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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망의 바이러스: 악성코드 심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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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nigma
Dec 09. 2024
[욕망의 바이러스4] 위험한 초대
당신이 초대한 낯선 그림자
-이전
나는
왜 그랬을까
.
너무나 평범한 오후였다.
그래서
실내를 환기하기 위해 창문을 열어두었다.
책상 위 커피는 온기가 남아 있었지만, 그 향조차 지루해 보였다.
모든 것이 고요했고, 여느 때와 다르지 않은 하루였다.
너무나 평범한 오후. 익숙한 반복, 그래서 더 위험했다.
내 손끝은 마우스를 잡고 있었다. 클릭. 스크롤. 클릭. 다시 스크롤.
그리고
습관처럼 이메일을 확인했다.
매일 하던 일, 딱 그뿐이었다.
별다른 일은
일어나지
않을
거라는 오만과 함께,
습관처럼
스크롤을 내릴
뿐이었다.
그렇게
손끝에 무의미함이 묻어날 무렵,
한 줄의 제목이 내 모든 움직임을 멈췄다.
'
축하합니다! 귀하가 당첨자로 선정되었습니다. 확인하려면 이 링크를 클릭하세요
'
화면에 떠오른 그 문장은 단순했다. 하지만 마치 누군가 내 머릿속을 읽고 쓴 것 같았다.
그 안에는 나를 집어삼킬만한 힘이 있었다.
마우스에서 손을 뗄 수 없었다.
그리고 순식 간에, 블랙홀 마냥
화면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모든 오감이 이 문구에 사로잡혔고, 심장이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손끝이 떨리는 것을 느꼈다.
어리석다고 생각하면서도, 그 문장이 주는 묘한 희망을 느꼈다.
그렇다. 나는 지루했다.
너무 평범한 오후가 싫었다.
그리고 심장이 조금 더 크게 뛰기 시작하는 것을 느꼈다.
'설마, 진짜일까?'
클릭하고 싶다
.
화면 속 버튼, 마치 저 버튼을 누르면 내가 원했던 것들을 손에 쥘 수 있을 거 같은 기분이 든다.
그렇게 정적이 흘렀고,
마음속 깊은 곳에서
두 목소리가 싸우고 있었다.
'누가 요즘 이런 걸 믿어?'
'하지만… 혹시 진짜라면? 이번엔 진짜일 수도
있어'.
머릿속은 혼란스러웠다.
이성은 차갑게 외쳤다.
'
넌 너무 쉽게 두려움에 휘둘려
'
손끝이 미묘하게 화면을 향해 움직이고 있었다.
그렇게
숨겨져 있던
불안이 점점
드러나기 시작했다.
'
절대 클릭하지 마!
'
갑자기 객관적인 냉소가 울렸다.
나의 삶, 경험이 보내는 경고였다.
하지만,
그 목소리를 짓누르는 다른 무언가가 있었다.
더 부드럽고, 더 유혹적이고, 더 속삭이는 목소리였다.
'맞아. 아닐지도 모르지. 하지만 혹시 이번엔…'
낙관적이고 희망에 찬 자신이
속삭이고 있었다.
마치
선물
이 나를 기다리고 있는 것 같았다.
그리고 잠깐 멈췄다.
불안과 호기심은 나를 번갈아 몰아세웠다.
'네가 항상 기회를 놓치는 이유야'
손가락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내면의 진심이
드러나며
,
제어는
희미해졌다.
내가 움직인 걸까? 아니면 그 링크가 나를 끌어당긴 걸까?
어쩌면 본능이었을지도 모른다.
마침내 손가락이 멈췄다.
그리고 클릭
.
버튼을 누르니, 긴장이 손끝부터 퍼져나갔다.
그렇게 나는 돌이킬 수 없는 선택을 하게 되었다.
처음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약간의
정적과
함께
안도감이 들었다.
그러나 그 안도감은 잠시였다
.
바로 그 순간, 화면이 깜빡였다.
곧이어,
눈앞의
화면이
기괴한 무늬로 뒤덮였다.
낯선 경고음이 짧게
울렸다.
그리고 다음 메시지가 천천히 떠올랐다.
'
귀하의 파일은 암호화되었습니다. 복구를 원한다면 24시간 내에 비트코인을 송금하십시오.
'
순간 방 안이 멈춘 것처럼 느껴졌다.
심장이 귓가에서 쿵쿵거렸고, 차가운 땀이 손바닥을 적셨다.
단순한 문장이었다.
화면은 멈췄지만 공포는 멈추지 않았다.
숨을
들이마셨다
.
화면 속 메시지는 조용히 깜빡이고 있었다.
하지만 나는 그 문장이 내 마음속에서 깜빡이고 있다고 느꼈다.
그 문장은 나를 비웃고 있었다.
내 안에서 새로운 목소리가 고개를 들었다.
'네가
원했잖아. 바로
너 자신이 내 초대를 받아들인 거야.'
마치 나를 꿰뚫어 보고 있는 듯했다.
나의 숨결, 나의 욕망, 나의 약점을.
그리고 깊게 숨을 들이쉬며,
스스로에게 질문했다.
'
왜 클릭했을까?
'
화면을 더 이상 볼 수 없었다.
내가 클릭하지 않았다면 어땠을까.
평소였으면 분명 이
메시지를
무시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날은 달랐다. 지루했다.
평범한 하루가
싫었고,
따분한 일상에 굳이 그저 그런 점수를 매겼다.
어쩌면 이런 생각이 나를 움직이게 했다.
삶 속의 단조로움에 균열을 내려던 작은 기대감이 있었다.
클릭 한 번으로 특별한 무언가가 내 일상에 들어오길 바라는 마음.
이 비현실적이고 어리석은 바람이 손가락을 움직이게 했다.
그리고 그 작은 틈으로,
초대장을 받았다.
더 깊은 곳에서는 이미 알고 있었다.
이번이 처음은 아니었다.
마음을 사로잡으려고
했던
시도는
반복되어 왔다.
나는
거북함을
느끼고는 했지만
, 진심은 달랐다.
'
한번쯤은
진짜도 있지 않을까
'
나는 지루함을 깨고 싶었다.
하루를 특별하게 만들고 싶었고,
특별한 일이 내게도 일어나길 바랐다.
내가 기회를 스스로 외면한 것은 아닐까 하는
후회를 했다.
그리고
모든 것이 모여 클릭이 되었다.
'네가 무언가를 간절히 원했기 때문에 클릭했잖아'
클릭할 수밖에 없었다.
클릭하지 않는다고 해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기계음은
울리지
않았다.
하지만
내
귀를
떠나지
않은 무언가가,
메아리치듯
계속 재생되었다.
네가 원했잖아, 네가 원했잖아, 네가 원했잖아.
내 속마음에서 울리는 목소리였다.
클릭은 단순한 실수가 아니었다.
'
내가 원했기 때문이다
'
대답은 너무도 명확했다.
이 한 문장이 내 머릿속을 지배했다.
그렇게 단 한 번의 클릭은, 내 모든 것을 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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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욕망의 바이러스: 악성코드 심리학
02
[욕망의 바이러스2] 축하합니다, 당신은 감염되었습니다
03
[욕망의 바이러스3] 당신은 누를 수밖에 없다
04
[욕망의 바이러스4] 위험한 초대
05
[욕망의 바이러스5] 당신은 이미 선택당했다
06
[욕망의 바이러스6] 숨겨진 프로그램이 깨어났다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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