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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눕피 Oct 30. 2023

빈티지 올드 갭 단상

흔하디 흔하던 것도 시간이 흐르면 귀해진다.



흔함 to 귀함


시간은 계속 흐르니까 도처에 널려있던 것들이 새롭게 보이는 경험은 반드시 찾아온다.


그렇게 언급할 가치 하나 없이 흔해 빠졌던 것들이 시간의 세례를 받고 터무니없이 비싸진다.



23년 10월 칸예 착용 닌텐도 스위치도 빈티지가 되어 귀해질까?



빈티지 구도


대충 싸잡아서 그것들을 빈티지라고 부르자면,


한 시절의 것들로부터 젊음을 되찾으려는 중년과 중년의 것들을 매개로 자신의 젊음을 돋우려는 청년이 대치하는 형상이 나는 떠오른다.


전문 용어로 자강두천!



흘러넘치던 러셀 스웨트셔츠가 새 날개를 달던 순간, 무예호!



욕망과 경쟁


빼앗기기 싫고, 반대로 빼앗고 싶은 각기 다른 대척의 욕망을 지닌 그들이 서로에게 제값을 쳐줄 리가 없다.


치열한 생활 같고 경쟁하는 인생 같아서 재밌고 아름다운 것 같다.


빈티지의 세계 말이다.



 빈티지 갭 가죽 팬츠를 입은 칸예 - 개코같은 패션 아이콘



빈티지 올드 갭


관련하여 80년대 후반에서 90년대 사이에 제작된 빈티지 GAP 갭 상품의 인기가 치솟는다는 해외 기사가 눈에 자주 걸린다.


디팝(Depop)이나 이베이(Ebay)에서 관련 검색량이 상당히 올라가고 있는 모양이다.



빈티지 랄프 로렌 데님 재킷을 입은 Ye - 전설 같은 핏감이었다.



1969 GAP


갭은 1969년, 불혹의 나이에 가족 사업(캐비닛 제작)과 부동산 업을 병행하던 패션 문외한 도널드 피셔 Donald Fisher가 그의 와이프 도리스 Doris와 함께 샌 프란시스코 오션 애비뉴에 설립한 스토어가 그 전신이다.





빡쳐서 창업


원래 갭은 리바이스 청바지와 음악 레코드를 함께 판매하던 잡식 스토어였다.




어딜 가도 인심(inseam) 31인치의 리바이스 청바지를 구할 수가 없던 창업자의 빡침 포인트는 결국 모든 사이즈, 컬러, 핏을 만족하는 상품을 대량으로 구비해 벽면 장에 전시해 판매하는 식의 매장 설립 아이디어로 이어졌고, 그는 그것들과 함께 곁들일 문화로 음악을 선택했다.



브랜드 이름 GAP 갭은 Generation Gap(세대 차이)의 그 갭이 맞다. 와이프의 아이디어였단다.



미키 드렉슬러


앞서 언급했지만서도 요즘 빈티지 관련 커머스에서 폼이 절정이라는 80년대와 90년대 사이에 제작된 갭의 패션 아이템은 사실 <리테일의 왕>으로 불렸던 브랜드의 천재 디렉터(경영자) 미키 드렉슬러(Drexler)의 선구안이 빚어낸 것이라는 평이 지배적이다.



"여기 끝 선이 안 맞잖아? 오와 열을 맞추라구!"



갭 되살리갭


훗날 제이크루의 CEO는 물론 애플 이사회의 임원으로서 애플 스토어의 디자인과 기획을 이끌기도 했던 - 잡스에게 막대한 영감을 제공한 - 그는 갭의 기존 상품군을 뒤엎고 제로부터 새롭게 기획하는 급진적 면모로 주목을 받았는데, 결국 밋밋하던 브랜드에 다채로운 ‘컬러’ 아이덴티티를 입혀 고유의 매력 포인트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또한 팝 컬처 아이콘과 핫 모델을 기용한 광고 기획을 통해 비록 남들과 같은 옷을 입어도 쿨해 보일 수 있는 매력적인 판타지를 만들었으며,


90년대 중반부터 본격화된 미국 기업들의 ‘캐주얼 프라이데이’ 트렌드에 바싹 붙어 캐주얼 시크(Casual Chic) 무드를 유효 적절하게 최초 소개했다.



90년대 갭의 광고에 등장한 '스파이크 리'와 '우피 골드버그'



그리고 앞선 전략들에는 늘 <멋쟁이가 되는 일에 꼭 그리 많은 돈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라는 매우 합리적이고 착하게까지 느껴지는 마케팅적 관점을 핵으로 담아냈다.



앤디 워홀도, 제임스 딘도 카키를 입었다. 너는? 너 뭐 돼? 너 특별해?



그 결과, 그는 미국, 나아가, 세계의 옷 입는 방식을 바꾸었다는 평을 받는다.





흔하디 흔한


아무튼 그 시절을 무심하고도 묵묵하게 살아가며 경제 활동하던 이들에게 그리 특별할 것 없던 캐주얼웨어 브랜드 ‘갭’의 흘러넘치던 옷들이 - 너도 갭, 나도 갭, 우리 모두 갭 - 무슨 대단한 의미를 지녔었을까 싶다.





두고 봐! 평가는 훗날 이뤄지는 것이라면서 매 시즌 특이한 제품들을 여분으로 구매해 창고에 하나하나 보관해 두며 몰래 비릿한 승자의 미소를 짓던 사람은 또 존재하긴 했었겠느냔 말이다.



대한민국에 없없무(없는 게 없는 무한도전)가 있다면, 미국에는 없없오(없는 게 없는 오피스)가 있다.



새로운 시각


현재 만연한 것을 새로운 눈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꼭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오늘 절실히 들었다.


어디에나 있는 흔해 빠진 패션 아이템으로부터 남 모를 가치를 미리 발견하는 일은, 빈티지 대환영의 시대에 어쩌면 색다른 브랜드나 아이템에 혈안하는 테이스트 메이커의 전망보다 더 매력적인 작업이 될지도 모르겠다는 확신이 든 것이다.



Don't we all?





물론 시간이 좀 많이 걸린다는 단점이 있지만, 훗날의 환금 관점에서 그보다 강력한 장점이 또 있을까 싶고, 똥촉의 결과를 무마해 줄 시간의 약빨이라는 것이 존재하니까 무엇이든 어느 정도의 재미(돈)를 보장해 줄 것이란 생각이 든다.



오늘의 결론

흔하디 흔한 대중 유행 아이템을 일단 잘 모시고 오래 봐야 하는 이유로 90년대 빈티지 갭의 인기 현상 정도면 충분하지 않은가?




[오늘 함께 듣고 싶은 노래]

잇쯔 꼬인 따운! 릴 키키 형 그루브 뒤진다?




[그리고 함께 읽고 싶은 글]

https://brunch.co.kr/@0to1hunnit/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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