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장님 몇 살이에요?"
은퇴한 인플루언서 손님이 놀러 오셨습니다. 오늘은 일행 한 분과 함께 한잔 중.
"제 나이요? 하하. 그럭저럭 먹었습니다."
"뭐지? 왜 긴장하시는 거예요? 하하하. 제가 고백이라도 할까봐요? 아직 그 정도는 아니에요."
실없는 농담 한 마디가 일순간에 분위기를 유쾌하게 만듭니다.
"다른 건 아니고, 얘 저랑 엄청 친한 동생인데 얘도 장사하거든요. 그래서 인사 시키고 싶은데 삼촌이라고 해야할지 형님이라고 해야할지… 그냥 형님 하면 되겠죠? 야, 인사해. 엄청 좋으신 분이야."
시원한 미소의 잘생긴 청년 손님이 인사를 합니다.
"누나, 무슨 형님이야 실례되게. 안녕하세요 선배님. 박성소라고 합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네, 반가워요. 편하게 부르세요."
"이 친구는 빵집 해요. 가로수길에서 꽤 알려진 집 사장이에요. 유학파 유학파. 실력이 상당해요."
"아닙니다. 요즘 저희 동네가 예전 같지 않은데, 겨우겨우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야, 뻥 치지마~ 사장님, 오늘 처음이라 어색해서 그런 거예요. 얘네 가게 줄 안 서면 앉지도 못해요."
어디에나 고수가 있지요.
"성소가 지난주에 백화점 입점 제안을 받았대요. 길 건너 백화점. 자리도 완전 좋고. 멋지지 않아요?"
"아, 네. 운이 좋았는지 그런 연락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경험이 없어서 제가 꼭 해야 하는 일인지 잘 모르겠어요."
"야, 무슨 소리야. 무조건 해야지. 그 백화점 본점이면 대박이지. 나 거기 패션층 매니저 언니들도 많이 알아. 누나가 열심히 홍보할게. 사장님, 이거 당연히 잡아야 되지 않아요?"
답하기 어려운 질문입니다.
"저는 잘 모르는 분야라서. 근데 실력 좋으시면 어디서든 잘하실 거예요. 요즘 백화점에 손님들도 많다고 들었습니다."
"네, 저도 분명히 좋은 기회라고 생각하긴 하는데. 아직 좀 낯설어서요."
젊은 사장의 고민 어린 표정을 마주하니 만원식탁 가게 자리를 찾아 다니던 때가 떠올랐습니다. 조금씩 모아 마련한 돈. 정말 어려운 선택이었습니다. 사실 원래 하려던 곳은 다른 지역이었어요. 뭔가 딱 마음에 드는 장소를 못 찾아서 3개월 정도 시간을 보내다가 그냥 한번 둘러보자고 향한 곳이 지금 이 동네. 거의 처음이었던, 익숙하지도 않았던 동네. 그런데 신기하죠. 그 첫걸음에 소개받은 이곳. 허름한 골목 뒤 조용한 모서리 공간. 운명이었을까. 보자마자 주먹을 불끈 쥐었습니다. '잘 부탁한다.'
탁! 인플루언서 손님이 맥주잔을 내려놓습니다.
"야, 미래를 어떻게 알아. 니가 만드는 게 미래지. 정답이 어딨어. 그런 거 없어. 선택하면 그 선택을 옳은 걸로 만들면 되지. 너 자신 있잖아. 선택할 기회가 왔다는 게 니가 잘 살아온 증거야."
역시 이 손님. 보통이 아닙니다.
#김동률
- 출발
멍하니 앉아서 쉬기도 하고
가끔 길을 잃어도 서두르지 않는 법
언젠가는 나도 알게 되겠지
이 길이 곧 나에게 가르쳐 줄 테니까
#만원식탁 #일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