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골

by 만원식탁


계절에 익숙해지면 사람들은 다시 활발해집니다. 추운 겨울 날씨에도 왠지 모를 생기가 넘치고요. 출근길에 지나치는 꽃집도 겨울이라고 해서 움츠러들지 않습니다. 진열해 둔 꽃들을 바꾸며 거리에 풍경을 더합니다. 자주 있는 일은 아니지만 꽃 한 다발을 샀습니다. 마침 딱 눈에 들어온 꽃다발이 있어 한 아름 들었습니다. 매장에 도착해서 어디에 둘까 하다가 카운터 옆에 꽂아 두었어요. 괜히 기분이 좋아집니다.


그러고 보니 매장도 이제 꽤 나이가 들었습니다. 그릇 몇 개 바꿀까? 테이블도 많이 삐걱대는구나. 요즘엔 페인트도 다양하게 잘 나오던데 저쪽 벽 색깔을 좀 칠해 보면 어떨까… 하며 잠시 고민하다가 이내 주방에 불을 켜고 장사 준비를 시작합니다.


신메뉴를 언제 냈었더라? 메뉴판에 없는 메뉴들도 만들어 드리다 보니 공식적인 신메뉴를 개발해 본 지 꽤 지난 것 같아요. 오랜만에 요리책을 꺼내 들었습니다. 여행 다니면서 찍어 둔 사진들도 훑어보고. 가게 시작할 땐 요리책도 많이 사고, 멀건 가깝건 유명한 음식점들도 참 부지런히 다녔었는데, 사진도 많이 찍고요. 오랜만에 공부 아닌 공부를 하다 보니 재밌습니다. 퇴근 후에도 이런저런 자료들을 찾다가 날을 새워 버렸습니다.


보름 정도 집중했더니 어느 정도 자료가 정리되었어요. 메뉴판에 적을 새 메뉴를 결정하였습니다.


- 매콤한 중화풍 닭튀김

- 고추기름 양고기 볶음

- 들깨가루 듬뿍 순대볶음


테스트도 마쳤고, 다음 주 부터 오픈할까 합니다. 평소보다 덜 바쁜 수요일 밤, Guns N’ Roses 티셔츠를 즐겨 입으시는 옆 가게 사장님이 놀러 오셨습니다.


“이거 한 번 드셔 보세요. 신메뉴.”


누나는 매운 걸 좋아하시니 본래보다 좀 더 맵게 하여 양고기 볶음을 내어 드렸습니다. 크게 한 젓가락 드시더니 맥주 한 잔을 들이키시고는,


“이거 죽이네. 맛있다! 요리 잘해~”

“신메뉴 생각하다가 이것저것 만들었네요.”

“응응, 맛있어. 진짜.”

“저기 벽도 한 번 칠해 볼까?”

“그렇네. 좋을 것 같다, 야.”


듣는 둥 마는 둥 연신 젓가락질을 하십니다. 맛있게 드시니 기분 좋네요.


“누나는 뭐 새 메뉴 계획 없어요?”

“그럴까. 딱히 필요 없는 것 같기도 하고.”

“그래도 오래 됐잖아.”

“손님들도 뭐 맨날 드시는 것만 드시고.”

“도와드릴게요.”


“근데 손님들은 잘 모르는 것 같애. 손님들은 그저 습관처럼 오시는 것 같아. 매장 지겨운 건 나밖에 없더라고. 뭘 해도 다 내 만족이지 뭐. 맨날 끼고 사니까. 저 꽃 새로 산 건가? 예쁘다. 은근히 센스 있다니까. 내일 새벽에 꽃시장이나 가 볼까. 그게 참 어려워. 너무 후져도 안 되고, 그렇다고 가끔 놀러 오시는 손님들 기억을 해쳐도 안 되고. 티는 안 나게 조금씩, 조금씩. 애들 키 크는 것처럼.”


손님들이 빠지고 ‘오늘은 다 오신 건가’ 하고 도마를 닦고 있는데 '띠링~' 단골 손님 한 분이 들어오십니다.


“사장님, 저 젤 좋아하는 거 주세요~”


네! 샤브샤브 육수를 꺼내고 불을 켭니다.




#BillyJoel

- Piano Man


Sing us a song you're the piano man

Sing us a song tonight

We're all in the mood for a melody

And you've got us feelin' alright


#만원식탁 #일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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