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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눕피 Aug 07. 2023

한여름엔 개츠비가 보약

사랑이 필요한 시국 그리고 여름 소설 <위대한 개츠비>



여름, 개츠비
나뭇잎이 피다



어디선가 읽었는데,
태양이 해마다 점점
더 뜨거워지고 있대.


소설 <위대한 개츠비>의 계절적 배경은 나뭇잎이 팝콘 터지듯 한바탕 흐드러지는 여름이다.



그리고, 마치 영화 속 패스트모션처럼

무섭게 자라나는 나뭇잎들과 햇빛 속에서

나는 이 여름,

새로운 삶이 다시 시작되고 있다는

친숙한 확신에 사로잡혔다.



무더위, 전쟁


그래서 주인공들은 푹푹 찌는 날씨 때문에 넋을 빼곤 하며, 결국 가장 더운 날에 그들은 치받는다.


이런 무더위에는 불필요한 몸짓 하나하나가

보통의 활력밖에 가지고 있지 못한 사람들을

모독하는 셈이었다.



기다려, 가을


비록 비정직하지만 눈치 하난 더럽게 빠르고 직관적인 캐릭터 '조던 베이커'는 그녀가 가장 존경하는 언니 ‘데이지’에게 <가을이 오고 날이 선선해지면 인생은 처음부터 다시 시작된다>라는 하나 마나 한 말을 던진다.


병적으로 굴지 마.

가을이 되고 날이 선선해지면

인생은 처음부터 다시 시작되니까.





올드 머니 토크


피츠제럴드는 이들의 하나 마나 한 말을 소설 속에서 올드 머니의 화법으로 못박는다.




하등 진지하지 못한, 그저 시간이나 때우며 빙빙 겉도는 말과 말, 피츠제럴드는 삶의 매 순간 그들이 보여주는 이기적이고 불분명하며 가식적인 삶의 태도를 몇 번이나 꼬집는다.



데이지의 목소리는
돈으로 가득 차 있지요.





계급과 계절


<위대한 개츠비>는 물론 사랑 이야기이지만, 이 소설이 실은 계급에 관한 이야기이자 그것을 감각적으로 전시하는 계절의 이야기라는 걸 인지하는 순간 얕은 마음으로 슥슥 넘기던 페이지가 꽤 무거워진다.



짤랑거리는 돈 소리,
심벌즈의 노래 같은 돈 소리……
하얀 궁전 저 높은 곳에 있는 공주,
황금의 아가씨…….




최후의 물놀이


만국박람회를 방불케 하는 화려한 판을 깔아 주느라 정작 여름 내내 수영 한 번 제대로 못한 개츠비에게 소설의 말미에서 하인(정원사)이 말한다.



개츠비 씨,
오늘 풀장의 물을
빼버릴까 합니다.

이제 곧 낙엽이
지기 시작할 텐데,
그러면 어김없이
배수관에 문제가 생기거든요.




나뭇잎이 지다


계절이 부르는 자연의 당연한 변화(나뭇잎이 떨어지는 일)와 그로 인해 반복되는 역사(파이프에 문제가 생기는 일)에 눈치 없이 대든 개츠비는 물놀이를 하다가 목숨을 잃는다.





전후 상황을 다 아는 독자야 거기에 그러고 있으면 안 된다면서 그의 상황을 안타깝게 여기지만, 사실 개츠비의 입장에서는 마치 발을 헛디뎌 죽는 것만큼이나 어이없는 죽음과 마주할 뿐이다.




"오늘은 그냥 두게." 개츠비가 대답했다.

그러고는 변명하듯 나를 돌아보았다.

"올여름엔 저 풀장을 한 번도 쓰지 못했네요."



하나 마나 한 말




그리고 가을이 오고 날이 선선해지면 인생은 다시 시작된다던 금수저 ‘조던 베이커’는 가을이 되면 겨울을 얘기할 것이고, 겨울이 되면 분명 봄을 이야기할 것이다.


현재가 애달프지 않아서 대충 미래를 저당하는 인생, 임기응변으로 슬쩍 넘어가면 그만인 오늘을 사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데이지’도 마찬가지다.





미래는 공포


하지만 지금 당장 여기에서 모든 대답을 듣고 끝장을 보고 싶은, 현재를 사는 개츠비에게 선선해지는 가을은 예상되는 공포다.


‘데이지’를 애타게 그리는 개츠비는 언제든 과거를 되돌릴 수 있다며 자꾸만 지난날을 그리워한다. 그는 온갖 수를 다 써서 부를 축적했고, 어제보다 더 나은 내가 되었다.





과거를 살다


그리고 찬란한 미래를 향해 팔을 뻗어 보지만, 그에게 떠밀려오는 것은 전부 과거의 산물이고 그것은 모두 부정할 수 없는 현재의 현실이다. 더구나 그가 무의식적으로 마주하고 싶은 모든 상황과 상태의 시점은 전부 과거에 머물러 있다.





타이밍의 문학


인생에서 중요한 것은 결국 타이밍이고, <위대한 개츠비> 그런 타이밍 다루는 가장 위대한 소설이다.


그래서 이 소설의 마지막은 가히 완벽에 가까운 위대한 문장과 함께 이렇게 끝을 맺는다.


그래서 우리는

계속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흐름을 거슬러가는 조각배처럼,

끊임없이 과거로 떠밀려가면서도.



사랑이 필요해


나라에 미친 일이 정말 많이 일어난다.


신뢰 관계가 완전히 무너져버린 것 같다.


이럴 때일수록 더 사랑해야 한다. 사랑만이 답이다. 날이 무더워지면 피서(避書)하지 말고, 책에 더 가까이 다가가 한 줄이라도 더 읽어야 된다.


기왕이면 인간의 사랑을 배울 수 있는 마음 따뜻한 책 말이다.


아무튼 제발 미워하지 말고 사랑합시다!




음, 저는 사랑이
이 세상의 전부라고,
또 전부여야 한다고 생각해요.

피츠제럴드 <밤은 부드러워>




[함께 읽으면 좋은 매거진]

https://brunch.co.kr/magazine/thegreatgatsby



[그리고 함께 들으면 좋은 음악]

"That I'll be loving you always"




[본문 내 도서 인용 출처]


1. <위대한 개츠비>

초판 9쇄 / 김석희 옮김 / 도서출판 열림원


2. <밤은 부드러워>

1판 1쇄 / 김문유, 김하영 옮김 / 경성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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