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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천꼬르륵 Nov 10. 2024

달팽이가 부러워지는
서울 집 마련 투쟁

우리가 아이 낳기가 무서운 이유_5

2024년, 서울에서 결혼을 준비하던 20대 후반 민수(가명)와 혜진(가명)은 대학교 때부터 시작된 오랜 연애 끝에 드디어 결혼을 결심했다. 하지만 결혼 준비 과정에서 가장 큰 고민은 '집' 문제였다. 두 사람은 열심히 저축했지만, 모아둔 돈은 5천만 원이었다.     


민수와 혜진은 처음에는 전세집을 알아보기로 했다. 그러나 서울의 전세 가격이 너무 높다는 현실을 직면하게 되었다. 서울 외곽의 작은 빌라 전세라도 2억 원 이상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알게 된 두 사람은 크게 낙담했다. 전세 대출을 받는 것도 고려했지만, 이미 결혼식 비용과 가구, 가전제품을 마련해야 하는 상황에서 대출 부담까지 떠안기엔 너무 큰 압박감이 느껴졌다.     


결국 두 사람은 전세 대신 월세로 눈을 돌렸다. 월세로 살면 전세보다는 초기 비용이 덜 들겠지만, 매달 나가는 월세가 부담이 될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다른 선택지가 없었기에, 서울 외곽의 작은 오피스텔을 월 100만 원에 계약하기로 했다. 이마저도 보증금 1천만 원을 내고 나면 남은 돈이 거의 없게 되어, 신혼여행은 포기하고 결혼식도 최대한 간소하게 치르기로 했다.     


이렇게 어렵게 집을 마련한 민수와 혜진은 결혼 후에도 경제적인 압박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매달 월세를 내기 위해 아끼고 절약해야 했고, 미래에 대한 불안감도 커져만 갔다. "언제쯤 우리도 내 집을 가질 수 있을까?"라는 고민은 두 사람의 일상적인 대화 주제가 되었고, 그 고민은 두 사람의 출산 계획에도 영향을 미쳤다.     

위의 사례는 오늘날 대한민국 사회에서 청년들이 겪는 일상적인 문제다. 우리나라는 특히 수도권, 특히 서울의 주택 가격은 매우 높으며, 이는 젊은 세대가 안정적인 주거 환경을 마련하기 어렵게 만든다. 2020년 이후로 부동산 가격이 급격히 상승하면서 내 집 마련의 꿈이 멀어졌고, 이는 결혼과 출산에 큰 영향을 미쳤다.

전세 가격의 급등과 월세 부담도 큰 문제다. 전세를 구하기 어렵거나 월세를 내느라 경제적으로 여유가 없는 상황에서 아이를 낳고 기르기 어렵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거기다 계약 기간이 끝날 때마다 이사해야 할 수 있다는 불안감도 출산 결정을 미루는 요인이 된다.      


하지만 대한민국에서 공공임대주택은 여전히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하다. 특히 청년과 신혼부부를 위한 임대주택 정책이 시행되고 있지만, 여전히 많은 이들이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      


집을 마련해도 높은 주거비가 문제다. 높은 주거비는 가계 예산의 큰 부분을 차지하며, 다른 생활비나 육아 비용을 감당하기 어렵게 만든다. 맞벌이를 하지만 높은 주거비로 인해 실질적인 경제적 여유가 줄어드는 것이다. 이로 인해 출산과 양육에 대한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주택을 마련하는 데 걸리는 시간을 나타내는 대표적인 지표 중 하나는 **PIR(Price to Income Ratio)**라고 한다고 한다. 이는 가구의 연 소득 대비 주택 가격 비율을 의미하며, 일반적으로 주택을 사기 위해 얼마나 오랜 기간 소득을 모아야 하는지를 보여준다.


그런데 서울의 PIR는 2023년 기준으로, 서울의 PIR은 약 17년 정도로 추정된다. 이는 서울에서 평균적인 가구가 집을 사기 위해 소득의 전부를 저축한다고 가정했을 때, 약 17년이 걸린다는 의미다. 


대출을 적극 활용하는 경우, 초기 주택 구입 시 소요되는 시간은 단축될 수 있지만, 상환 기간까지 고려하면 총 비용이 늘어날 수 밖에 없다.      


얼마 전 나와 남편이 성북동을 지나고 있을 때였다. 최근 들어 부동산에 관심을 많이 갖고 있는 남편이 이곳에 서울토박이가 많이 살고 있다는 말을 했다. 그러면서 사무실 동료가 서울 토박이 부모님들로부터 땅을 물려받아 상대적으로 수월하게 부를 축적해나가는 과정을 보며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다 했다.      


그렇다. 금수저이거나 서울토박이 부모님으로부터 경제적 도움을 받지 않는 이상 평범한 사람들의 노력만으로는 내 집 마련은 하늘의 별 따기다. 자녀를 출산한 경우는 더 그렇다. 계속되는 지출을 감당해야 하기 때문에. 자기 집을 등에 지고 다니는 달팽이가 부러워지는 대한민국의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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