

아지랑이처럼 사람의 몸 주변을 감싸며 시공간을 미묘하게 왜곡하는 무형의 장이 있습니다. 우리는 그것을 흔히 '아우라'라 칭하지요.


눈에 포착되지 않지만, 한 사람이 지나간 자리에는 언제나 비물질적인 궤적이 각인됩니다.

존재가 공간에 새기는 미세한 각인, 혹은 잔영과도 같은 것이라고도 하죠

또한, 아우라는 다양한 색채의 스펙트럼을 세상에 내뿜습니다.


자신이 어떤 빛을 띠는지, 혹은 타인이 감지하는 빛깔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는 행위는 깊은 의미를 지닙니다.


사람마다 빛의 농도와 색조는 저마다 다르며, 이들이 중첩되어 각자의 명암과 음영을 만들어내고, 궁극적으로 '나'라는 존재를 규정하는 또 하나의 존재의 기능도 합니다.

그래서 '아우라가 좋다; '강하다'는 평가는 단순한 말이 아닙니다.


존재가 지나는 자리에 남는 궤적은 시간이 흘러도 사라지지 않고, 그 궤적이 곧 아우라라면, 우리 각자는 저마다의 궤도를 그리며 삶을 견인하는 셈입니다.


저는 솔직히 말해.,

연한 보라색의 아우라를 띠고 싶어요.


그러나 제 방을 감도는 그 연약한 빛은 이내 숨어버려 한 점도 드러내지 않습니다.

어쩌면 세상의 몰지각한 시선을 피해, 어떤 원대한 목표를 위해 은밀히 은폐된 것인지, 혹은 인간의 시선 앞에서 수줍어 몸을 숨긴 것인지 그 속내를 알 수 없지만, 그 은폐조차 저와 닮았다는 점은 아이러니하며 매력적입니다.


이 무형의 실체를 한 겹씩 해체하며 인지할 때마다, 세상은 더욱 흥미롭고 복합적인 존재의 장으로 다가옵니다. 타인의 아우라를 관찰하며 그들이 각자의 궤적을 어떻게 구축해 왔는지 추론하는 일은 혼자만 의 사유적취미가 되었습니다.'이 사람은 곧 크게 될 인물이다'라고 속으로 점치는 것도요.

우리 독자분들은 실패와 한치의 결함도 없이 이어갈 인생이 분명합니다.


아우라는 단순한 외관이나 명칭과는 전혀 별개의 영역입니다. 오히려 한 인간의 축적된 '구조'에 가깝습니다. 말보다 앞서고, 표정보다 더 깊이 그리고 멀리 퍼지는, 존재의 배경이자 무언의 자연적 현상입니 다.


존재의 궤적은 때로 언어보다 더 선명한 진술이 됩니다. 어떤 이는 떠난 뒤에야 그가 머물렀던 공간이 그의 밀도를 드러냅니다. 굳이 표현하지 않아도, 그저 그 자리에 있었다는 사실만으로 충분히 이해되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런 이가 남기는 것이 바로 아우라라고 저는 믿습니다.


그러니 스스로 어떤 빛을 내는지 고민하는 것도 의미가 있지만, 어떤 방식으로 궤적을 남기는지를 주시하는 편이 더 조용하면서도 정확한 인식일지 모릅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비가시적인 궤적은, 어쩌면 한 존재의 방향성이나 무게, 나아가 존재의 심연 깊은 곳을 조용히 설명해 줍니다.


아무쪼록 이 글을 읽는 여러분과 저 사이에도 비가시적이지만 은근하고 지속되는 아우라가 흐르고 있기를 바랍니다.


색으로 표현한다면, 연한 보라색보다 조금 더 실용적이며 내면을 감추는 무채색 계열이면 좋겠습니다.


그것도 아주 안정적이고 무덤 하게 올라가는 포물선을 그리면서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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