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의 문장들

프랭크 오션, Ye, 몰리 고다드 그리고 마크 제이콥스

by 스눕피


하늘이 무너지는 소리


* 아래 글은 프랭크 오션의 정규 데뷔 앨범 <Channel ORANGE>(2012)의 라이너 노트와 그의 블로그 포스트 일부를 발췌해 번역한 텍스트입니다. 흐름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일부 문단은 생략했습니다.


우리는 모두 황금빛 밀리언 달러 베이비들이다. 요즘 태어나는 아이들이 우리가 물려받은 헛소리들을 조금이라도 덜 물려받길 바란다.


당신이 누구든, 어디에 있든, 우리는 꽤 닮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어둠 속을 회전하는 인간들. 모두가 누군가에게 보여지길, 닿기를, 들리기를 그리고 주목받기를 원한다.


4년 전 여름, 나는 누군가를 만났다. 나는 열아홉이었고, 그도 그랬다. 우리는 그해 여름과 그다음 여름을 함께 보냈다. 거의 매일같이. 우리가 함께하는 날이면, 시간은 미끄러지듯 흘러갔다.


사랑에 빠졌다는 걸 깨달았을 때, 그건 이미 악성처럼 번져 있었다. 희망이 없었다. 도망칠 곳도, 감정과 타협할 여지도 없었다. 그게 내 첫사랑이었고, 내 인생을 바꿔놓았다.



그 무렵 나는 내가 함께했던 여자들을 떠올리곤 했다. 내가 아꼈고, 사랑이라 믿었던 사람들. 십 대 때 즐기던 감상적인 노래들도 생각했다. 처음으로 여자친구를 사귀었을 때 틀어놓던 노래들. 그제야 나는 깨달았다. 그 노래들은 내가 아직 구사할 줄 모르는 언어로 쓰였다는 것을. 나는 너무 많은 걸, 너무 빠르게 깨달아버린 거다.


그렇게 숨을 고르며 나는 계속 살아갔다. 그가 없는 내 삶은 상상할 수 없었기에, 그와 묘한 우정을 유지했다. 그리고 나 자신과 내 감정을 다스리기 위해 애썼다. 늘 성공적이진 않았지만.


그 춤은 계속됐다.

이후 몇 번의 여름 동안 그 리듬을 놓지 않았다.



지금은 겨울이다. 나는 뉴올리언스에서 로스앤젤레스로 돌아가는 비행기 안에서 이 글을 쓰고 있다. 또 한 번 흠집 난 크리스마스를 보내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다. 창가 자리에 앉아 있다. 오늘은 2011년 12월 27일.


지금까지 나는 2장의 앨범을 냈다. 이게 그 두 번째 앨범이다. 나 자신을 바쁘게 하고, 제정신으로 버티기 위해 글을 썼다. 내 현실보다 더 장밋빛인 세상을 창조하고 싶었다. 감당하기 벅찬 감정들을 채널링하려 애썼다. 이 모든 게 나를 여기까지 데려왔다는 게 놀랍다.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날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괜찮다. 이제 더 이상 숨겨야 할 비밀은 없다.


나의 첫사랑에게.


너에게 고마워. 내가 바랐던 모습은 아니었고, 결코 충분하지도 않았지만, 그래도 그거면 됐어. 살아있음을 느끼려면 죽음에 가까운 경험이 필요한가 봐. 고마워.


자유인이 된 기분이다.

귀를 기울이면 하늘이 무너지는 소리도 들린다.




호기심에 관하여


* 아래 글은 Denim Tears 채널의 마크 제이콥스 인터뷰 영상 일부를 발췌해 번역한 텍스트입니다.


마크 제이콥스

호기심이 항상 나를 어떤 공간으로 데려갔던 것 같아. 그 공간은 ‘연결’이 일어나거나 어쩌면 그럴 확률이 더 높은 곳이기도 하지. 호기심이 없으면, 그 이후에 벌어지는 일들은 애초에 시작도 못하는 거야. 정말, 0%! 호기심이라는 건 정말 멋진 거고, 한 가지가 또 다른 걸 계속 불러와. 누군가를 만나고, 성장하고, 변하고, 모든 게 일어나는 시작점에는 항상 ‘호기심’이 있는 거지.


트레메인 에모리

쿨한 멋이라는 것도 결국 호기심에서 나오는 것 같아. 만약 당신이 ‘아, 축구장에 가서 사람들하고 어울려야 뭐가 더 팔릴 거 같으니까’ 라거나, ‘이걸 하면 가방이 더 팔리겠지’라는 이유로 움직였다면, 그때부터 사람들은 더 이상 그걸 쿨하다고 느끼지 않는 것 같아. 내가 보기에, 사람들이 멋을 잃는 순간이 바로 그거야. 자기가 진짜로 좋아하지 않는 일을 할 때. 동기가 “좋아서”가 아니라, “팔기 위해서”일 때. 개인적인 관심이 1도 없는 걸 억지로 한다면, 그건 티가 나고, 사람들은 그걸 다 눈치채.


2006년, 마크 제이콥스 뉴욕 매장의 재고 관리를 담당하던 트레메인 에모리는 훗날 스트리트 패션 씬의 거물이 된다.



요즘 것을 피하라!


* 아래 글은 런던 기반 디자이너 몰리 고다드의 매치스패션 인터뷰 영상 일부를 발췌해 번역한 텍스트입니다.


관객

영감은 어디서 얻나요?


몰리 고다드

도서관에 가서 책을 산더미처럼 꺼내서 그냥 계속 넘겨봐요. 특정한 걸 찾으려 하는 건 아니고, 눈에 들어오는 건 뭐든지 복사해요. “특정 디자이너를 찾아야지” 하고 가는 것도 아니고, 일부러 뭔가를 타겟팅하진 않아요. 그냥 가서 보는 거죠.


확실한 건 최근 10년, 아니 20년 안의 자료는 거의 안 본다는 거예요. 요즘 것은 일부러 피하려고 해요. 또 평소에 길을 다니다가 보게 되는 이미지들, 그런 것들이 머릿속에 쌓였다가, 어느 순간 저한테만 의미가 통하는 ‘이야기’가 되어가요.


[Image Credit: NY Times]



영포티 아빠 칸예


* 아래 글은 2015년 칸예의 SHOWstudio 인터뷰 영상 일부를 발췌해 번역한 텍스트입니다.


인터뷰어

안나 윈투어가 당신에게 남긴 질문이 있어요. 아들의 이름은 정했는지, 그리고 아이가 어떻게 성장하길 바라는지 묻더군요.


칸예

내가 아들한테 바라는 건, 그 애가 느낄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목적이란 걸요.


그리고 배울 수 있기를, 자신에게 기회가 있다는 사실을.


며칠 전에 파리에서 운전을 하다가 고등학생쯤 되는 애들 셋이 미친 듯이 뛰어가는 걸 봤어요. 혹시 누굴 쫓아가나 했는데, 길 끝에서 버스가 막 출발하려고 하고, 애들이 버스 옆을 엄청 두드리고 있었어요. 그때 시계를 보니까, 새벽 1시쯤이었고, 아마 그게 막차였을 거예요.


그때 전 뭐랄까... 정말 마음이 무너졌어요. 우리 아들도 저런 걸 느낄 수 있게 하려면 뭘 어떻게 해야 하지?


왜냐면요, 그런 감정을 한 번이라도 느껴본 사람은... 이 따위 질문들(인터뷰어의 대본) 따위야 무의미하게 느껴지거든요.



■ 2025년의 끝자락에서

"She didn't compromise. She could recogniz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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