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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눕피 Dec 25. 2024

벤자민 버튼

피츠제럴드, 마틴 로즈&뎀나, 캐서린 햄넷


벤자민 버튼


70대 노인의 모습으로 태어나 우유 대신 시가를 물던 신비한 남자의 이야기, 경멸의 시선 속에서 보낸 어린 시절, 그는 세상의 일반적 기대에 삐걱대며 괴로워한다. 하지만 누구에게나 기회는 찾아오는 법, 그는 에고를 죽여 침묵하는 법을 배우고, 사랑하는 여인과 함께하고, 운때를 만나 크게 성공한다. 그러나 거꾸로 가는 시간은 불행하게도 그를 기어코 갓난아이의 몸으로 만들어 버리고, 크게 생동해야 마땅할 인생의 사뿐한 시작점에서 무기력하게 눈을 감는다.


소설 속에는 ‘예일대학교’, ‘철물도매업’, ‘사교계’, ‘왈츠’, ‘풋볼’ 등 피츠제럴드 소설의 단골 소재가 여럿 등장한다.


이토록 이상하고 불편하며 우울한 스콧 피츠제럴드의 환상 같은 단편 <벤자민 버튼의 기이한 사건>(1922) 집필에 모티브를 제공한 건 “인생 최고의 순간은 초반에 찾아오고, 최악의 순간은 끝에 와 안타깝다”라는, 그가 평소 존경하던 작가 ‘마크 트웨인’의 말씀이었다. 피츠제럴드는 그의 아이디어를 공정하게 실험하고자, 완벽하게 정상적인 세상에서, 단 한 사람에게만 (문학) 실험을 시도했다고 밝히기도 했는데, 실험 정신이 다소 과도했던 모양인지 해당 단편은 여러 잡지사로부터 줄기차게 거절당했다고 전해진다. 사람들은 피츠제럴드에게 달뜬 연애 이야기나 기대했을 테니까.


벤자민 버튼이 느낀 인생의 행복과 불행의 실체는 결국 그의 외모였고, 세상의 평가는 대체로 피상적으로 이뤄졌으며, 그 피상성은 한 사람의 인생을 주물렀다. 하지만 그는 남다른 조건에 좌절하지 않고 적응했기 때문에 삶의 끝이라도 보게 됐다. 그것은 다행인 일이다. 그러나 벤자민 버튼이 결국 더럽게 재수 없는 인간으로 남는 것은 전세가 역전되는 중년 무렵에, 그 역시 외모로 사람을 판단하며 자연스레 노화하는 와이프로부터 정을 뗀다는 사실 때문이다.


"그는 미국-스페인 전쟁에 참가하고 돌아온 후에 느꼈던 불안감을 곧 잊고 순진하게 자신의 젊은 외모를 즐기게 되었다. 이 달콤한 상황에 파리 새끼 같은 것이 하나 끼어들었다. 아내와 함께 공공장소에 가는 일이 아주 싫어진 것이다. 힐더가드는 이제 곧 쉰 살이었고, 그녀를 보노라면 참으로 부조리하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내 나이 서른다섯, 아니, 이제 진짜 곧 여섯, 평범함을 특별하게, 특별함을 평범하게 받아들일 줄 아는 성숙한 어른이 되고 싶다는 겉멋 가득한 열망이 강해지는 요즘이다. 사람들의 손가락질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꾸역꾸역 잘도 성장한 벤자민 버튼의 내면의 기백을 배우되, 흰머리에 주름살도 어여삐 받아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던 그녀에게 뒤늦게 통수를 치는 그런 외면의 싸가지를 경계하자. 쩝.



끝내주는 에피소드


2014년에 올리버가 제게 말했어요.


"제가 함께 작업한 적이 있는 뎀나라는 사람이 있는데요, 그 사람이 당신의 작품을 좋아한대요."


그리고 저의 연락처를 알려달라고 요청했어요.


"아, 네, 좋아요."


어느 날, 뎀나가 말하더군요.


"제가 레이블을 하나 만들었는데요, 이름을 베트멍이나 뭐 그렇게 지을 것 같아요"



Classic, Historical.



캐서린 햄넷 디깅


"옷을 살 땐, 좋은 재료와 나쁜 재료를 구분하고 좋은 재료만 구입해야 합니다.

라벨에 무엇이 있는지 확인하는 것부터 시작하세요.

PVC는 최악이며, 새 폴리에스테르, 새 나일론, 새 아크릴은 피해야 해요."



자신만의 공간을 갖는 게 행복한 관계의 비결이에요.

그러면 다른 사람의 지랄 같은 취향을 참을 필요가 없거든요.

제가 경험한 가장 성공적인 관계는요, 이런 약속과 함께 시작됩니다.

"우린 서로에게 완전히 솔직해야 한다. 심지어 가장 어둡고 편집증적인 두려움까지도."

우린 서로 게임을 하지 않았고, 다만 고백을 했어요.



[어쩐지 오늘 함께하고 싶은 노래]

메리 로우 라이츠 크리스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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