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아이 낳기가 무서운 이유_8
신혼부부 민수(가명)와 지은(가명)은 결혼 1년 차에 심각한 갈등을 겪고 있다. 맞벌이를 하면서도 집안일은 지은이 전담하고 있어, 그녀는 매일 밤 지쳐 잠들곤 한다. 민수는 "나도 돈을 벌어오는데 왜 집안일까지 해야 하냐"며 불만을 토로한다. 지은은 "우리 둘 다 일하는데 집안일도 공평하게 나눠야 하지 않나"라고 반박한다.
민수의 부모님은 "남자가 설거지하고 빨래하는 게 말이 되냐"며 아들 편을 들고, 지은의 친구들은 "그런 남자와 어떻게 살겠니"라며 이혼을 권유한다.
정희(가명)와 은수(가명)는 결혼 후 첫해에 접어들었다. 정희는 집안일을 공평하게 분담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직장일에 치여 점점 집안일을 소홀히 하게 되었다. 은수는 전통적으로 여성이 집안일을 더 많이 해야 한다는 기대에 지쳐가고 있었고, 정희는 자신도 경제적 책임을 지느라 힘들다고 말했다. 둘은 서로의 역할에 대한 기대와 현실 사이에서 갈등을 겪으며 점점 소원해졌다. 은수는 더 이상 집안일을 혼자 떠맡고 싶지 않았고, 정희는 자신이 충분히 노력했다고 생각했다. 이로 인해 두 사람은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해야 할 필요성을 절감하게 되었다
위의 두 사례는 실제 최근 결혼한 부부의 사례다. 나 역시 신혼 초 가사 일을 분담하는 문제로 자주 부딪히곤 했다. 남편은 남성이 가사 일을 하는 것을 ‘이벤트성’으로 하는 것으로 여기고 있었고, 공동생활을 하기 때문에 일상적으로 해야 하는 것이라는 인식이 부족했었다. 다행히 아이를 낳고 키우면서 남편과 잘 대화해서 이제는 대부분의 가사를 남편과 함께 하고 있다. 그래서 내가 맞벌이와 육아를 병행할 수 있기도 하다. 하지만 우리 부부처럼 대화로 잘 해결하지 못하는 경우, 결혼생활이 쉽지 않고, 여성 입장에서는 출산까지 고려하기 힘들다. 아이를 낳고 난 후의 일방적인 가사, 육아 부담을 우려해 출산을 미루고 싶은 것이다. 그래서 전통적인 성 역할에 대한 기대가 바뀌는게 출산율을 높이는 것에도 정말 중요하다.
나는 가정에서부터 학교, 직장까지 성 역할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는 교육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성별에 관계없이 가사 일은 공동의 책임이라는 인식을 심어주는 교육이 어릴 때부터 있었으면 좋겠다.
또, 미디어와 문화 콘텐츠에서 성 역할에 대한 고정관념을 타파하는 메시지를 확산시켜야 한다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가정 내에서 가사 일을 공평하게 분담하는 문화를 가족 내에서 자연스럽게 배울 수 있도록 자녀들에게 보여주는 게 중요할 것 같다.
이러한 변화는 단순히 한 가정의 문제를 넘어, 사회 전체의 건강한 발전을 위해 꼭 필요하다. 가사 일의 공평한 분담은 결혼생활의 행복과 출산율의 향상, 나아가 성 평등한 사회를 만드는 첫걸음이 될 수 있다. 이제는 전통적인 성 역할에 대한 고정관념을 벗어나, 서로 존중하고 협력하는 관계를 형성해야 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