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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눕피 Feb 22. 2024

푸마 스피드캣 유행! 왜?

패션 트렌드 20년 주기설은 과학일까?



넥스트 삼바


2022년 10월 3일 월요일,


 <아디다스 삼바 유행 파헤치기>라는 졸작을 통해 나는 쓸데없이 밝혔다.


역사의 거울을 들여다보니, 다음 신발 유행은 스탠 스미스 혹은 푸마의 트레이너가 될 것으로 보이는데, 나는 눈치나 살살 보다가 두 아이템 중 푸마의 트레이너에 배팅했다고 말이다.


믿음의 근간에는 나의 인생 아이돌 '칸예'의 말씀이 있었는데,



"형! 푸마가 뜰 것 같다면 손으로 다이아몬드를 그려줘." "이렇게?"



그는 줄곧 이렇게 말했고,



Past Tells Everything




나는 그때 이렇게 말했다.





여러 패션 관련 매체에서 '푸마' 스니커즈에 관한 언급이 상당히 올라가고 있는 걸 체감하는 요즘이다.


여러분도 느끼시죠?


대체 왜일까?




푸마의 흙역사와 SLS


80년대 중반부터 이어진 푸마의 오랜 침체, 브랜드 매출 활성화를 위해 1993년, 29살의 CEO 요헨 차이츠가 긴급 투입되었다.


그는 무려 독일 역사상 최연소 최고경영자이기도 했는데,


요헨 차이츠의 취임 이듬해인 1994년, 연속 적자와 빚의 늪에서 허우적대던 푸마는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요헨 차이츠는 푸마의 합류 시절을 돌아보며 '온갖 실패와 부정적 생각이 건물 외벽에 달라붙어있었다'라고 회고했다.



취임 후 5년의 기간,


그는 엄격한 비용 통제와 조직 구조 개편(절반 이상의 인력 축소) 및 생산 구조 변경(비정부기구의 감시 아래 이뤄진 아시아 지역 아웃소싱)으로 회사 운영의 기반을 재조정했다.


그리고 브랜드 자산을 강화하고(브랜드 로고 통일), 브랜드 이미지 개선을 위한 광고 캠페인을 실행하였으며, 무엇보다 완전히 새로운 브랜드 포지셔닝을 대담히 시도했다.


이른바 <스포츠 라이프스타일(SLS)> 브랜드로의 새 출발!





SLS 브랜드 전략의 요는 운동장 위, 체육관 안을 맴돌던 운동복과 운동화를 길거리 위에 올려 일반의 자유 시간 아래 묶어놓는 일이었는데,


이는 푸마가 진격의 두 스포츠웨어 거인(나이키와 아디다스)과 차별적 선을 긋는 계기가 되었으며, 훗날 에슬레저 룩 탄생의 모태가 되기도 했다.



THE OFFICE X PUMA




디자이너 감성 수혈


나아가 요헨 차이츠와 디자인 팀은 '푸마' 스포츠웨어에 섹시한 감각과 이색적 매력을 더하기 위해 디자이너 패션 브랜드와의 협업을 시작했다.


그렇게 1998년, 푸마는 독일의 미니멀리즘 패션 브랜드 '질 샌더 Jil Sander'와 콜라보레이션을 진행하게 되는데, 이는 스포츠웨어에 디자이너 브랜드의 감성을 본격 이식한 상징적 사례로 기록된다.




JIL SANDER - 늦었지만 빈티지의 맛으로나마 세기말의 감성을 느껴보고 싶다.



뒤이어 푸마는 닐 바렛, 야스히로 미하라 등을 잇따라 영입했고, 아디다스는 스텔라 매카트니, 요지 야마모토와 협업을 진행했으며, 이에 질세라 스포츠웨어 업계는 관련 컬렉션 라인을 잇따라 강화했다.



닐 바렛 형(왼쪽)과 미하라 야스히로 형(오른쪽) / 닐 바렛 형은 프라다 아메리카 컵 슈즈의 기원을 소개하는 블로그 포스트에서도 한 번 소개한 바 있다.




스피드 캣


세기말, SLS 브랜딩의 기조 아래 하이패션 디자인을 접목해 다양한 프리미엄 스포츠웨어 카테고리 개발에 도전하던 푸마는 이탈리아의 모터스포츠 클로딩 브랜드 '스파르코 Sparco'로부터 프로 레이싱 선수들을 위한 전문 운동화를 함께 만들어보자는 협업 제안을 받게 되는데,


이는 전설의 레전드 슈즈 '스피드 캣 Speed Cat'의 탄생 배경이 된다.





스너그 핏의 라운드 , 페달링의 감을 최대로 전하는 얇은 ,  시대를 향해 달려 나가는 Y2K 역동적 디자인갖춘 로우 프로파일 슈즈 '스피드캣'  본진의 바람대로 길거리로 꽂혀 들어가 당대 최고의 패션 슈즈에 등극했다.





Before 05학번이즈백, 다시 말해 2004년, 푸마는 글로벌 라이프스타일 스포츠 패션 브랜드로서의 포지션 구축에 완벽히 성공했고,


05학번이 대학 입학에 성공한 그해의 초여름, 당시 유로 환율 기준 1조 5천억 원 이상의 글로벌 세일즈를 기록하며 매우 크게 성장한다.


