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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신호 Mar 08. 2022

치유하는 투표, 지키는 침묵

<Heal the world>, 마이클 잭슨 

#1

꽃샘추위다. 바람이 몹시 . 봄맞이를 준비하던 산들이 불타고 있. 종일토록 전국적인 산불 상황이 심각하다속보가 전해진다. 이어서 뉴스 진행자는 다음 소식입니다. 현재 전국의 사전투표율입니다.”라며 지역별 사전 투표율을 알려준다. 불길은 바람을 타고 산을 태우고, 인간의 욕망은 정치 바람을 타고 세상을 뜨겁게 한다.     


거리마다 선거 벽보 천지이다. 사진 속 주인공들은 훤한 미소를 지으며 ‘pick me’를 외치고 있다. 며칠 전 이들은 토론회에서 세 치의 혀로 서로를 욕보였다. 화면을 보던 내 눈 느닷없는 이 나올 것만 같. 이들은 타인의 허물에는 준엄했고, 자신의 허물에는 너그러웠다. 진정 그들은 멘탈갑()’의 소유자. 이 '멘탈갑'들의 요란한 외침에 내 멘탈 항복한다. 귀를 막아본다.   

  

#2

? 나는 선거 때마다 꼬박꼬박 투표했었?스스로에게 물어본다. 금은 별이 된 마이클 잭슨 노래에서 답을 찾는. “Heal the worldmake it a better place”. 세상을 치유하고, 더 나은 곳으로 만들자. 딩동!! 정답이다. 마이클 잭슨의 대표곡인 <Heal the world>의 한 구절이다. 팝의 황제가 부르는 평화의 찬가다.      


마이클 잭슨은 몸을 향해서 노래한다. 그의 노래 턱을 받치고 듣기란 불가능이다. 그가 어린 시절 불렸던 <Ben>은 제외지만. 그가 춤을 출 때면 운동화 사들은 환호. 왜 아니겠는가? 대학 새내기 시절, 만나는 친구마다 빌리진”, “어쩌구~저쩌구라는 괴성과 함께 운동화를 질질 끌며 뒷걸음을 하고 있었다. 세상의 청춘들이 마이클잭슨의 문워크를 따라기 위해 불사른 운동화 태산을 이루었.    


‘마이클 잭슨이 백인을 닮고 싶어 하더~라’. ‘신비주의에 빠져 피터팬 흉내를 낸다고 하~라.’와 같은 ‘더~라’ 통신은 그를 외계인으로 들었다. 그는 어린시절은 학교 대신 형제들과 함께 모타운 레코드사에서 노래와 춤으로만 살았다. '잭슨5'라 불렸던 어린 마이클잭슨 또래과는 다를 수밖에 없었. 게다가 그의 노래와 춤 실력은 팝 음악계의 모차르트였으니 말이. 훗날 세상은 그를 추모하면서 ‘King of pop’이란 월계관을 수여했다.     

1980년대 마이클 잭슨이 발표한 <Thriller><Bad> 앨범은 청춘들의 몸을 한 차원 다른 세계로 진화시켰다. 이어서 90년대 문이 열리자 그는 <Dangerous> 앨범을 발표했는데, 평화의 찬가인 <Heal the world>가 수록되어있다. 언젠가 학생들에게 수행평가로 <Heal the world>의 영상을 감상시킨 후 소감문을 써보라 했다. 놀랍게도 학생들이 주옥같은 글을 쏟아낸 바람에 채점하기 몹시 난감했던 기억이 새롭다.


#3

lMF라는 외환위기 속에서 우리 사회는 역사상 최초로 선거를 통한 정권교체를 이뤄냈. 엄청 추운 겨울 김대중 당선자는 울먹이는 소리로 임 선서를 했다. “존경하고 사랑하는 국민 여러분라는 말로 시작된 신임 대통령의 목소리는 국민의 고통실직이란 발음 후부터 흔들.    

