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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눕피 Jun 13. 2023

대문호의 글쓰기 조언

스콧 피츠제럴드의 Straight Letter 번역 완료



1938년 11월 9일, 프란세스에게


보내준 소설은 잘 읽었어, 그런데 프란세스, 미안하지만 전문적인 글쓰기의 문턱은 현재 준비된 너의 실력에 비해 훨씬 높아. 너의 진심 그리고 최고로 자신 있는 태도를 보여줘야만 돼. 너를 가볍게 자극하는 작고 사사로운 이야기 혹은 저녁 식사 때나 꺼내어 볼 소소한 경험 말고. 그리고 이건 이제 막 글쓰기를 시작했거나, 사람들을 매료시킬 필력이 아직 개발되지 않았거나, 시간을 들여 익혀야만 하는 글쓰기 기술을 하나도 가지고 있지 않을 때에 더욱 그렇지. 한마디로 말해서 보여줄 거라고는 오직 감정밖에 없을 때 말이야.


작가라면 누구나 겪는 일이야. 디킨스는 <올리버 트위스트>에 그의 어린 시절을 집어삼킨 학대와 굶주림에 대한 어린아이의 격정적인 분노를 꼭 담아야만 했어. 헤밍웨이의 첫 소설 <우리들의 시대에>는 당시 그가 느끼고 알게 된 것들의 밑바닥을 바로 그대로 관통했지. 나는 소설 <낙원의 이편>에서 혈우병 환자의 피부에 난 상처로부터 계속 흐르는 피처럼 생생한 연애 이야기에 관한 글을 썼지.


아마추어는 자신이 글쓰기와 관련해 배워야 할 모든 걸 갖춘 프로 작가들이 그려낸 개성 없는 세 명의 소녀들로부터 받은 정말로 피상적인 인상, 그리고 그녀들을 위트 있고 매력적으로 만드는 방법과 같은 사소한 것들을 배울 수가 있어. 그리고 자신들도 그렇게 똑같이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하지만 아마추어는 결국 자신의 가슴에서 비극적인 러브 스토리의 첫 경험을 하나 떼어내 사람들이 볼 수 있게 페이지 위에 전시하는 식의 절박하고 극단적인 방편으로나, 자신의 감정을 다른 사람에게 전달할 수 있을 뿐인 자신의 능력을 깨닫게 될 거야.


하여간 그게 입장료라는 거야. 네가 그것을 지불할 준비가 됐든 안 됐든, ‘무엇이 좋은 글인가’에 관한 너의 관점과 그게 일치하든 혹은 어긋나든, 결국은 네가 결정해야 할 문제야. 그런데 문학, 심지어 가벼운 문학일지라도 초심자로부터는 그 어떤 것도 받아들여주지 않을 거야. 작가는 '작품’을 내놓길 요구받는 직업 중 하나거든. 단 손톱만큼의 용기를 지닌 군인에겐 너도 관심이 없을 테니까.


이러한 점을 고려하면, 왜 너의 이야기가 팔리지 않는지에 관해 분석할 가치도 없어 보이긴 하는데 말이야, 네가 너무 귀여운지라 우리 나이 때에 흔히 하는 농담도 못 하겠다. 너의 이야기를 들려주기로 결심한다면, 정말이지 기쁠 거야.


오랜 친구, 스콧 피츠제럴드로부터


[추신]
글이 부드럽고 납득이 된다고 말할 수 있겠어. 몇몇 페이지는 솜씨도 좋고 매력적이야. 너에겐 재능이 있어. 웨스트포인트에 입학할 수 있는 신체 자격 조건을 갖춘 군인처럼 말이야.




안색이 그리 좋지 않은 피츠제럴드, 그의 사랑하는 딸 '스코티'와 함께




피츠제럴드의 편지


위의 글은 1938년의 11월, 그러니까, 피츠제럴드가 사망하기 두 해 전이자 그의 나이 마흔둘에 ‘래드클리프 칼리지(이후 하버드 대학교와 통합)' 2학년에 재학 중이던 ‘프란시스 턴불’이라는 그의 친척이 보낸 단편 소설을 읽고 난 후 피츠제럴드가 직접 회신한 감상 후기(평가)의 편지를 스눕피의 간지로 번역해 본 글입니다.


밥벌이를 하시는 전문 번역가 선생님들께는 할 말이 없어 구차하고 너무나 죄송한 이야기이지만, (개인적으로 느끼기에) 번역은 퍼즐을 맞추는 일과 같아서, 복잡한 생각 없이 즐거운 시간을 보내기에도 좋고, (적합한 단어를 찾느라 머리를 이리저리 굴리면서) 도리어 한글 글쓰기 능력을 향상하기에 아주 좋은 취미 같습니다.




스콧 피츠제럴드와 그의 아내 '젤다'



내 새끼, 이 새끼야


아직 결혼도 안 하고 자식도 없는지라 ‘내 새끼’라고 부를 만한 것이 없습니다. 하지만 스물아홉부터 햇수로 6년 간 싸지른 352개의 블로그 포스트가 ‘내 새끼'라면 ‘내 새끼’와도 같아서 다둥이 아빠 ‘스눕피’라는 부캐로 활동 중이기도 합니다. 아무튼 이런저런 글을 목적 없이 싸지르면서 대단한 무엇을 성취했는지는 정말 모르겠지만, 결코 헛된 낭비의 시간만은 아니었다고 확신하기에 수많은 내 새끼들을 보면 팔불출 새끼마냥 애틋한 감정이 일어요.


개중에서도 <스눕피의 피츠제럴드 잡설>은 그 이름부터 비인기 종목다운 냄새를 풀풀 풍기지만, 생각보다 흥미롭고, 교훈으로 가득하며, 무엇보다 직접 쓰고 번역하는 동안 열심이고 진심이었기에 자신 있게 추천하는 참 괜찮은 새끼입니다.


오늘 번역해 소개한 이 포스트와 함께 이전 글을 쭉 한 번씩 역주행하며 읽어주신다면 정말 더할 나위 없이 감사하겠습니다.


곧 또 뵙겠습니다!


스눕피, 이 새끼는 꼭 돌아올 겁니다.



[함께 읽으면 되게 좋은 매거진]

https://brunch.co.kr/magazine/thegreatgatsby


[함께 들으면 되게 되게 좋은 노래]

소설 <위대한 개츠비>의 제4장에 나오는 노래입니다. 내용이 궁금하다면 <스눕피의 피츠제럴드 잡설> 매거진 3편을 읽어보시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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