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워키 출신의 아방가르드 패션 디자이너 '엘레나 벨레즈'
위스콘신 간이역들의 희미한 불빛이 열차를 스치고 지나갈 무렵이면, 갑자기 공기가 팽팽하게 긴장했다. 우리는 식당차에서 저녁을 먹고 싸늘한 통로를 지나 자리로 돌아오면서 그 공기를 깊이 들이마셨고, 그 후 한 시간 동안은 우리가 이 지방과 일체가 되는 것을, 말로는 표현할 수 없지만 분명히 의식했고, 그렇게 이상한 체험을 한 뒤에는 그 공기 속에 다시금 하나로 녹아들었다. 그것은 나의 중서부다.
- 스콧 피츠제럴드 <위대한 개츠비> 중에서
위스콘신 주 밀워키 출신, 오대호(Great Lakes)의 선장으로 일하던 미혼모의 외동딸,
기계공, 용접공, 공장 관리인을 어머니로 둔 친구들과 함께 성장한 말 그대로 헤비메탈(Heavy Metal)한 성장 환경(투박스러움),
나를 가꾸고 꾸미는 일보다 생존이 급급했던 현실적이며 실제적인 여성(어머니)의 삶에 대한 고찰과 함께 새로운 '여성성'의 비전을 그리는 패션 디자이너 '엘레나 벨레즈(Elena Velez)'
그녀는 패션에 중공업의 요소를 섞는 담대함과 함께 잘 팔릴 만한 시장성보다는 자기 신념과 고향 존중을 우선하면서 '챌린지' 같은 컬렉션을 이어간다.
그래서 패션 브랜드 운영과 그것을 위한 자금 운용에 대해 직설적으로 할 말을 한다.
'돈'을 이야기하면서 자주 절망하지만, 결국 '꿈'을 쫓음으로써 온갖 부정을 덮어버리는 '엘레나 벨레즈'의 진취적인 캐릭터는 정말 독보적인 매력으로 다가왔다.
보트 커버와 삭구(배에서 쓰는 로프나 쇠사슬), 재활용 돛, 군용 캔버스와 낙하산 소재를 컬렉션에 활용하고, 밀워키 스틸을 재료로 고향의 금속세공장인과 협업하는 그녀의 디자인 참신성은 비슷한 내용이 지루하게 반복되는 과잉 패션에 대한 대안이자 뉴욕과 LA 기반의 주류 패션 서클의 공고함에 주변부로 밀려나는 배제에 대한 대항이다.
현시대의 여성성이란 다양성 부족의 문제가 아니라 그 복잡성을 탐구하는 인내심의 부족이라고 생각하는 디자이너 '엘레나 벨레즈'는 자신의 시그니처 디자인을 줄곧 <공격적인 섬세함>이라는 용어로 설명하는데,
아무래도 그것은 일반 감상의 관점에서의 소재와 주제 간 불협화음에 대한 가장 현명한 대답이자 남초 항해 사회에서 선장으로 35년 넘게 일한 그녀의 뮤즈 '어머니'에 대한 가장 이상적인 존경의 표시가 아닐까 싶다.
아니, 어쩌면 25살에 첫 아이를 가지고 지금은 두 아이의 엄마가 된 그녀 자신을 위로하는 키워드일지도 모르겠고.
사람들이
스스로 원하는 것과
갈망하는 것들에
조금만 더 솔직해진다면,
많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 <VOGUE> 인터뷰 중에서
2021년 미국패션디자이너협회(CFDA) 캘린더의 뉴욕패션위크 공식 데뷔를 치른 동명의 패션 브랜드 'Elena Velez'는 돈 없고 빽 없는 지방 출신 디자이너가 증명하는 보란듯한 성공 사례다.
엄마의 은퇴 자금에 빚져 패션 브랜드를 간신히 운영한다는 그녀는 뉴욕의 파슨스와 런던의 센트럴 세인트 마틴 대학에서 공부했지만,
고향 밀워키에 공장을 세우고 그곳에 완전한 기반을 두어 고향의 재능을 세상에 소개하고 연결하겠다는 꿈을 가지고 오늘도 특별한 디자인으로 자기 주장한다.
동부가 나를 가장 흥분시켰을 때에도, 오하이오 강 서쪽의 따분하고 꼴사납게 부풀어 오른 도시들, 어린이와 늙은이들만 빼고는 누구에게나 끊임없이 캐묻기 좋아하는 도시들보다는 동부가 훨씬 낫다는 것을 분명히 알게 되었을 때조차도, 나에게 동부는 언제나 뒤틀리고 일그러져 있었다.
- 스콧 피츠제럴드 <위대한 개츠비> 중에서
진정한 하위문화에 대한 양육과 발전 없이는 그 상위 개념으로서의 패션 문화가 성립할 수 없다는 확고한 지론을 가진 디자이너 '엘레나 벨레즈'는 정확히 같은 관점에서, 인습적으로 주목받지 못하는 기타 도시 속에서 자생해 세상을 놀라게 할 크리에이티브의 가능성을 믿는다.
그래서 그녀는 로컬 수공예와 로컬 협업에 누구보다 적극적이며, 무엇보다 중공업적 재료에 대한 집착으로 '다시다' 같은 고향의 맛(Milwaukee Flavor)을 글로벌리 샤라웃한다.
이 지루한 세상을 바꾸는 인간의 힘은 무엇일까?
그것은 계란으로 바위를 내려치는 무모함과 택도 없는 꿈을 꾸는 순수함 그리고 자기 신념을 땅 끝까지 밀고 나가는 자신감을 지닌 인간의 지치지 않는 태도가 아닐까.
헤비메탈 패션, 중공업 패션 그리고 밀워키 패션, 언뜻 말이 안 된다고 느껴지는 이야기도 진심으로 말이 된다고 믿으면 진짜 말이 되어 현실화하는 마법,
리얼 힙합보다 더 힙합 같은 패션 디자이너 '엘레나 벨레즈'는 자신의 출신과 상황과 환경에 솔직했고, 자기 고향을 자신 있게 대표하며 대담한 꿈을 꾸었다.
그리고 세상 이기적인 그 꿈을 현실화하고 있다.
성공으로 가는 길엔
수많은 거절과
잔 상심들이 많겠지만,
꾸준히 나아가고
또 좌절하지 않는다면
좋은 일들도 그만큼 성큼
다가올 거라는 말을
해주고 싶어요.
- <라디오 밀워키> 인터뷰 중에서
[함께 읽으면 좋은 포스트]
https://brunch.co.kr/@0to1hunnit/448
[그리고 오늘의 추천 노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