  

축하보다는 숙연한 그 자리에 ‘King of pop’ 마이클 잭슨을 볼 수 있었다. 그는 빨간 옷과 검은 모자와 썬글라스로 존재감을 뿜어내고 있었지만, 추위는 그의 귀를 붉게 만들었다. 만약 당신이 대통령이 다면 반드시 취임식에 참석하겠다고 마이클 잭슨은 정치인 김대중에게 약속을 했. 추운 겨울날 여의도에서 타난 그는 네버랜드에서 강림한 피터팬이였다.


#4

1987년 직선제 이래, 대통령선거마다 빠지지 않고 투표했다. 내가 선택했던 정치인이 당선되면 함께 기뻤고, 떨어지면 함께 굴러떨어진 것 같았다. 가장 기억에 남은 대통령선거는 김대중, 김영삼 씨가 다수 국민의 열망을 외면하고 따로따로 출마했던 1987년이었다. 믿어주세요~”를 외친, 귀 큰 노태우 씨가 대통령에 당선된 그해 12월은 잊을 수 없다. 두 김씨에게 뺨따귀라도 날리고 싶었으니까. (고인들에게 미안합니다)     


‘국민을 부자로 만들어 주겠다. 아무튼 강줄기는 파야 이명박 씨가 대통령으로 당선되자 현기증이 났다. 세월이 흐른 후, 그는 감옥에 갔다. 안타깝게도 우리의 역대 대통령들은 퇴임 후 거의 다 불행했다. 청와대에서 나온 대통령이 비극적으로 죽거나 감옥에 갈 때면, 그를 지지했던 시민들마저 우울해진다.      


 격렬한 태극기 집회와  촛불 정신을 사수하겠다는 행렬 가득찬 광장은 두렵다. 길바닥에 깔린 기름에 누군가 불꽃을 던질 것만 같다. 경계는 넘어서면 안 되고, 공동선은 지켜져야 한다. 군복을 입고 태극기를 손에 든 백발의 할아버지도 우리 이웃이며, 촛불을 켜 든 저 아주머니도 우리 이웃이기 때문이다.     


#5

이번에 선출되는 대통령은 <Heal the world>의 노랫말처럼 ‘치유자’이기를 바란다. 우리 사회는 파랗고, 붉은 옷을 입은 목소리 높은 자들  아니다. 욕망의 잔치 속에서도 소리 낮추어 삶을 성실하게 가꾸는 이웃들이 있다. 어쩌면 이들 요란한 정치의 계절에도 세상을 지탱하는 파수꾼일 것이다.

앞으로 5년 동안, 우리 사회의 방향타를 잡을 대통령은 치유하는 능력자이기 바란다. 대통령이 촛불 시민, 태극기 민들과 함께 광화문 거리의 벤치에커피를 마시는 장면을 보고 싶다. 판문점에서 남북의 책임자들도 형제처럼 대화를 했는데 결코 공상만은 아닐 것이다. 소리 낮은 우리 이웃들은 통합과 치유에 쓰는 대통령을 눈여겨볼 것이다. 그들이 지켜내려는 세상이 "Heal the world" 인 까닭이다.


< Heal the world> - Michael Jackson-


There's a place in your heart And I know that it is love

네 마음속에 자리가 있어. 그리고 난 그게 사랑이라는 걸 알아

And this place it was brighter than tomorrow And if you really try

그리고 이곳은 내일보다 더 밝았지. 네가 정말 노력한다면

You'll find there's no need to cry

울 필요가 없다는 걸 알게 될 거야

In this place you'll feel there's no hurt or sorrow

이곳에서 당신은 상처나 슬픔이 없다고 느낄 거야

     ......

Heal the world Make it a better place

세상을 치유해 더 좋은 곳으로

For you and for me, and the entire human race There are people dying

너와 나, 그리고 인류 전체를 위해서 사람들이 죽어가고 있어

If you care enough for the living Make a better place for you and for me

살아있는 사람들을 위해 충분히 신경쓴다면, 너와 나를 위해 더 좋은 곳을 만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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