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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눕피 Nov 11. 2020

내가 만약 책방 주인이라면

27살의 소설가 스콧 피츠제럴드의 엉뚱한 상상 그리고 자신감.


안녕하세요. 스눕피입니다.

오늘은 1923년 1월, 27살의 소설가 스콧 피츠제럴드가 캐나다 토론토 기반의 <Bookseller & Stationer> 저널에 기고한 <How I Would Sell my Book if I Were a Bookseller>를 지나치게 의역하여 한번 소개해볼까 합니다. 제가 만약 작은 동네 서점을 운영한다면 이 글을 인쇄해서 예쁘게 붙여놓고 싶어요. 너무 재밌는 인테리어가 될 것 같거든요. 물론 혼자만의 만족이겠죠.

아주 짧은 글입니다. 하지만 이 짧은 글 속에서 피츠제럴드 옹의 엉뚱한 상상과 은근한 유머 감각 그리고 숨길 수 없는 자신감을 확인해볼 수 있어 흥미로워요. 내용을 이해하는데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는 지나치게 구체적인 문단은 두어 개 생략하였습니다.

'스눕피의 피츠제럴드 잡설' 매거진 속 포스트들은 꾸준히 조회수가 나와서 신기해요. 여러 블로그에서 링크로 소환되기도 하구요. 지극히 개인적인 취미 생활의 일환으로 시작한 것이었는데 쓰길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름 모를 독자님들, 읽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타이가 예쁜 피츠제럴드 (이미지 출처: The New Yorker)




내가 만약 책방 주인이라면


나는 유명 작가의 책은 빵빵하게 진열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책 네 권을 나흘간 섞어 전시하는 게 책 한 권을 하루 동안 전시하는 것의 효과와 거의 맞먹는다는 말에 동의할 수가 없다는 거다.

책으로 시선을 강탈하기 위한 소심한 아이디어가 하나 있는데, 책들을 죄다 거꾸로 뒤집어놓고선 미친 듯이 책에 몰두하고 있는 커다란 안경을 쓴 남자를 중간에 한 명 앉혀놓는 거다. 그 사람은 넋이 빠진 채 눈을 휘둥그레 뜨고 왼손을 그의 심장 위에 올려놓아야만 한다.


책 제목은 진심 날 당황케 하겠지만, 내가 만약 책방 주인이라면 그 시즌에 가장 핫한 인기 도서를 아마 빡세게 밀어줄 거다. 그것이 쓰레기 같은 것이든 아니든.


내 작품처럼 최신 유행 책들은 거의 전적으로 헨리 제임스 멘켄(미국의 유명 평론가) 같은 입김 센 당대의 비평가에 의해 좌우된다. 특히 중요한 건 그로부터 간접적인 영향을 받은 사람들의 평가라는 점이다.


스눕피 첨언:

가장 입김이 센 평론가의 생각을 간접적으로 보고 배운 기타 비평가들이 사실상 더 중요한 영향력을 발휘한다는 점을 이야기하는 듯해요.


미국 유망 도서들을 향해 늘어나는 수요는 거의 이 사람들로부터 생겨나는데, 이들은 자신들의 칼럼에 비난의 여지를 조금도 주지 않는 사람들이면서 현존하는 작가들의 작품을 긴가민가하면서 망설이는 인텔리 독자층에 연결시켜주는 사람들이다.


나는 내 첫 장편 소설 <낙원의 이편>이 ‘플래퍼(1920년대 신여성) 소설’이라는 사실을 소설 출간 전 책의 일부분을 읽어본 ‘조지 장 나단(비평가)’이 말해줘서 처음 알았다. 나는 ‘개별’ 인물의 ‘다양한 면모’를 설정하기 위해 애썼는데, 어떤 ‘유형’을 만들었다며 욕을 먹었다.


내가 만일 더 나은 책에 관해 진짜로 관심이 많은 책방 주인이라면 출판사에서 내게 그러는 것처럼 새로 나온 괜찮은 책을 큰 소리로 알릴 것이며 고객들로부터 사전 주문도 받을 것이다.


“여기요, 여기!” 나는 말할 거다. “피츠제럴드가 쓴 소설이에요! 그 있잖아요, 플래퍼 이야기로 돈 좀 크게 벌어보려는 놈이요. 그 친구 신작이 엄청 선정적이잖아요. 책 제목에 ‘Damn’ 들어가는 거요. 한 권 예약해드릴게요."


스눕피 첨언:

여기에서 말하는 '신작'은 피츠제럴드의 두 번째 장편 소설 'The Beautiful and Damned'를 이야기합니다.

(책 제목에 'Damn'이 들어가는) 이라는 괄호 속 표현은 <the word 'damn' is in the title>을 제가 번역한 것입니다.


그런데 이게 사실에 가까울 거다. 나는 ‘선정주의’를 좋아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 경우라면 내 죄를 인정해야겠다. 확신컨대 내 책들이 많은 사람들을 짜증 나게 할진 모르겠지만, 그 누구도 따분하게 만들진 않을 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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