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도야, 아직은!

by 작가미상


개강을 하고 참 다사다난한 일이 많았던지라 글쓰기가 쉽지 않았어요. 사랑하던 사람과 헤어지기도 했고, 주변 친구들과 취업 준비를 하던 중 문득 막연한 미래에 불안해지기도 했어요. 유명한 작가들만 대접받는 것 같았던 공모전에 정성스레 글을 넣었지만, 되려 떨어져 버리기도 했고요. 대학 친구들은 그새 다른 친구들을 만나 잘 살고 있더군요.

느낌이 뭐랄까요. 불안하고 어딘가 비어 있고 쓰라리는 그런 느낌을 설명해드리고 싶어요. 마치 가슴을 얇게 포 뜨고 덮기를 반복하는 것 같습니다. 정신 차려보면 삐죽 튀어나온 옷의 실 한 가닥을 돌돌 내빼고 있네요.

유난히 이번에는 포가 두껍게 떠진 연유는 이별이 맞는 듯싶습니다. 무언의 약속을 참 많이 했었던 것 같아요. 둘 중 누군가 등을 돌린다면 같이 돌아 서로 업어주기로 약속했었죠. 다만 맞지 않는 것을 사랑이란 것으로 극복하기엔 한계가 왔나 봐요. 서로의 미래가 보이지 않아 이별을 맞이했답니다.

서로가 힘들고 맞지 않아서 헤어짐을 합의 봤지만요. 아직까진 어딜 가든, 좋아하는 일을 할 때든, 같이 놀았던 장소를 지나칠 때면 파도처럼 생각이 난답니다.

잘 살고 있는지는 묻지 않을게요.

다만 저도 모쪼록 노력한다는 것만 알아줬으면 좋겠네요.

그래서 모래사장에 가면 그렇게 모래에 소망과 사랑하는 사람을 적나 봐요. 깊고 크게 적어놔도 파도 한 겹에 쓸려 내려가니까요. 그렇게 시원하고 아무렇지 않다는 듯 잊으라고 지워주네요. 파도 소리와 함께.

도통 모르겠어요. 지금의 삶이 올바르게 가고 있는 것인지 말이에요. 그래서 계속 모래사장에 소망을 적고 파도가 덮치지 않게 앞에 조개껍데기를 세우고 있습니다.

시간이 지나면 모두 없어지겠지만서도 그렇게 하고 있어요. 혼자 사는 법은 잘 알지만, 공허해진 공간을 메꾸는 법을 배워야 할 때인 것 같습니다.

저는 다시 업힐 사람 없이

등을 돌려 모래사장에 가려고요.

아무도 없고 공허한 곳에 조개껍데기를 두러갑니다.

파도가 오고 있어요.

시원하고 아무렇지 않은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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