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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눕피 Oct 28. 2022

슈퍼스타도 괴롭고 슬프다.

드레이크의 'Champagne Poetry 샴페인 포이트리'



내가 제일 불쌍하다.


이 세상에서 제일 불쌍한 사람은 역시 누구에게나 ‘나’이지 않을까. 아무리 억세고 강인한 사람이라도 더러는 참을 수 없이 슬플 일이고, 돈이 아무리 많은 사람이라도 더러는 채울 수 없이 공허하고 허탈한 감정을 느낄 일이라고 생각한다. 정상에 있는 사람은 그 위치 때문에 외롭고, 바닥에 있는 사람은 그 위치 때문에 슬프다. 나는 정상에도 또 바닥에도 안 가봤지만, 중간에 있는 지금 이 위치 때문에 괴로워서 그들의 마음을 막연히 알 것 같다.


사회에서 나의 마음을 온전히 이해받는다는 건 그래서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위에선 까불고 있네, 아래에선 웃기고 있네. 연합 작전을 펼친다. 만약 인간의 성장이나 성숙에 차곡차곡 단계가 있다면 모든 계단을 밟은 사람만이 세상의 모든 기쁨과 슬픔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이다. 아니면 차근차근 자기의 위치를 그때그때 섬기면서 생생한 마음의 기록을 남길 수도 있겠다. 하지만 그럼에도 누군가를 평가하거나 판단할 순 없을 것이다. 그건 평생 불가능에 가까워야 정상이다. 하지만 나는 늘 평가하고 판단만 하면서 산다.


술은 좋아하지도 딱히 즐기지도 않지만(냉장고에 넣어 둔 작은 맥주 한 캔이 3개월을 넘어간다), 독한 술을 마시면 가끔 세상이 아름다워 보인다. 모든 걸 이해할 수 있을 것 같고, 모두를 사랑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음악을 크게 틀어본다. 마음을 움직이는 노래 혹은 마음을 다독이는 노래 말이다.



Champagne Poetry


드레이크의 음악은 진심 다 좋지만, ‘Champagne Poetry’는 진짜 세 손가락 안에 꼽을 수 있다. 특히 술을 조금 마셨을 땐 딱 한 손가락만 쓰면 돼서 편하다. 이 글을 쓰는 동안 술기운이 전혀 없어서 조금 아쉽지만, 샴페인 포이트리는 아무튼 술 먹고 들으면 그냥 죽는 노래다. 서서히 끓어오르는 라면 물처럼 기대감에 부풀게 한다. 샴페인 포이트리는 한참을 망설이다가 덜컹거리며 뒤를 돌아 또 한참을 달리다가 하늘 위로 날아오르는 비행기처럼 멋지게 빌드업한다. 진짜 잘 치는 크리에이터는 사람의 감정을 그렇게 움직이는 모양이다. 마! 니 좀 치네?



작년 9월에 발매한 드레이크의 6번째 정규 앨범 <Certified Lover Boy>, 참고로 솀폐인 포잍리는 1번 트랙이다.



슈퍼스타의 삶, 팝스타의 인생은 어떨까.


드레이크는 노래를 대충 반으로 나눈다. 그는 앞의 반절에서 자기는 비현실을 살고 있다면서 내 위에는 아무도 안 보인다고 말한다. 물론 그의 친구들도 함께 잘 나간다. 하지만 타인을 위해서만 살아서 그런지 감정을 잊어버렸다고 고백한다. 정말이지 모든 게 완벽해 보이지만, 가족과는 멀어질 뿐이고 점점 커지는 영향력만큼 책임의 무게는 무거워진다. 이쯤에서 깨알 같은 스웨그도 잊지 않는다. 고작 돈다발이 죽을 때 가져가야 하는 것의 전부라면 지금 날 바로 묻어도 된단다. 더 벌 돈이 없다는 것이다.



뚝!



커리어는 최고를 찍는데, 그것을 제외한 모든 자아가 서서히 붕괴된다. 하지만 그는 슈퍼스타이고 팝스타이기에 내일을 멋지게 살아야 하고 또 거침없이 나아가야 하기에 마음을 다잡고 새로운 다짐을 새긴다. 그리고 또다시 더 높이 저 하늘을 향해 날아오른다.


요 며칠 이 노래에 또 빠져서 귀가 아프게 듣고 있다. 랩은 못해도 가사는 거의 다 외웠다. 너무 많이 들어서 살짝 지겹기도 하다. 이제 주말 동안 참고 아껴뒀다가 다음 주에 술 약속이 하나 있어서 그때 귀가하면서 듣는 게 아무래도 더 현명할 것 같다. 드레이크는 진짜 사랑이다. 형, 내가 많이 좋아해!


정상에서 안 내려올 때는 다 이유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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