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프 시몬스>에 미친 남자 '데이비드 카사반트'
개인 브랜드란 나의 취향이 이끄는 꿈길 위에 정직하게 쏟아부은 열정의 시간이 누적된 상태와 모양이다.
왜냐하면 내가 행하는 모든 일은 결국 다시 나에게 돌아오고, 개인의 매력과 이미지 그리고 태도를 형성하기 때문이다.
미국 테네시주 출신으로 런던의 센트럴 세인트 마틴 대학에서 패션 디자인을 전공한 '데이비드 카사반트 David Casavant'는 14살 무렵부터 이베이를 통해 패션 브랜드 '라프 시몬스'와 '헬무트 랭'의 오래된 컬렉션 아이템을 사모았다.
매장에서 사는 새 옷은 비쌌지만, 온라인 장터에서 만나볼 수 있는 두 브랜드의 아카이브 피스는 당시만 해도 상당히 저렴했기 때문이다.
'문화적 뿌리가 있는 옷'과 '남성복 전문 패션 디자인'에 대한 개인적 관심은 그의 의류 수집과 투자 행위에 의미를 부여했고, 그가 사모은 컬렉션은 시간이 흘러감에 따라 사회적 생명과 의미를 얻게 됐다.
이후 지인들이 그의 물건을 빌려가기 시작하면서 그는 사업화(렌털)의 가능성까지도 확인하게 된다.
데이비드 카사반트는 지금은 구하기 어려운(혹은 너무나도 비싼) 오래된 옷을 스타들에게 빌려주는 사람으로 이름을 알렸다.
그의 고객은 카니예 웨스트, 킴 카다시안, 리한나, 레이디 가가, 트래비스 스캇, 티모시 샬라메 등인데, 특히 칸예의 방문이 브랜드를 널리 알린 기폭제가 됐다.
데이비드 카사반트는 그가 계산 없는 열정으로 사모은 귀한 옷으로 스타들의 멋진 이미지를 계산적으로 만들어주는 귀한 사람이 됐다.
계산된 사업처럼 들리지만,
사실은 제가 옷을 좋아하고,
버리기 싫어해서 그런 거예요.
그가 생각하는 패션 아카이빙의 목표는 세상을 바꾸고, 자신과 비슷한 사람들을 위한 커뮤니티를 만드는 것이다.
자동차나 예술품과 달리 저평가받는 옷의 위치가 안타까웠다고 그는 밝혔고, 패스트 패션 기업이 옷의 일반 인식을 일회용으로 만들기 시작한 때부터 본격적 수집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아, 이건 시장이 없네."라고 말하기보단 "내가 시장을 만들도록 노력해야지."라고 생각했어요.
데이비드 카사반트는 옷에 생명을 불어넣는 건 '옷을 입는 일'이라는 지론으로 자신의 수집품이 필요한 이들에게 옷을 리소스처럼 빌려준다.
하지만 그는 그의 아카이브 피스가 단지 유명인에게 '입혀지는 것'에만 의의를 두지 않고, 자기 취향과 비전이 담긴 옷을 통해 그들의 '예술 발전'이 이뤄지길 희망한다.
저는 제 옷을 빌려가는 스타들을
퍼포먼스 아티스트로 생각해요.
<훌륭한 것이 이미 존재한다면, 새로운 걸 구입하는 건 말이 되지 않는다>라고 어떤 인터뷰에서 그가 말했다.
유행 브랜드에 지나치게 휘둘리고, 새 옷만 멋진 옷인 줄 알았던 비합리적인 20대 시절에 만났다면 아무런 감동 없이 스쳐 지나갈 멘트였을텐데,
오늘의 내겐 꽤나 인상적이고 감동적으로 다가왔다.
데이비드 카사반트가 수집해 온 라프 시몬스와 헬무트 랭, 에디 슬리먼의 수많은 컬렉션 의상들, 그것들은 현재 한화 가치로 200~300억 원 수준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미쳤군.
물론 현대 남성 패션의 변혁을 이끈 위대한 그들이지만, 그들이 품었던 최초 의도와 비전 그 이상의 의미와 상징을 부여한 건 비단 흐르는 시간의 세례뿐 아니라 골수팬들과 수집가들의 집착에 가까운 열정과 희생 때문이 아니었을까?
디자이너의 손을 떠난 컬렉션 아이템은 다만 하나의 물건이 아니라, 그것을 소중하게 품어 간직해 온 누군가의 진실한 시간과 공간 그리고 태도가 담긴 생명에 가까울 테니 말이다.
사람들이 옷을 어떻게 사느냐고 물어보면 저는 보통 '그냥 저절로 찾아지게 내버려 둬요.'라고 답합니다.
모든 감각을 열어두고 작품이 저에게 다가오도록 내버려 두려고 노력하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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