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L 코리아의 주현영 그리고 우탱클랜의 RZA
SNL 인턴 기자 ‘주현영’을 보면서 인간의 그릇에 대해 생각했다.
인턴 기자 주기자 역할로 빵 뜬 그녀가 후속 연기까지 계속 빵 빵 빵 터뜨리며 보여준, 전 국민의 부담스러운 관심과 기대를 개박살내던 이른바 대성공의 제스처, 심지어 아주 천연스럽게 툭 툭 툭 연타석을 날리며 앞서가는 요즘의 그녀를 보며 나는 정말이지 큰 존경심이 일었다.
"개존멋이군. 그렇다면 나의 그릇은? 미친, 젠장!"
미국의 천재 힙합 프로듀서 르자는 우탱 클랜의 정규 1집 앨범(1993)을 총지휘하며 대성공을 거뒀고, 그것을 거둔 김에 미국의 힙합 씬을 완벽히 뒤집었고(마치 이전 세상의 지루한 크리에이티브와 꽉 막힌 세계관을 도저히 상상할 수 없을 지경으로), 뒤집은 김에 커다란 멘션으로 이사를 갔고, 그 여세를 몰아 스태튼 아일랜드에 위치한 쿰쿰한 지하 작업실에서 그가 제시한 비전 로드에 함께 올라타 준 멤버들의 정규 데뷔 앨범을 2년 동안 차례대로 맡아 착착착 성공시켰다(야, 오빠 믿지?).
매소드 맨의 <Tical>(1994), 래퀀의 <Only Built 4 Cuban Linx…>(1995) 그리고 나의 중등학교 시절의 자유 시간이 통으로 갈아 넣어진 즈자의 <Liquid Swords>(1995)까지 말이다.
미국의 어떤 평론가는 르자가 크리에이티브 파티를 연 그 2년의 시간(93년 11월부터 95년 11월까지)을 두고 ‘원하는 건 무엇이든 다 가능했던 천하무적의 시간'이었을 거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아무리 인생 절정의 창의성이 뿜어져 나오는 천하무적의 시간이었던들, 세상을 뒤흔든 클랜의 정규 데뷔 앨범에 대한 초-고평가 이후 그가 느꼈을 후속 작업에 대한 부담감과 불안감은 아주 개쩔었을 것이다. 근데 그걸 이겨내네?
"핵존멋이군. 그렇다면 나의 그릇은? 염병할, 젠장!"
뮤지컬 영화계의 단짝 무용수이자 배우였던 ‘프레드 아스테어’와 ‘진저 로저스’ 사이에 있었다던 딱히 증명할 길 없으나 졸라 인상적인 일화 하나,
매일 지겹도록 연습에 매진하던 프레드 아스테어에게 대체 왜 그렇게 죽도록 연습을 하는 거냐고 묻는 진저 로저스, 그리고 그녀에게 돌아온 프레드 아스테어의 깔끔한 대답.
“어, 쉽게 하는 것처럼 보일라고.”
어쩌면 인간의 그릇이란 연습의 크기, 치밀한 준비, 은밀한 계획 그리고 인생을 대하는 자세, 그것이 전부일지도 모르겠다.
휴, 젠장!
그리고 방금 언급한 저 두 무용수의 연습 이야기는 어떤 책에서 읽고 인상 깊어 본문의 일부를 사진 찍어 둔 건데, 딱히 출처를 설명할 길이 없으니 양해를 구하고 옮겨보는 이야기다. 정말 죄송합니다.
아무튼 인간의 그릇은 주변의 예상과 기대를 넘어서
보란 듯이 또 한 번의 가능성을 제시할 때,
비로소 커진다.
"아이고, 부담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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