푸마의 파죽지세(푸죽지세)!


지금으로부터 정확히 20년 전의 일이다.



Hypebeast



290 이야기


(죄송하지만) 갑자기 내 얘기를 좀 하자면,


2004년, 나도 스피드캣을 샀다.


컬러는 블랙, 소재는 스웨이드, 사이즈는 290!


그것은 본가 신발장에 여전히 남아있다.


성장기 청소년의 경우, 발이 충분히 더 커질 수 있다는 점원 선생님의 말씀에 마음이 흔들린 어머니께서 사이즈를 몇 번이나 올림하여 사주신, 미래의 내 발을 내다본 이른바 퓨처리스틱 슈즈였다.



Hypebeast



그 해의 무더운 여름, 반바지에 스피드캣을 신고 약속 장소에 나간 나를 두고 친구들이 삐에로라고 놀렸다.


하지만 서른다섯을 까먹은 현재 나의 발 사이즈는 애석하게도 290의 벽을 넘지 못했다.


사실 누구라도 쉽게 넘기 힘든 벽이었다.


아! 어머니?


아무튼 그땐 스피드캣이 정말 짱이었고,

나는 발만 길고 큰 삐에로 중학생이었다.




2004년 5월의 기사, 그때 푸마는 좀 짱이었다.




Back To 00s


2004년 전후의 매거진과 뉴스 검색을 통해 당대의 푸마 열풍을 (찔끔) 추적해 봤다.


그리고 거기에 담긴 이런 말들이 위화감 없이 현재를 감싸 안았다.



"트레이닝복의 일상화"

"요즘 패션계의 화두는 스포티즘"

"올해 패션 테마는 스포츠룩"

"세련된 운동복을 입은 패션 피플"

"거리 유행 키워드는 추리닝 패션"

"운동화는 패션의 필수 아이템"

"전문 경기화를 패션화로 개조"

"불황 모르는 스포츠화 시장"




패션 트렌드

20년 주기설


대중문화의 전통적인 생애주기가 대충 <20년>을 기준으로 형성되고, 패션 트렌드 또한 그것의 사이클을 대략적으로 따른다는 일종의 속설은 이젠 너무 흔한 이야기가 되었다.


그것의 근거로는 새로운 젊은이들이 20년마다 탄생하기 때문이라는 관점이 개인적으로는 가장 단순하고 당연하면서도 상당히 설득력이 있다고 보는데,


또래와 차별적 매력을 드러내고자 노력하는 당대의 아무리 힙한 청년들일지라도 도대체가 미래를 힙하게 내다볼 수는 없는 노릇이니 본능적으로 자기 인생의 가장 먼 과거를 향해 거슬러 올라가며 색다른 인사이트와 재미를 탐색하게 되고, 그것들로부터 묘한 향수와 동질감을 느끼게 되면서, 이내 그것들의 모양을 흉내 내게 된다는 것이다.





너희들은 이런 스타일 모르지?




조금 다른 시각으로는 트렌드를 세팅한다는 소위 세터들이 다음의 패션 흐름을 정의하려는 시도(자연스럽게 현재와 겹치지 않고 쉽사리 연결되지 않는 과거의 테마를 추적)에서 일반의 심리적 저항 수준과 납득의 가능성을 계산하다 보면(30년은 너무 길고 10년은 너무 짧기에) 적당히 적절한 20년 전후의 언저리에서 매력적인 소재를 발견해 제시하게 된다는 이야기도 있다.


하지만 소셜 미디어의 지나친 활약으로 인해 찬란했던 과거의 라이프스타일 및 패션의 역사가 다양한 매체를 통해 시시각각 노출되는 바람에, 사람들이 이젠 그 어떤 이미지 더미와 만나더라도 그리 낯설지만은 않은 다소 편안한 상태에 놓이기에, 더 쉽게, 더 자주 피로감과 지루함을 느껴 그것의 주기가 앞으로 크게 줄어든 채 반복될 것이라 내다보는 덧댐 의견도 존재한다.



Hypebeast



엄정한 역사
(까불지 마)


그러나 사실이 무엇이고 진실이 무엇이든, 반복되는 유행을 촉발하는 모든 가능성은 어떤 식으로든 열려있고, 예측 가능성을 피해 아무리 남다른 머리를 굴리거나 반전의 반전을 거듭해도, 결국 비슷한 주기와 강도를 반복하게 되는 것이 <(패션의) 역사>라는 것의 엄정함이 아닐까,라는 것이 역시나 싱거운 오늘의 결론이다.


그건 그렇고 앞서 언급한 푸마의 전설적인 CEO 요헨 차이츠는 약 20년 전에 이렇게 말했다.



푸마는
대중적인 브랜드가
되길 원하지 않는다.

우리의 고객은
대중과 자신을 구별 짓고
싶어 하는 개인주의자들이다.



2024년에 와서 그의 말이 더욱더 분명하게 와닿는 기분이 드는 이유는 뭘까? 요즘을 돌아보며 저 말에 더욱더 깊은 공감을 느끼는 건 아무래도 내 망할 확대 해석 때문이겠지?


제길슨!



[함께 들으면 기분 좋은 음악]

앨범 커버가 좀 그렇네?



[함께 읽으면 너무 좋은 포스트]

https://brunch.co.kr/@0to1hunnit/3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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