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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눕피 Feb 26. 2019

중학 시절은 아무래도 좀 별로였다.

스눕피의 단상단상(21)

인천 문학구장에서 농심 새우탕면을 잡수고 계신 단체 중학생


개인적으로 중학 시절은 아무래도 좀 별로였다. 대한민국 남자 중학교 특유의 거칠고 신경질적인 분위기가 나는 늘 불편했다. 틈만 나면 어린놈들의 입에선 성적으로 노골적이거나 상스러운 욕이 오고 갔고, 주변을 둘러보면 툭하면 때리거나 얻어맞는 풍경뿐이었다. 선생님들은 그냥 놔두면 자라는 머리카락을 두고 대단히 큰일이라도 난 듯 고래고래 악을 썼고, 머리를 안 자른 우리에겐 귓방망이가 날아올 뿐이었다.


누군가에겐 중학 시절이 꽤나 아름다운 기억일지도 모르겠으나 적어도 내게 있어서 중학 시절이란 그저 난장판에 불과했다는 것이 정설이다.

그 시절 무엇보다도 나를 힘들게 했던 것은 사실 따로 있었는데 그건 듣고 싶지 않은 노래를 억지로 들어야만 하는 괴로움과 서러움이었다. 더 크로스, 버즈, 얀, 플라워를 위시로 한 대한민국 남성 밴드의 음악은 나의 마음을 힘들게 하였고, 나의 귀를 아프게 했다. 학우들은 일말의 자비도 없이 쉬는 시간만 되면 힘껏 샤우팅 했고 나는 속수무책으로 눈물을 흘렸다. 친구 중 하나는 SG 워너비의 '소머리' 창법을 연습했다며 노래방에 가자고 나를 자꾸 귀찮게 했었는데, 내겐 소머리든 소몰이든 그건 알 바가 아니었고 다 집어치우고 그저 뜨끈한 소머리 국밥 한 그릇이 먹고 싶었을 뿐이었다.


내겐 중학 시절은 그런 시절이었다.


이 땅의 모든 중학생은 한번쯤 소설 <호밀밭의 파수꾼>을 읽어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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