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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nigma Dec 03. 2024

[욕망의 바이러스2] 축하합니다, 당신은 감염되었습니다

나의 완벽함이 삭제된 날

컴퓨터 화면 너머에서, 우리는 완벽함을 꿈꾼다.

강력한 암호, 완벽한 방화벽, 모든 것을 막아낼 수 있는 시스템이 있지만,

악성코드는 매번 그 완벽함을 비웃는다.


아무리 강력한 기술이라도, 모든 시스템 뒤에는 인간이 있다. 그들은 항상 인간의 손으로 설계되고, 인간의 마음을 대상으로 작동한다. 그리고 그 배후에는 인간의 욕망이 있다.


완벽하고자 하는 욕망.


그렇기에 약점은 인간의 욕망 안에 존재한다.


사용자 편의를 추구할수록, 우리는 필연적으로 약점을 드러낸다. 더 편리하려면, 더 단순화되어야 한다. 복잡한 것은 효율성과 접근성이 좋지 않다. 그렇기에 완벽함을 꿈꾸는 이면에는 틈이 공존한다.


우리가 가장 안전하다고 느끼는 순간,

우리가 가장 원하는 것을 상상하는 순간,

그 틈 사이로 악성코드는 조용히 스며든다.


'축하합니다'


악성코드는  문장으로 호기심을 낚아챈다.

마치, 한밤 중의 윤기가 흐르는 치킨 광고와 유사하다.

강렬하고, 유혹적이며, 저항하기 어렵다.

안에 무엇이 들었는지 알 수 없으니 더 흥미롭다.


'혹시나, 이번엔 진짜일지도 몰라'

그렇게 마음 한구석 작은 욕망은 손끝을 움직이게 한다.


클릭.


물론, 세상에 공짜는 없다.

클릭의 결과는 우리의 상상 같지 않다.

곧이어 모든 파일이 사라지고, 비트코인 청구서가 날아올 예정이다. 


'귀하의 계정에서 이상한 활동이 감지되었습니다'


이번엔 한 줄의 경고로 불안을 자극한다.

마치 한밤중, 문 밖에서 들려오는 낯선 노크와도 같다.


'뭔가 이상해. 무언가 다가오고 있어'

호기심이 손가락을 움직였던 순간과 달리, 공포가 우리를 지배한다.


똑, 똑, 똑.

'이 신호를 무시하면 더 큰일이 생길지도 몰라'


클릭.


그 클릭은, 낯선 이를 초대하는 행위와 다를 바 없었다.

그렇게, 초대받지 않은 손님이 안으로 들어왔다. 그리고 깨닫는다.


당신의 공포가 그들에게 가장 완벽한 미끼였음을.


우리의 방어는 철저해 보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늘 예상치 못한 순간의 유혹에 무너진다.


우리는 악성코드를 단순한 바이러스라고 생각한다.

악성코드는 단순한 알고리즘이 아니다.

인간의 심리적 패턴을 추적하고, 그 패턴을 데이터로 치환한 결과이다.


당신은,  '축하합니다'라는 이메일 제목에 흔들린 적이 단 한 번도 없는가?

어쩌면, 악성코드야말로 인간을 가장 정교하게 비추고 있는지도 모른다.


우리가 방심할 때, 우리가 불안할 때, 그리고 우리가 갈망할 때.

그들은 우리의 공포를 증폭시키고, 욕망을 미끼로 던지며, 우리가 스스로 행동하도록 만든다.


어느 날 당신은 이럴 수 있다.

문득 전화 한 통이 걸려올 수도 있다.


수화기 너머, 익숙한 상사의 목소리가 들린다.


"지금 급하니까, 방금 보낸 링크를 열어보세요"

급하다고 한다, 그러므로 바로 클릭할 따름이다.

 

그런데 며칠 뒤, 그 상사가 '나는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라고 한다면 어떨까.


사실, 그 목소리는 인공지능이 생성한 가짜 음성이다.

세상이 발전할수록, 악성코드 역시 더욱 정교해진다.


악성코드는 이제 목소리까지 빌려 당신의 믿음을 가로챈다.


왜 클릭했을까?


 그 속에서 우리는 묻는다.

그 이유의 정답은 악성코드 속에, 우리 자신 속에 존재한다.


정답은 단순하다. 우리는 '더 나은 것'에 대한 욕망과 '더 나빠질 것'에 대한 공포 속에서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다음 장에서, 악성코드의 작동 원리를 설명한다.

그러나, 단순히 악성코드의 작동 원리만을 설명하지 않는다.


악성코드가 인간의 심리를 어떻게 읽고, 이용하며, 조종하는지를 살펴본다.

우리가 망설이는 순간, 우리가 유혹에 빠지는 순간, 그리고 선택으로 이어지는 순간, 이 모든 것을 설명한다.


나는 당신에게 메시지를 전한다.


'지금 클릭하지 않으면 영원히 기회를 잃을지도 몰라'

그러나, 당신에게 무엇을 보여줄지 알려줄 수 없다.


하지만 이 여정을 시작할 준비가 되었다면,


다음 페이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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