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돌아온 스눕피 단상
어렸을 때, 친구네 집에 놀러 가면, 방문하는 집마다 각기 다른 냄새가 났다. 사람 사는 게 다 거기서 거기라는 말이 무색하게 사람 사는 냄새의 다양성은 놀랍도록 예외적이었다. 킁킁.
겨울의 이른 아침, 집에서 나와 지하철에 오를 때, 나는 사람 사는 냄새에 안도감을 느낀다. 급하게 뛰쳐나오느라 덜 마른 머리카락들이 따뜻한 기운과 만나 꿈틀대듯 뿜어내는 샴푸의 향취, 당신의 피로함을 반쯤 죽이기 전엔 곁에서 결코 물러나지 않겠다며 시위하듯 붙박인 남성 화장품의 강렬한 잔향은 다만 맡기 좋은 '냄새'가 아니라 더불어 함께 살자는 '위로'에 가깝다. 킁킁.
오래도록 집을 비워두었다가 다시 돌아왔을 때, 현관문을 연 나는 내가 있어야 할 곳을 '냄새'로 직시했고, 술에 잔뜩 취한 채 가까스로 집에 들어와 한참을 멍하니 방문 앞에 서 있던 때의 나는 내가 편히 쉴 침대 위 이불 '냄새'에 이끌려 다이빙하듯 몸을 던졌다. 킁킁.
고등학교 1학년의 어느 날, 나는 누나가 선물한 스틱형 데오도란트를 반에 가지고 갔다. 투박하고 순수했던 남자고등학교의 학우들은 '냄새'를 없애주는 물건이라는 나의 말에 그것을 그들의 목이며 다리며 팔에 돌아가며 신들린 듯 문질러댔다. 아이코, 새끼들아, 그건 나의 두 겨드랑이를 수십 번은 족히 핥고 간 물건이란 말이다! 언제 적 이야기냐고? 믿으실지 모르겠지만, 2006년, 인천의 한 고등학교에서 일어난 일이다. 왜 말을 안 했느냐고? 믿으실지 모르겠지만, 타이밍을 놓쳤다. 킁킁.
조세핀의 체취가 '카망베르 향'과 닮아있다면서 나폴레옹은 전장에서 그녀에게 제발 씻지 말고 기다리라는 편지를 보냈다지. 애틋하게 그리워할 사람 냄새가 있다는 건 참 좋은 일이 아닐까? 내 경우에도 한 시절을 구체화하는 데에는 '음악'이, 한 사람을 기억해내는 데에는 '냄새'가 큰 몫을 하는 듯하다. 나는 누군가에게 어떤 냄새로 기억될까. 기왕이면 기분 좋고 편안한 감정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면 좋으련만.
지린내 같은 거 말구~ 킁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