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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t Summer 서던 힙합

땀 흘리는 한국인에게 길을 알려주는 음악

by 스눕피



스눕피의 힙합 에세이


나는 여름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땀도 많고 탈도 잦아 가만히 있어도 짜증이 나서 그렇다.


하지만 무더운 여름밤, 시원한 차 혹은 집에서 듣는 힙합 음악은 나를 살맛 나게 하고, 여름이란 계절을 그나마 긍정하게 만든다.



주종은 고민할 것도 없이 90년대와 00년대의 서던 힙합이다.


기분 좋았던 나의 여름 기억 속엔 늘 서던 사운드가 촘촘히 박혀있다. 누가 보면 휴스턴에서 나고 자란 사람인 줄 알겠는데, 사실 나는 자랑스러운 명예 인천 시민이자 현직 서울 광진구민이다. 하지만 혹시 모를 일이지 않나. 전생의 내가 텍사스 주에 지분이 좀 있었을지도. 쩝.


1996년의 UGK의 인스토어 사인회 현장 - 타임머신 없나요?


사우스 힙합의 매력은 뭘까.


블루스와 재즈, 가스펠의 정서가 충분히 배어든 (마음을 적시는) 감각적인 멜로디는 큰 행복이고, 스웨거 가득한 R&B 소울틱한 리듬은 꽤 각별하며, 자동차의 바닥부터 트렁크까지 뒤흔드는 느릿하고 끈적한 베이스 라인은 뜨거운 감동이고, 그 위에 착착 감기는 서던 래퍼 특유의 (텍사스식) 억양과 플로우는 내 마음을 확 찢어 뜨거운 사랑 안에 푹 담근다.



6월이 다가오고, 날이 더워진다. 몇 개월인가 잠들었던 나의 여름 힙합 플리가 재가동을 시작할 차례다.


아니, 벌써 바쁘게 돌아가고 있다.


사우스 힙합을 정의 내린 UGK(Pimp C & Bun B)와 DJ Screw부터 Ghetto Dreams의 Fat Pat, Purple Drank의 Big Moe, Trae tha Truth와 Slim Thug, Mike Jones 그리고 스눕피의 브런치 단골 초대 손님 Lil Keke와 Paul Wall까지 쉴 틈이 없다.


무엇보다 분명한 사실 하나는 매년 새롭게 발견하게 되는 좋은 앨범과 좋은 트랙이 한도 끝도 없다는 것이다. 지금 이 문장을 쓰는 순간에도 UGK의 ‘Pinky Ring’이 찰지게 흐르고 있는데, 매년 들을 때마다 매번 짜릿해 죽겠다.


사우스 힙합의 정석이자 교과서, UGK의 1996년작 <Ridin' Dirty>


어느 여름의 편안하고 느긋한 일요일 오후, 멋지게 칠하고 섹시하게 장식한 커스텀 자동차를 이리저리 몰아 재끼며 온 동네 온 블록을 부지런히 싸돌아다닌다.


제대로 된 힙합 사운드가 함께하기에 차 안은 곧 나만의 작은 우주가 된다.


어딘가에서 바비큐 파티가 한창인지 달콤하고 고소한 냄새가 잔뜩 풍겨온다. 괜스레 기분이 좋아진다.


그런데 마침 끝내주는 노래가 시작되려 한다.


꼭 쥐고 있던 사랑하는 여인의 손을 잠시 놓고, 음악의 볼륨을 최대치로 올린다.


Lil Keke의 ‘Bounce And Turn’이 흘러나온다.


그렇게 최고의 순간을 만끽한다.


자동차 문화와 힙합 장르는 끈끈하게 엮여있고, 남부 힙합은 보다 풍부한 역사를 자랑한다. 휴스턴의 Slab, 마이애미와 멤피스의 Donk 문화가 대표적이다. 더 궁금하면? GPT!


하지만 현실은 서울 지하철 2호선.


때 이른 에어컨 풀가동에 닭살이 돋는다. 대충 얹은 캡 모자를 푹 눌러 눈썹 아래까지 덮어 내리고, 후드 집업의 지퍼를 목 끝까지 채우면서 두툼한 후디를 뒤집어쓴다.


그리고 어딘가 고장 난 사람처럼 아이폰의 볼륨을 귀가 아프도록 올린다.


UGK의 Bun B 삼촌이 자주 말하곤 했다.


제발 Trill하게 좀 살자고!


Trill은 그가 대중화시킨 True와 Real의 합성어인데, Trill하게 산다는 건, 꼭 그래야만 할 필요가 없을 때에도 신념을 지키는 것이라고 그는 부연했다.


진정한 힙합 팬이라면 Trill하게 살아야 하지 않겠어요?


서울 Metro에서도 Boomin’할 줄 알아야죠.



■ 오늘 함께 보고 싶은 영상

https://youtu.be/KzknYP5V25o?si=PenyiEvkRHWcrhWE

남부 힙합의 슈퍼 레전드, R.I.P Pimp C 삼촌.

https://youtu.be/tKiFljnecNU?si=sWUqtlYdqm6xEwu-

남부 힙합 스타에서 이제는 전국구 햄버거 스타가 된 Bun B 삼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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